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상처받은 경험 : 회사에서
20대 초반, 중반, 후반을 거듭할수록 상처는 늘어만 가고
스스로 점점 나약해지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상처가 깊어질수록
한편으로는 강해지고 단단해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2024년 8월, 회사 인턴으로 일하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입사 3일 차에 사수였던 회사 대표에게서 처음으로 폭언을 들었습니다.
"야, 앵무새야 뭐야?
말귀를 못 알아먹네. 그만할까? 어?"
전화 통화로 3분 동안 이어진 폭언의 일부였습니다.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던 중 대표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무슨 문제인지도 모르고 듣기만 했던 그 순간에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은행 영업점에서 진상 고객을 자주 상대했던 경험 때문인지 낯설지 않은 말투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들이 가슴 깊은 곳을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대표가 지시한 일을 하던 중에 받은 폭언이었기에
억울하고 답답한 감정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습니다.
매일 꿈에서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어 잠들기가 두려웠습니다.
정말 회사에 다니는 내내 하루하루가 악몽 같았습니다.
결국 너무 견디기 힘든 나머지
다른 인턴사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일을 털어놓았을 때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표의 기분이 좋지 않았고 저는 그녀의 화풀이 대상이 된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인턴은 만만한 존재잖아.” 인턴사원의 말을 들은 순간,
왜 그런 대접을 받아야 했는지 스스로를 책망하며 자괴감이 몰려왔습니다.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했는지 처음에는 영문도 몰랐으나
막상 사건의 내막을 알고 나니 억울하고 분했습니다.
한마디의 말대꾸도 하지 못하고 듣기만 했던 자신이 답답하고 무능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이런 상황을 다 견뎌야 하는 것이 회사 생활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표의 모든 폭언과 갑질을 3주 동안 듣고 당해줬습니다.
그 후로 3주 동안 저는 대표의 폭언과 부당한 대우를 견뎠습니다.
퇴근 시간은 오후 4시였지만 4시 30분에 업무 요청이 들어오면 무조건 일을 끝내야만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폭언을 들어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매일같이 지쳤습니다.
4주 차에 이르러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에
매일 점심까지 거르며 일하는 저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이건 아니다.”
결국,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어차피 제가 소속된 부서는 근로 계약에 규정된 직무와 연관도 없는 데다
정규직 채용 전환도 아니었기에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었습니다.
퇴사 의사를 밝히자마자 돌아온 건 대표의 감정적이고 모진 말들이었습니다.
그녀는 퇴사 날짜를 일주일 앞당기겠다고 통보하며 마지막까지 밑바닥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 사람은 딱 여기 까지는구나. 이런 사람과 싸우는 건 의미가 없겠구나.’
그동안 대표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으며 스스로를 괴롭혔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모든 것이 후회로 다가왔습니다.
이때 스스로에게 했던 말은
“차라리 그 시간에 토익 문제 하나라도 더 풀지 그랬니?”
회사를 떠나는 날, 제 옆자리 직원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을 나와주셨습니다.
그분은 평소에 저에게 따뜻하게 대해 주셨던 분이었고
감사한 마음에 저도 고개 숙여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분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여기 말고 더 좋은 데로 가세요.”
제 안에 남아 있던 마지막 억울함이 조금씩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퇴사 후 다른 인턴사원과 술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대표가 폭언을 한 이유는 단순히 기분이 나빠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회사에는 신입 직원의 기강을 잡기 위해 일부러 폭언을 내뱉는 관습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네가 겪었던 일, 다른 인턴들도 한 번씩은 겪었어.”
그 말을 들은 순간, 4주밖에 못 버틴 스스로를 원망했던 기억이 한순간에 먼지가 되어 흩어졌습니다.
퇴사하지 않고 버티며 매일 소중한 나를 갉아먹는 상상을 하며 아찔했습니다.
그날 밤, 저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잘 나왔다. 그 미친 사람 밑에서 고생 많았다.
내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운이 나빴을 뿐이었어."
그 회사는 저에게 맞지 않았습니다.
일부러 저의 퇴근시간을 늦추는 대표를 견디기에
저의 소중한 시간도 아까웠습니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조금 더 용감하고 현명한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상처는 늘어나지만 그것에 무뎌지고 강해지는 법을 배워가는 것.
어쩌면 20대는 그런 과정을 거치는 시기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야 비로소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소중한 건 나 자신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