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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 Mar 03. 2023

2-4. 영국 4일차


유럽 여행기 6탄!!



1월 27일. 런던 4일차.



목차

1. 트라팔가 광장


2. 내셔널 갤러리


3. 테이트 모던


4. 런던 아이




이 날의 코스.


내셔널 갤러리 → 테이트 모던 → 런던아이 → 빅벤




Camden Town 숙소 바로 앞. 버스 정류장 가는 길에 찍은 사진. 



신발 세 켤레가 빨랫줄(?)에 걸려있다. 빨래를 널어놓은 것인가, 애들이 장난치다가 날려버린 것인가.




네이비 색 바탕에 CAMDEN TOWN이라 적혀있다. 저 위로 지하철(지상철?)이 지나간다. 푸쿡푸쿡 푸훟푸훟.



우리나라처럼 실시간 배차 알림 시스템은 없다. 전봇대인지 뭔지 모르게 애매한 기둥이 있고 눈치껏 버스정류장이라고 때려 맞춰야 한다. 사람들 모여 줄 서 있으면 버정인가, 하고.



2층 버스 맨 앞자리에서 바라본 전경. 도시인지 테마파크인지. 에버랜드 아냐?


전 날 밤까지 세차게 비가 내렸었다. 거짓말처럼 날이 갰다.


런던의 아침.


공기는 상쾌하고 미세먼지 한 점 없다.



2. 트라팔가 광장



여기는 1800년 경에 지어졌다. 1800년 쯤에 '트라팔가 해전'에서 승리했는데, 그 기념으로 지었다고 한다. 영국 vs 프랑스+스페인 이렇게 싸웠는데 영국이 이겼다고 한다. 그래서 세운 탑. 우리나라로 치면, 진흥왕 순수비다.


 제대로 역광 맞았다. 너무 넓어서, 일반 카메라 각도로는 전경이 안 담긴다. 내셔널갤러리를 등지고 찍었다.


이곳 버스정류장 이름은 "트라퐈가 스퀘에~"다. 근방에 도착하면 버스 안내 방송에서 정류장 이름이 나오는데 제대로 영국식 발음이다. (R 받침 발음이 거의 없는 듯하다) 덕분에 그 안내 음성이 지금까지도 귓가에 남아있다.


"트라뽜가 스꿰에~"


트라퐈가 스꿰를 둘러싸고 Y자 교차로가 나 있다. 차가 많이 밀리고 혼잡한 구간이다. 여기는 특히 무단횡단이 많다. 영국이 그런 건지, 유럽이 전부 다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런던의 랜드마크 중 한 곳. 친구 만나기도 좋은 장소다.



거리의 예술가. 가만히 멈춰서 죽 구경하고 있었다. (만리타국에서 태극기 보면 반가워서) 국가별로 국기가 그려져 있었고 그 위에 1유로씩 놓여있었다.


화가가 다가와서 먼저 말을 걸었다.


"안냐쎄여!"


"(당황&긴장)오,,오,, 헬로! 나이스 픽처,, 유 알 어 굿 아티스트!"


"(뭐라뭐라)"


다른 나라 국기들에도 전부 다 1유로가 놓여있길래 나도 1유로를 두고 왔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건 참신한 Nudge다. 지금 <Nudge>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Nudge란 '강압하지 않고 부드럽게 상대방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매커니즘이 아닐까.


국가별 국기를 그려 놓는다. (화가는 다른 국가들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관광객들은 자기네 나라 국기를 찾아본다.(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 국기를 만나면 반가운 심리 이용)


▲다른 나라 국기에는 3유로가 놓여 있는데, 우리나라 국기에는 1유로밖에 안 놓여져 있다.


▲관광객들은 자기도 모르게 주머니에서 동전을 찾는다.(애국심 발동)


▲그 동전은 예술가 주머니로 들어간다..!



예술가 맞다. 순수 예술을 두고 괜히 내가 상업적으로 비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근데, 유럽 여행을 하는 중 신기한 쇼나 공연을 보고 감탄을 하고 나면 그들은 나에게 오묘한 눈빛을 쏜다.


'감탄했으면 가만히 있지 말고 주머니에서 뭣 좀 꺼내봐(Show me the money;)' 하는.


한 두번 겪은 게 아니라서 결국 '돈'으로 귀결된다. 유럽에 가면 유명 관광지에 갈 때마다 갖가지 장사치들을 만나게 된다.


