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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 Mar 02. 2023

영국 2일차


유럽 여행기 4편!



1월 25일 금요일. 영국 2일차.



동선 : 대영박물관 → 코벤트 가든 → 타워브리지



목차


1. 대영 박물관


2. 난도스(점저)


3. 코벤트 가든


4. 타워브리지



The dawn of Camden Town.



유럽 건물들의 창문은 우리나라 것과 다르다. 


위 아래로 올리고 내리는 식. 


운치있다. 은근 무겁다. 올릴 때는 꽤 힘을 실어야 한다. 내릴 때는 쾅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히 내려놓아야 한다.


내가 묵었던 숙소 옆으로는 지하철(지상철?)이 지나갔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자정까지는 지하철 소리가 들렸다. 새벽 5시쯤부터 다시 지하철 바퀴가 덜컹덜컹이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리에 맞춰 매일 잠에서 깼다.


시차 적응을 못해서 새벽 4시, 5시에 일어났다. 일찍 일어나서 할 것도 없었다. 멍 하니 시간을 보내다, 9시쯤 숙소를 나섰다.



1. 대영박물관? 약탈물 수집소?


세계 3대 박물관


그리스 신전처럼 생겼다. 


요 앞에 잔디밭이 있는데, 중국인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다.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한국인이 유독 많은 관광지, 중국인이 유독 많은 관광지, 일본인이 유독 많은 관광지가 있다.


포스팅을 하면서 그때마다 언급하겠지만 대영 박물관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았다.



한 달간 여행하며 느낀 아시아 관광객의 국가별 특징을 조금 적어보자면,


- 한국 관광객 : 젊은 층(20대) 자유 여행객이 많다. 대부분 핸드폰으로 지도, 블로그 자료들을 참고하여 각개전투를 펼친다. '신에게는 구글맵스가 있사옵니다..'. 롱패딩 입고 있으면 한국인 관광객일 확률이 높다.


- 중국 관광객 : 선두에 가이드가 있다. 가이드의 깃발 뒤로, 삼삼오오 행렬을 이룬다.  규모가 큰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가이드가 먼저 표를 끊어오고 나머지 20-30명은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사진도 많이 찍고 활동량도 크다. 일단, 누가봐도 '아, 중국인 여행객이구나'를 알 수 있을 정도. 이쪽 남자들은 대체로 머리가 짧다. 상고스타일. 남자와 함께 여행 온 여자들은 치장을 많이 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의 "꾸밈의 정도" 차이가 가장 큰 나라.


- 일본 관광객 : 조용조용하다. 일본 관광객의 숫자가 없어서 일본 관광객을 찾기 어려운 건지, 관광객은 많으나 워낙 조용하고 현지인처럼 관광을 해서 눈에 띄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다. 다크 템플러 같다.




기둥 사이에서 바라본 건물. 웅장하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본 것 같은 건물. 고풍스럽다.


대영 박물관은 여러 번 가는 것을 추천한다.


첫 번째 이유는, 딱 한 번 갔다온 사람 입장으로서 하루만에 이 대영 박물관을 둘러보기에는 볼 것은 많은데 볼 시간은 없고 놓치는 작품들은 많고 다리는 너무 아프고 집중력은 떨어져가고 오디오 가이드는 지겹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무료이기 때문




한국어 안내 책자는 2유로 정도에 구매했다. 왼쪽 기기는 5유로? 정도에 렌트했던 것 같다. 입장료가 없었으므로 거침없이 책자를 사 들었다.



*오디오 가이드 기기 이용법 : 작품마다 옆에 번호가 쓰여 있다. 그 번호를 입력하면, 그 작품에 맞는 설명이 나온다. 번호가 안 쓰여 있는 작품도 있는데, 그 작품은 설명을 들을 수 없다. 영어 설명은 있는데 한국어 설명은 없었던 작품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박물관 도는 팁도 있다.


1. 오디오 기기 맹신하지 말자


기기는 기기일 뿐. 기계음도 아니고 성우가 정성스럽게 녹음한 것도 아닌 것 같은, 애매한 음성. 듣다보면 너무 지겹다.


오디오 기기로 하루에 들을 수 있는 작품 수는 한정적이다. 집중력이 그만큼 버텨주지 못할 것이다. 꼭, 필요한 작품만 들어야 한다.


이 작품 저 작품 중구난방으로 들으면, 어차피 나중에 기억도 잘 안 난다.


유튜브로 대영박물관을 미리 검색한 뒤, <꼭 봐야 하는 작품들>을 위주로 보길 추천한다.



