절망이 남긴 희망

때로는 주저앉아 있는 시간도 필요한 법.

by 수잔

대학교 입학 후, 학점 관리와 동아리 활동에 몰두하며

저는 오직 한 가지 목표만 바라보고 달렸습니다.

'로스쿨 진학'

그 꿈을 이루기 위해 4년 동안 쉼 없이 노력했습니다.

동기들 중 가장 먼저 졸업했고 선배들보다 먼저 사회에 나섰습니다.

단 하나의 이유,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검사를 꿈꿨고

고등학교와 재수 생활 내내 법조인이 되겠다는 다짐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그 길 하나만 바라보며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습니다.

대학교 졸업 후 1년간 로스쿨 입시 준비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돌아온 강사의 말은 “올해는 가능성 없다.”

저조한 성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고

1년 간의 노력은 절망으로 돌아왔습니다.


로스쿨 입시에 4번 연속 실패하면서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고

지쳐서 힘이 없어졌을 때 즈음 그동안 걸어왔던 길을 뒤돌아 봤습니다.

남은거라고는 로스쿨 입시에 도움될만한 스펙들뿐이었습니다.

그 스펙들은 저를 더 이상 위로할 수 없었습니다.


원래 인생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가며 일어난다고 하던데

저한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저의 절망을 더욱 깊게 만든 건 주위에서 들려오는 동기들의 성공 소식이었습니다.

학점이 낮거나 졸업이 늦었던 친구들이 대기업에 취직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저는 축하의 말을 건네면서도 스스로를 망했습니다.


취업을 결심하고 지원서를 제출했지만

면접에서 돌아온 질문은 저의 상처를 후벼팠습니다.

“왜 로스쿨에 가지 못했나요?”

졸업 후의 공백기를 설명하려 했으나

면접관들은 저의 답변 뒤에 숨겨진 좌절을 단번에 간파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또다시 무너졌습니다.


2024년 8월,

일하던 회사에서 저는 사람들에게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대표는 자신의 학교 후배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인턴에게 특혜를 주었고

저는 그의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퇴근 시간 이후에도 업무 지시는 끊이지 않았고

저는 그 요구를 묵묵히 따랐습니다.

일부러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업무 지시를 받은 그날,

이미 퇴근한 다른 인턴의 자리를 보며 스친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더 좋은 곳을 향해 다시 준비하자.’


그 순간 엄마가 이전에 하셨던 경영대학원 입학 제안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졸업한 학교 교수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습니다.

교수님은 경영대학원 준비를 독려해 주셨고

저는 그 동안 있었던 상처받았던 일들을 털어놓았습니다.

회사 대표의 갑질, 은행에서 당한 부당한 대우 등 힘들었던 기억에 대한 작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번만큼은 끝까지 해내겠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이후 교수님께서 해주신 조언을 바탕으로

대학교 재학 시절에 제가 해왔던 노력을 대학원 지원서에 담았습니다.

학부시절의 저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던 분이었기에

교수님께서 당시 해주신 격려와 위로를 마음 속에 새기며

이번에는 반드시 합격할 수 있다고 되뇌이며 불안해하는 저 자신을 잡아주었습니다.


11월이 되었고, 대학원 면접 후부터 저는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또 떨어지면 나는 진짜 어떻게 해야하지?"

불안감에 잠을 설치며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여태까지 있었던 로스쿨 불합격, 기업 불합격의 연속으로

끊임없이 절망하고 안 좋은 생각까지 했던 저는 너무나도 약해졌습니다.


결과 발표 날, 두 손을 꼭 잡고 떨리는 마음으로 링크를 클릭했습니다.

로딩 시간 동안 불합격한 후의 계획을 미리 세우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두 손을 꼭 잡고 기다렸습니다.


결과는 '합격'


'입학전형에 합격하였음을 통지합니다.'


합격하면 기분 좋으니까 웃어야 되는데 저는 눈물부터 쏟아졌습니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있긴 하구나'하면서 너무 행복한 나머지 울어버렸습니다.


'합격'이라는 글자를 읽자마자

누군가 저의 노력을 알아주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벅찼습니다.

오랜 절망 속에서 처음으로 안도감을 느꼈고

저에게도 새로운 시작이 주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노력하고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의 절망은

그만큼 간절했기에 느낄 수 밖에 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보다 뒤쳐질 것이 두려울 때의 불안감,

노력 끝에 잡은 기회를 잃기 직전의 절박함,

결국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자책하면서 느끼는 절망.


저는 절망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실패와 좌절은 누구나 피하고 싶어 하는 감정이지만

그 감정 속에서 저는 스스로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절망에 순응했다면, 로스쿨 입시에 실패한 채 그대로 머물러 있었을 겁니다.

혹은 부당한 대우를 견디며 회사에서 저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절망은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간절함을 심어주었고

그 간절함이 희망으로 이어졌습니다.


N번의 실패 후 절망 속에 갇혀있을 때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고

저는 이번 기회만큼은 놓쳐선 안된다는 간절함이 있었습니다.

경영대학원에서의 새로운 시작은 저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과거의 실패를 발판 삼아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절망에 갇혀 있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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