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하이라이트가 아닌, 나의 비하인드를 사랑하는 법

타인의 속도에서 내려와, 나만의 호흡으로 걷는 연습

by 석대

우리는 평생 타인의 시선이라는 거대한 전시장 속에서 살아간다. 특히 스마트폰 속 SNS는 타인의 가장 화려한 순간들만을 박제해 우리 앞에 들이민다. 그곳에는 고난 끝에 얻은 결실만 있고, 그 결실을 위해 보낸 고통의 시간은 생략되어 있다.


타인의 ‘하이라이트’만 모아놓은 편집본을 보며, 우리는 자신의 초라한 ‘비하인드’ 컷을 끊임없이 검열하고 자책한다. 남의 화려한 무대 위 모습과 나의 초라한 무대 뒤편을 비교하며, 스스로에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셈이다.


나 역시 그랬다. 남들보다 늦었다는 조바심이 들 때마다 나는 타인의 속도계를 내 삶에 억지로 갖다 붙였다.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불편함을 덤으로 안고서 전력 질주를 하다 보니, 정작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린 채 숨 가쁜 헐떡임만 남았다. 조급함은 눈을 가리고, 마음의 근육을 경직시킨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다 무너졌을 때 내가 마주한 것은, 타인의 기준에 맞추려다 넝마가 되어버린 나 자신의 초라한 잔해였다. 상태가 망가진 줄도 모른 채 더 세게 몰아붙이는 일은, 노력이 아니라 스스로를 학대하는 방식일 뿐이었다.


멈춰 선 순간, 그제야 포기하는 일도,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가는 일도 모두 나에게는 쉽지 않은 숙제였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렇게 내가 세운 기준이 아닌, 타인이 던져준 정답지에 나를 끼워 맞추며 살아온 시간은 결국 스스로를 조금씩 소진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나만의 ‘재단법’을 익히기로 했다. 타인의 기준이라는 기성복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굴곡과 흉터까지도 그대로 반영하는 나만의 슈트를 완성하는 일이다. 나에게 꼭 맞는 옷을 완성하기 위해 나는 먼저 내 삶의 치수를 다시 재기로 했다. 남들의 시선이 아닌, 오직 나의 진심에만 귀를 기울이는 정교한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그 첫 번째 단계는 ‘내 관객을 1인으로 줄이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오직 나 자신이라는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해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정직하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평가와 박수 소리에 귀를 닫고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하자, 비로소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힘들어하는지가 선명하게 보였다.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무대가 아니더라도, 내가 나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낼 수 있는 하루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인생의 주권은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박수를 받느냐가 아니라, 내가 내 삶의 가장 정직한 관객이 되어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비교의 렌즈’를 내려놓고 ‘관찰의 돋보기’를 드는 일이다.


실패했다고 믿었던 사업의 경험 속에서도 나는 사람을 대하는 진심을 배웠고, 여러 무너짐 속에서 사소한 일상의 기쁨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감각을 길렀다. 이것은 성공의 가도를 달리는 사람들은 쉽게 가질 수 없는, 오직 ‘실패의 바닥을 쳐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색깔이었다.


우리는 흔히 흉터를 가려야 할 상처로만 여기지만, 돋보기를 들고 자세히 들여다본 흉터는 사실 내가 치열하게 살아남았다는 증명이자 나만의 고유한 무늬가 된다. 버려야 할 쓰레기인 줄 알았던 나의 조각들이, 관찰을 통해 나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문장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인생에는 저마다의 계절이 있다. 봄에 피는 꽃이 있고, 눈보라를 견뎌낸 뒤에야 비로소 향기를 발하는 꽃이 있다. 남들이 봄에 꽃을 피웠다고 해서 나의 겨울이 실패인 것은 아니다.


겨울은 춥고 얼어붙어있는 시간이 아니라, 뿌리를 깊게 내리는 시간이다. 보이지 않는 지표면 아래에서 다음 계절을 설계하는 가장 역동적인 정지의 시간이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계절을 지나는 중일뿐, 결코 틀린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성급하게 꽃을 피우려다 뿌리를 썩게 만드는 것보다, 충분한 겨울을 견디며 나만의 향기를 준비하는 것이 훨씬 단단한 삶을 만든다.


속도가 느려도 괜찮다. 방향이 나를 향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빠르게 가는 법보다 중요한 것은, 흔들리면서도 멈추지 않는 ‘조용한 계속’의 힘이다. 당신의 상처와 부끄러움조차도 누군가에게는 가장 깊은 위로가 되는 고유한 무늬가 될 수 있다.


나는 이곳 브런치에서 그 조용한 계속을 기록하려 한다. 거창한 성공담 대신, 느린 걸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다. 실패가 끝이 아니라 다시 나를 점검하는 신호였음을, 그리고 그 조용한 계속이 우리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드는지를 증명해 보이고 싶다. 나의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무너진 삶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작은 도면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제 타인의 하이라이트에서 눈을 떼고, 당신만의 위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써 내려가라. 무대 뒤의 먼지 쌓인 소품들이 당신만의 멋진 무기가 될 날은 반드시 온다.


이 조용한 여정에 함께하고 싶다면, 같은 방향을 걷는 동행이 되어주길 바란다. 나 역시 이곳에서 당신의 그 계속되는 걸음을 묵묵히 응원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성공을 파는 사람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