2. 동선을 짜놓고 움직이자.


건물 내부가 정말 넓다. 내부 구조도 비슷해서, 미로 다.


메이즈러너 찍기 싫으면, 지도 보고 관람 순서 딱 정한 뒤에 실속있게 움직여야 한다.


우린 시간 많은 사람이 아니다. 하나라도 더 봐야 하니까.



3. 사전 조사 못 했으면(어떤 작품이 주요 작품인 줄 모르면), 사람들 뭉쳐 있는 작품 따라 가자


예를 들어, 모나리자 앞에는 수 많은 군중들이 모여있다. 그 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사람들이 복작거리기 시작한다.


아무 사전 조사도 하지 못한 채 박물관에 들어섰다면,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작품 위주로 물색해보자.




대영 박물관에는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그 중 인상깊었던 작품만 몇 개 추려봤다. 선정기준은 

작품을 보고 충격을 받아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됐다거나, 5분 이상 그 자리에 머물러 넋 놓고 바라봤거나, 작품을 한번 보고 난 뒤, 다시 그 작품이 떠올라 또 찾아간 작품



1. 이집트관 - 미라


사람 뼈를 처음 봤다.


이 작품을 보고 들었던 생각.


" 아니, 잠깐-

사람 뼈가 '작품'인가?

이걸 왜 박물관에 전시하지?

남의 시체를 그렇게 처리해도 되는 건가? 


이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죽어서도 땅 속에 묻히지 못하고

전세계인의 구경거리가 되어


백열등 밑에서 수 천개 카메라의 피사체가 되는 운명이라니.


근데 이는 또 다 살아있네?

신기하다 "


작품 설명이 영어로 써 있긴 하지만


읽지 않았다.




찐이다.


굳이 이렇게 해야 했나, 싶은 생각. 회의감이 들었다.


후..


오디오 가이드에서 들은 설명에 따르면, X-Ray를 찍으면 저 안에 사람이 있다고 했다.


시체(미라) 왼쪽에는 케이스(?)가 있다. 우리말로 하면 '관'인데 이집트 말로는 뭐였더라..


일단, 저 정도 미라 처리를 했으면 상당히 권위 있는 사람이었을 것 같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인돌 정도 급이 아닐까.




미라로 수 천 년 사는 게 오히려 슬픈 일이기도 하다. 지금은 좁은 관에 갇힌 채로, 구경거리일 뿐이니.


안타깝다. 표정도 씁쓸하다. 억울해보이기도.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나 꺼내줘 이것들아.."

"이러려고 미라된 게 아니라고.." 하는.



이 안에 고양이 있다. 곱게 자고 있는 아이를 영국까지 데려왔다..




형체가 제법 많이 보존돼 있다. 시체다.


무덤을 굳이 파헤쳐서 영국까지 실어와야만 했었나.



이집트 사막 지역이었다면 습도도 낮고, 해가 강하게 내리쬐서 수분은 쫙 날아갔을 테고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형태 보존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2. 조각상 - 이집트관, 그리스관

MOAI


육중하다.


남미에서 유럽까지 들고 왔다고?



코가 없다.


임진왜란 때, 왜구들은 죽은 조선인들의 코나 귀를 베어갔다고 한다. 베어간 코와 귀를 포대 가득히 담아 배에 싣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귀와 코를 얼마나 많이 가져갔느냐에 따라 그 장수의 실적이 매겨졌다고. 인사 고과에 반영됐겠지.


어디서 봤는데, 코가 부러진 조각상이 많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코는 얼굴 부위 중에서 유독 돌출돼 있다. 조각상을 옮기는 과정에서 주변 장애물에 부딪힐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부러진 조각상이 많다고..


턱이나 정수리가 부러져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스핑크스. 실제로 보니까 못생김. 만화에서는 좀 웅장한 멋이 있었는데. 하체와 상체가 융화되지 않는 모양새다.



이것들이 대부분 약탈물이다.


약탈물 = 식민지 때 가져온 것 = 삥 뜯은 것



유럽에 가면, 늘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말을 한다. 딴 데 정신 팔다가, 나도 모르는 새 '슬쩍' 가져가버리니까..


'주머니에서 슥 꺼내간다'는 뜻에서 Pickpocket 이라고 한다.


현대는 Pickpocket이라 한다. 과거의 약탈, 그리고 식민지.


유사한 맥락 같기도. 강자의 짓누르기.



3. 난도스



대영박물관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체인점이라, 런던내 다른 곳에도 몇 군데 있다. 영국 내 다른 지역에도 골고루 퍼져있다.


