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02월05일 | 안식의 여정

Sabbatical Journey 26년 02월 05일

by 꿈꾸는 미래

오늘 대사관 인터뷰를 예약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었을까? 처음 시스템을 확인했을 때 예약 가능한 날짜는 한 달쯤 뒤, 3월 초였다. 하지만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누군가 예약을 취소할 것이고, 내가 그 자리를 다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래서 오늘, 우리 가족은 대사관으로 향하고 있다.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오늘 실패하면 다시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필요한 서류들을 꼼꼼히 챙기고 인터뷰에서 어떻게 답할지도 미리 생각해 두었다. 그러나 대사관 입구부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소지품 검사에서 절대 반입할 수 없는 물건, ‘가위’가 발견된 것이다. 초등학생 아이 필통에서 나온 손바닥만 한 가위였다. 현장에서 처리할 수 없어 다시 밖으로 나가 가위를 버린 후 재입장해야 했다. 그래도 괜찮다. 살다 보면 한두 번은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긴 줄을 서서 기다린 뒤 서류 확인이 시작되었다. 여러 증명서를 미리 준비해 두었기 때문에 행정원의 질문에 나는 비교적 자신 있게 “Yes”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어진 질문 앞에서 결국 내 준비가 완벽하지 않았음을 인정해야 했다. ‘기본’ 혼인관계증명서가 아니라 ‘상세’ 증명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밖으로 나가 근처 주민센터에서 서류를 발급받아 재입장해야만 한다. 다행히 주민센터가 가까워 비교적 순조롭게 보완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혹시 몰라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서류를 발급받아 왔다. 다시 밖으로 나가는 일은 없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져온 두툼한 서류를 보면서 행정원도 조금은 흡족해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다가 한숨을 쉬며 물었다.


“혹시 SNS 계정이 없으세요?”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용하지 않는 계정이라도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가족 모두 다시 밖으로 나와 전산 시스템에 접속해 정보를 입력해야 했다. 다행히 손에 휴대폰이 있었기에 계정을 찾아 입력하는 일 자체는 불가능하지 않았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가족 모두의 정보를 확인해야 했고, 시스템도 불안정했다. 클릭을 해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았다. 이럴 때는 로그인/아웃을 반복해 보거나 휴대폰을 재부팅하면 어느 정도 해결된다. 그래도 안 되면 쿠키를 지우거나 브라우저를 바꿔 시도해 보면 된다. 시간이 꽤 흐른 뒤 결국 모든 입력을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점점 지쳐갔다. 점심시간이 지나기까지 기다려야 했고, 그제야 모든 것이 완벽했는지, 우리 가족은 몇 분 만에 심사를 통과했다.


이것이 ‘안식’의 여정이라니, 아이러니하다. 히브리어로 ‘샬롬’은 평화를 의미한다. 전쟁이 끝난 후, 긴 싸움이 끝난 뒤 찾아오는 평화다. 무너진 담장과 부서진 집 사이에도 평화는 찾아온다.


오늘 하루 전쟁 같은 긴장 속을 지나 집에 돌아온 지금, 나는 잠시 마음의 안식을 느낀다. 그러나 곧 현실을 을 직면해야 한다. 미국에서 살 집 구하기, 항공권 예약, 한국에서의 일 정리, 미국에서의 준비…. 남은 시간은 겨우 23일 정도다.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마치 결승선을 몇 걸음 앞에 둔 달리기 선수처럼 더 힘차게 달려야 한다. 힘을 내자.

작가의 이전글26년 01월 21일 |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