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자격증 -2 자기소개

기분: 구름(cloudy)

by 아로미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주말반을 신청하였다.

오늘은 교육 첫 날로 H요양보호사 교육원 부원장님이 본인 소개를 마친 후 교육생 15명의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이 교육은 기본적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 대상으로 개설된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반으로


‘사회복지사’ 라는 공통 분모가 있었고 <이름, 사는 곳, 교육 수강 이유> 이렇게 3가지를 말해달라고 하였다.


예상은 했지만 15명 중 남자는 한 명도 없었고 100% 여자였다.


난 순서가 거의 끝쯤이어서 다른 사람의 자기소개를 들으면서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하나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현재는 무직이며 치료 시기를 알차게 보내고 싶어 교육을 들으러 왔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제 했던 설문지가 눈에 밟혔다.


“본인은 다른 사람을 도울 정도의 건강한 신체를 가지셨나요?”


요양보호사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환을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성인에게 신체활동 및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사람이라고 나와 있다.


망설이다가 ‘보통’ 에 체크하였는데 내 입으로 유방암 환자라고 말해버리면 교육 기회를 박탈 당할까봐 유방암 얘기는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소개 시간이 다가왔고


”안녕하세요? 아로미라고 합니다. 나이는 30대 후반으로 수원시 권선구에 살고 있습니다.


마지막 직장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였습니다. 현재는 힘들어서 일을 쉬고 있습니다.”


“노인복지분야는 처음입니다. 다음 직장이 장애인이 아닐 수도 있어 저의 커리어를 높이기 위해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엄마가 60대 중반을 바라보면서 딸이 사회복지사인데 제대로 케어 해 드리고 싶어 수강하게 된 이유도 있습니다.”


수강생들은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65세 정년퇴직을 하고 온 사람도 있었고 대부분 아이가 조금 커서 엄마 손이 필요하지 않은 40대 후반이 많이 분포해 있었다.


요양보호사 수업을 듣게 된 계기도 다양했는데 가족이나 친척 중에 아픈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몰라 전문교육을 받고 돌봐드리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직장동료가 요양보호사 수업 듣는 것을 보고 훗날 도움이 될 거 같아 교육을 신청한 사람도 있었다.




본격적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 대비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하였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교육으로 출결이 아주 아주 중요하여 매 정시 수업 시작할 때 마다 각자 휴대폰에 깔은 앱에서 출석 버튼을 눌러줘야 했다.


이 앱은 H요양보호사 학원에서만 가능하며 조금만 밖을 넘어가도 안 된다고 하였다.

참 똑똑한 앱 일세!


교육이수→자격확인→소변검사(TBPE)→시험 순이며 소변검사는 보건소에서 안 된다고 하였다.


특정 병원을 알려주었고 감기약, 항우울제 등을 복용할 시 ‘적합’ 으로 뜨지 않을 수 있으니 컨디션이 좋을 때 소변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심신이 건강한 사람이 아픈 사람을 돌볼 수 있다는 취지에서 하는 검사라고 하였다.

여성호르몬 억제제인 타목시펜은 항암제 중에서도 먹는 항암제에 속하니 소변검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몰려와서 쉬는 시간에 검색해 보았다.


유방암 환자 중에 타목시펜을 복용하고 있는데 요양보호사 시험을 준비한 사람이 몇몇 있었고 나와 똑같은 질문을 하였다.


어떤 사람은 소변검사에서 탈락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아침에 약을 먹고 오후 늦게 가니 통과했다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일주일 약을 안 먹고 가니 통과 했다는 글도 있었다.


혼란스러웠다.


“난 지금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구나.”


“그런데 요양보호사를 준비 하는 게 잘하고 있는 건가?”


“그래도 더 아프기 전에 자격증 공부하고 싶은데...


소변검사 하기 5일 전부터 타목시펜을 먹지 말까?”

답을 내리지 못했다.




나를 포함하여 다들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 까지 책상에 앉아서 공부한지가 오랜만이다 보니 몸이 배배꼬였다.


연령대가 높은 것을 감안하여 인체 공학적인 굴곡진 의자에 방석까지 준비되어 있고


책이 무거우니 보관하라고 개인 사물함도 만들어 주는 등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지만 다들 힘들어 하니 오후 수업 때는 매 교시 영상에 맞춰 스트레칭을 하였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 위기가 살짝 왔다.


수술한 유방의 오른쪽 팔을 80% 정도만 올릴 수 있는데 스트레칭 동작들은 쭉쭉 위로 올려주고 뻗어주고 하는 것들이었다.


약간 어설프게 따라하며 무사히 마쳤다.


만약 수업을 더 빨리 들었다면 내가 유방암 환자라는 걸 말했어야겠구나.


아니, 들켰겠구나 싶었다.


자기소개를 할 때도 스트레칭을 할 때도 곧 있을 소변검사를 할 때도 유방암 환자라는 산을 넘어야 했다.

피곤함이 몰려온 첫 수업이 끝났고 학원 문을 나서는데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수업 시간에 계속 아픈 얘기만 들으니 나도 아픈 거 같네.”


“아, 그러게요.”


건강한 사람에게는 오늘의 수업이 아프게 느껴졌구나...

난 다르게 생각했다.


“이런 질병이 나타나기 전엔 이런 전조증상이 있구나, 유방암보다 더 아프려나?”




학원에서 수업을 들은 지 이틀이 지나고 공부한 기억이 오래 남아 있을 때 복습도 하고 예상문제를 풀어보려고 책을 폈다.


선생님께서 강조했던 부분은 노트에 따로 필기를 하고자 펜을 잡았는데 이상했다.


아주 불편한 건 아닌데 글씨가 작게 써지고 받침이 있는 글자들은 약간 뭉개졌다.


손에 조금 힘을 주거나 글씨를 좀 오래 썼다 싶으면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글씨가 흐느적 거렸다.


내가 쓴 글씨라 알아볼 수는 있지만...

당연하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던 순간이었다.




유방암 수술한지는 한 달 하고 2주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큰수술을 하였기에 지금은 몸을 아끼고 사려야 하는데 난 불안했다.

“남들보다 뒤쳐지는 게 아닐까?”


이 당시 오른쪽 유방의 암 덩어리를 제거한 후 보형물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꽉 잡아주는 윗밴드를 24시간 착용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바심과 불안함이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 공부를 하게 만든 좋은 원동력이었지만


다시 그 시기로 돌아간다면 요양보호사 수업을 듣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 3편에서 계속 됩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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