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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vo Oct 10. 2024

엄마 없는 하늘 아래

 뚜껑 열린 판도라의 상자

나는 마흔 중반을 지나고 있다. 예쁜 두 딸을 키우면서 내 안에 상처 받은 아이와 직면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제야 나는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나는 늘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나는 그런 내가 자랑스럽기는커녕 너무 싫었다. 애를 쓰고 살면 살 수록 나는 내가 한심했고, 내 삶이 더 불안했다.


‘나는 꼭 이렇게 애를 써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사랑도 받을 수 있는 걸까?’


그러다 두 딸을 키우면서 내 안에 깊은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상처를 치유하려고 10년을 헤매며 상담, 독서, 신앙, 심리 공부 등에 매달렸다.


이제부터 내가 쓸 이야기는 어쩌면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나의 사적인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살다 갔다는 흔적은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글’을 통해서만 남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용기 내어 나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지극히 나의 관점에서 나의 이야기를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누군가를 원망하고 내 팔자를 탓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남은 슬픔의 찌꺼기를 마저 다 게워내고 보송보송 잘 마른 심장을 갖기 위해 써보려고 한다.



나아가 이런 나의 이야기가 앞으로 엄마가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할 수많은 아기들과 홀로 거대한 인생과 맞서 싸워야 하는 자립청년들과 엄마를 먼저 떠나보내고 슬퍼하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담쟁이가 어느새 담을 넘듯이, 엄마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더욱 푸르를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나는 버려지지 않기 위해 모든 게 우수해야만 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씩씩하고 야무지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또 공부도 누가 시켜서 하지 않았으며, 스스로 열심히 했다. 비록 시골학교에서지만 전교 1등도 해보았다.



세탁기도 없었는데 빨래며, 청소며, 음식 등등 집안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도맡아서 했다. 음식도 가리지 않고 뭐든 잘 먹었고 어디 아플 줄을 몰라서 병원도 가본 적이 없다. 마치 그래야만 했던 아이처럼 말이다.



 이웃집 아저씨, 아주머니들은 어쩌다 나를 만나면 늘 칭찬하셨고 나의 부모님을 부러워하셨다. 아빠도 표현은 안 하셨지만, 그렇게 바르게 성장하는 나를 자랑스러워하시는 것 같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지역장학금을 받았고, 중학교를 졸업할 때는 국회의원 장학금을 받았다. 그날 시켜 먹은 치킨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고교 시절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중에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교사가 추천해서 주는 장학금을 받았다. 덕분에 나는 3년 내내 학비를 내지 않고 다닐 수 있었다. 우리 고교 때는 학비가 있었다. 라떼는 말이지~~



어린 시절 내 친구들은 나를 당당하다 못해 당돌한 아이로 기억한다. 나는 각양각색의 친구들과 두루두루 친했다. 그 시절에 집에 살림을 해주시는 이모님이 계시는 친구도 있었고, 어머니가 알코올 중독인 친구도 있었으며, 피아노를 잘 치고 예쁜 외모를 가진 친구들도 있었다.



그 친구들은 모두 다 내가 자신들과 같은 평범한 가정의 아이였다고 기억한다. 그 정도로 나는 주변 분위기에 적응을 잘하고 눈치가 빨랐다.



이쯤 되면 자기 자랑하는 글인가 싶을지도 모르겠다. 전혀 아니니 더 읽어주시길.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아주 불편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내가 어떤 면에서 다른 아이들과 달랐고, 다른 청소년과 달랐고, 다른 청년과 달랐고, 다른 엄마와 달랐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나는 누가 봐도 지극히 정상적이다 못 해 주변에서 칭찬하는 삶을 살았다. 나를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런데 나는 왜 그때 지옥을 견디는 느낌으로 살았던 것일까?



분명히 나는 누군가와 같이 있는데 늘 외로웠고, 하물며 좋은 성적을 내는 내가 만족스러웠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며, 무언가를 잘하게 될수록 나는 오히려 더 불안했다.



그런데 내 친구는 나보다 공부도 못 하는데 즐겁고 전혀 불안해하지도 않았다. 분명히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내가 특별한 아이인 걸까?



나는 왜 그리 기가 막히게 즐거운 순간에도,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순간에도 서글펐을까? 내 인생에서 가장 예쁘게 빛났던 그 순간조차도 그토록 처절하게 혼자라는 기분으로 외로웠던 것일까? 그저 나의 기질이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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