유럽 가서 먹은 음식 중에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음식은 거의 없다. 햄버거 빼면 5개도 안 되는 듯하다. 일단, 나는 흔한 20대 배낭여행객이었다. 돈은 웬만해서 최대한 아껴야 했고 괜히 비싼 레스토랑에서 큰 돈을 쓰고 싶진 않았다. 팁이 있는 식당이라면 꺼려졌다.


맛있는 10만원짜리 미슐랭 음식 vs 맛없지만 배를 채워주는 1만원짜리 길거리 전통 음식.

이렇게 한다면 나는 단연코 후자를 택했을 것이다.


난도스를 추천하는 이유는 딱 내 스타일이었다.

탄수화물도 고루 충족돼서 적당한 포만감이 들었고, 가격도 친절했다. 굽네치킨 스타일이었다. 동양적인 닭 구이 요리.


1. 가격이 저렴한 축에 속했다. 

배불리 먹어도 1.5만원 내로 해결할 수 있다.


2. 대중적인 맛이다.

MSG 맛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유럽 식당에서 먹은 음식들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일단 달지 않다. 감칠맛도 없다.

가끔 뜹뜨릅한 맛이 나는 소스도 있다. 


'아, 우리나라 음식이 MSG가 많이 들어가는구나'


'많이 달고, 맵게 먹었었구나'


라고 깨닫게 된 계기가 됐다.


일단 대중적인 맛이면 평균 이상인 것이고 맛이 없지 않으면 그걸로 만족했다.


프렌치 프라이는 기본 옵션이다. 우리나라 백반집 가면 김치가 꼭 나오듯, 영국에서 웬만한 식당에 가면 감자튀김은 기본으로 메인 메뉴와 함께 나왔던 것 같다. 감자의 민족, 유나이티드 킹덤.



5.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


젊은이들과 조화를 이룬 전통시장. 오묘한 장소다. 이름은 Garden인데 정체성은 모호하다.


17세기 쯤에는 런던 최대 청과물 마켓이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현대 문물이 들어섰다. 백화점 브랜드들도 입점해있고 '청년몰'같은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도열해 있기도 하다.


영국식 청년몰이라는 설명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


책갈피 3개. 5유로에 구매했다. 투박하게 만들었을지라도 나한테 기념이 되면 만족이다.


영국에서 잘 나가는 전통시장을 보니, 우리나라 전통시장을 돌아보게 됐다. 우리나라 전통시장들도 이런 조류에 발 맞춰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었다.


내가 사는 지역에 있는 전통시장들에는 할머니들이 많다. 다리 위에서 3-4가지 채소를 올려두고 하루종일 앉아있는 할머니, 점포를 열고, 앞에는 채소, 과일 박스들을 내놓고 안쪽에서 TV를 보시는 할머니.


30년 뒤엔 누가, 어떤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을까. 전통시장도 바뀌어야 한다.



6. 타워브릿지(Tower Bridge)


다리 아래로는 유람선이 지나간다.


타워브리지에는 건물 두 채가 있다. 망루처럼 생겼다. 그 사이로 다리가 놓여져 있는데 큰 배가 지나갈 때에는 다리가 열린다. 묘미다.


다른 날에, 이 근처를 지나다가 군함처럼 생긴 거대한 배 한 척이 근처에 대기하는 걸 본 적 있다.


영국 여행의 랜드마크다. 기념품을 보면 나온다.



기념품 가게에 가면 꼭 있는 기념품

1. 타워브리지 자석(냉장고에 붙이는) 2. 타워브리지 열쇠고리 3. 타워브리지 미니어처 4. 빨간 공중전화 박스 5. 빨간 2층 버스


런던 내에 그 어떤 가판대이든, 실내점포든, 이 다섯 기념품을 안 파는 곳이 없다. 그만큼 영국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관광지랄까.



사진 좌측하단쯤 난간이 있다. 높이는 1M 정도 되는데, 우리 한국인은 저 위에 올라가 앉아서 사진을 찍는다. 저 위에 올라가서 요리조리 포즈를 취하는 동양인을 보면, 한국인일 확률이 높다. 난간 위로 알전구가 예쁘게 정렬돼 있어서 사진 찍기 딱 좋은 스팟이긴 하다..


주위 경찰들이 주기적으로 순찰을 도는데, "어이, 거기 내려와요" 아무리 말을 해도, 눈치를 보다가는 슬쩍 다시 올라가 앉아 사진을 찍는다. 뒤로 자빠지면 바로 강물로 직행하는 자리다.



4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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