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기 3편!
23일 수요일.
본격적인 유럽 여행 첫 날.
1. 히드로 공항
2. 지하철(Underground) 이용
3. 숙소 찾아가기
4. 뮤지컬
첫 날은 숙박을 잡지 않았다.(노숙)
히드로 공항(Heathrow)에 거의 자정이 되어서야 도착했기 때문.
첫 지하철이 열리는 오전 5시까지 공항에서 버티기로 했다.
공항에 있는 COSTA. 24시간 개방한다. 덕분에 노숙을 할 수 있었다.
대망의 첫 지출. 본토에서 처음으로 쓰는 영어였다. 계산원과 짧게 주문을 하는데, 뭐가 그리 긴지. 영국이어서 파운드화로 계산을 했다.
거스름돈은 주는 대로 받기... 계산 따위는 불가능했다.
사실, 어떤 동전이 얼마짜리인지도 모르니까
'빵 구워줄까?'
'캐쉬로 계산할 거야?'
'먹고 갈 거야?'
등등
잔잔바리 질문들을 몇 개 했었는데, 떨려서 제대로 대답도 못했었다.
필카와 아이폰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같은 구도, 다른 색감. 코스타 카페에 앉아, 출국 문을 찍은 사진.
노란 형광 조끼를 입은 노동자 3명이 나란히 나오고 있었다.
중간중간 형광 조끼를 입은 젊은 노동자들이 이 길을 자주 왔다갔다 했다.
지나치는 사람들끼리 짧은 인사도 건네고, 농담도 하는 것 같았다.
이런 거이지 않을까, 내 맘대로 상상해봤다.
"너네, 이제 하번 하니?"
"어, 오늘 30인치짜리 캐리어 옮기다가 하나 깨먹었다"
"괜찮아~ 어차피 항공사에서 보상 받겠지~"
"그러겠지? 씨유~"
"어~ 너도 열근해!"
"그래 들어가~"
프레디 머큐리가 떠올랐다. 공항 수하물 노동자였지
두 사람이 오묘하게 지나치는 순간을 포착했다. 한 사람은 오른쪽으로, 다른 한 사람은 왼쪽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언뜻보면 둘이 뽀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코스타에서 밤을 새는 동안, 이것저것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새벽 공항은 너무하다 싶을 만큼 호젓했다.
영국에서는 지하철을 "Subway"가 아니라 "Underground"라고 한다. 표지판에 그렇게 쓰여 있다.
요 앞 철문은 자정이 되니까, 누가 와서 닫고 갔다. 지하철을 타려면 저쪽으로 나가면 된다.
셔터가 시스루룩(SeeThrouh,,)이라 더 쳐다보게 됐다. 안에 뭐가 있는지. 안이 보일듯 말듯 할 때 더 눈길이 가게 된다.
왼쪽에 ATM 기기처럼 생긴 게 두 대가 있다.
영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이 몇 가지가 있다.
그 중 가장 통상적으로 쓰는 것이 Oyster 카드다.
우리나라로 치면, 마이비 카드(너무 옛날 건가?), 캐시비 카드, 티머니 카드 등등처럼 충전해서 쓰는 카드다.
이 카드도 5파운드인가 7파운드인가 했던 것 같다. 카드도 사고, 금액도 충전해줘야 한다.
카드는 나중에 영국을 떠날 때 다시 반납하고 보증금을 받아오면 된다(저 기기에 반납하면 됨).
서울에서 지하철 탈 때, 카드 쓰고 난 뒤에 다시 반납하면 500원 남겨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빨간 동그라미 안에 역이름이 써 있는 저 모양은, 영국 언더그라운드의 대표 마크다.
영국 지하철 내부 사진. 복도가 상당히 좁은 편이다.
(첫 장이라는 뜻)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이렇게 절반 흐리게 나올 때가 있다. 필름을 넣고 나서 첫 장일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빛에 노출된 부분이라 타버린 곳이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니, 영화가 시작됐다. 이제부터가 찐이다..(그때는 '찐'이라는 말 없었음)
St.Pancras역.
런던의 중심역이다. 환승도 많이 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음... 잘 모르겠다. 서울에 안 살아서.
영국에서 맞게 되는 첫 도시.
마트 물가가 정말 미쳤다.
정말 싸다(Holy Cheap!)
액티비아 8개짜리에 2천원..하나에 250원이다!! 우리나라보다 2배는 싼 듯하다. 얇게 썬 고기도 고작 3천원..
'이래서 서양에서는 홈파티가 많다보구나' 생각했었다.
우리나라는 마트에서 재료를 사서 해먹든 일반 식당에서 요리를 사 먹든 가격 차이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
귀찮으면 사먹을 만한 정도다.
유럽은 다르다.
마트 물가가 너무도 싼 편이라, 마트에 들어서는 발걸음이 너무 가볍다. 사고 싶은 재료를 망설임 없이 모두 구입할 수 있으니까.
우리나라도 이렇게 되면 좋겠다. 마트 물가 30%씩만 할인해주자! 그럼 살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이 될 것 같은데.
근데 여긴 왜이렇게 저렴하지? 정말? 유통구조가 우리나라와 다른가, 아님 생산구조가 다른 건가.. 모르겠다.
단정하다.
사람만 Gentleman이 아니다. 도로, 건물이 모두 Gentle하다.
건물 높이는 한결같고 상점들은 저마다 특색있다. 간판들도 가게의 정체성을 품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저런 상점을 모방한 현대식 레트로풍 빵집, 카페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저런 분위기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유모차를 끌면서 담배를 피는 애기 엄마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엄마'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의 엄마가 아니다.
무릎까지 오는 검정 에나멜 부츠를 신고 Chic하게 회색 코트를 걸친 '차도녀' 느낌이었다. 그 복장과 분위기 그대로 가져가 강남 클럽에 데려다놓아도 알맞을 사람.
아이에게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 아니라 팔에 가방을 걸치듯, 가볍게, 쿨하게, Chic하게 유모차를 밀고 있었다.
첫날부터 강렬한 기억이 새겨졌다.
나를 지나쳤던 순간, 그 강렬한 길빵 냄새를 남기고는.
카메라와 필름. 필름은 15통 정도 챙겨 갔었다. 체크인까지 완료하고 짐을 풀었다.
"영국에 가면 축구를 봐야지"라는 말 뒤에 가려진 또 다른 말이 있다.
"영국에 가면 뮤지컬을 봐야지!"
마음대로 만든 말이다.
노벨라 극장(Novello Theatre)
화려했다.
하얀 뒤통수들이 많다. 비어있는 뒤통수도 있다.
관객층들은 대개 노령층이다. 노년층의 여가생활인 건가. 우리나라 뮤지컬 극장에 들어가서는 젊은 커플들이나 30-40대가 많이 눈에 띄었던 것 같은데.
공연 중에는 아르바이트생이 복도 끝에 서서 "사진 찍지 마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공연은 물론 영어 대사로 진행됐다.
그래서,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
노래는 들었다. '댄씽 퀸~' 이런 노래였던 것 같은데.. 시끄러웠다. 뭔 소린지도 모르고..
줄거리도 못 따라가고.. 영화를 안 봐서 잘 모르겠다..
그래서 앞에 있는 아저씨 뒤통수에 대고 꾸벅꾸벅 졸았다. 시차도 적응 못했고, 어제 노숙까지 한 몸이었다.
피곤해 죽는 줄 알았다. 애매하게 밤 늦게 도착하는 비행기라, 숙박을 아예 포기했더니 다음날 하루도 포기하게 돼버렸다.
다음부터 노숙은 없는 걸로.
3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