개중에는 근본없는 깡패같은 장사치도 있고 나름 젠틀하게 다가오는 장사치도 있다. 이탈리아 편에서도 언급하겠지만, 그 중 끝판왕은 이탈리아 손목팔찌 장사치들이다. 그들은 콜로세움에 주로 서식한다. 이탈리아 편(마지막 편)에서 유럽에서 보고, 겪은 소매치기 유형을 총망라해봐야겠다.



3. 내셔널 갤러리


내셔널 갤러리. 대영박물관이랑 약간 비슷한 외관이다.


입장료는 무료다. 1층에서 폭발물 검사를 철저히 한다. 가방을 넣고 주머니를 털어야 한다. 비행기탈 때처럼.


나도 좋다. 유럽에서 테러가 한두번 일어난 게 아니니까. 3-4년 전쯤 빅벤 앞 다리에서 총격전이 일어난 걸 생각해보면 끔찍하다.



갤러리 내부. 다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이런 날이 언제쯤 다시 오려나. 오디오 가이드마저 이용하지 않으면 작품을 보고도 멈춰서지 않는다. 마트에서 물건 보고 지나치듯.


이왕 미술관에 온 것, 작품설명도 듣고 뭐라도 배워가야 하니까.


예술 까막눈인 나에게 오디오 가이드는 필수다. 아무리 오디오 가이드를 들어도 복습 없으면 전부 다 하늘로 휘발된다. 머리 속에 잠시 고여있다가 어차피 다 날아간다.. 미리 공부해뒀어야 하는데.


그래도 몇 작품 꼽아봤다.


<~~새에 관한 실험> 이런 제목이었다.


사진 아니다. 그림이다. 창밖으로 달빛이 들어온다. 가족들은 모여서 죽은 새를 바라보고 있다. 빨간 코트를 입은 과학자(?)는 뭔가 꿍꿍이가 있어 보인다.


명암 대비가 완벽하다. 작품 사이즈도 엄청 크다. 노란 불빛에 비친 살결을 붓으로 표현했는데 저토록 사실적이라는 점이 경이로웠다.



세븐시스터즈로 가던 길이 떠올랐다. 근대 유럽, 평범한 시골.


모네의 그림이었나. 모네가 그린 파란 하늘에 걸린 구름들은 뽀실뽀실 살이 쪄 있다.


솜사탕처럼 흐릿구리한 구름이 아니라 묵직하고 손에 잡힐 듯 질량이 있어 보이는 구름. 모네가 그린 하늘. 엉덩방아를 찧어도 좋으니, 그 시절 모네가 바라보던 경치 아래로 툭, 하고 떨어져보고 싶다.



<수련>이었나. 1,2,3편으로 시리즈가 있었던 것 같은데, 다른 시리즈들은 다른 미술관에 보관돼 있다.



이름은 모른다. 예뻐서 찍었다. 아름답다. 현대의 미인상과 딱 어울리는 외모다. 방송국 아나운서 같은.


귀족 가문 공주님 같다. 왼손엔 파레트를 들고 있다.




내셔널 갤러리에 대한 후기를 뭐라도 더 적어보고 싶지만 내 예술적 소양이 모자라다.


예술사, 유럽사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뭘 끄적일 수가 없다. 얕은 미술사 지식임에도 배운 건 있었다.


미술사에 있어서 '카메라의 발명'은 역대급 사건이다. 마치 '스마트폰' 개발로 인해 우리 삶이 크게 바뀐 것처럼.



1. 카메라 발명 이전까지, 미술의 목표는 '현실 재현' 혹은 '정보 전달'이었다.


- 누가 가장 현실과 비슷하게 그리나(초상화)

- 누가 Snow(요즘엔 SODA? 이거 쓰나,,) 카메라 쓴 것처럼 예쁘게 그리나(공주, 왕비)-뽀샵.

역사적 사건을 그림으로 남겨놓기

성경을 그림으로 남겨, 글을 모르는 일반 민중들이 성경을 이해하기.


2. 카메라 발명 이후, 미술의 목표는 여러 개로 분화됐다.


추상화(초상화 아님)가 생겨났다. 예술가 마음 속의 독특한 필링. 제멋대로 그리기.

- '니가 알아보든 말든 난 내 감대로 그릴 거야. 현실 재현 따위 I don't care.

- 문학의 '시'처럼, 그림들도 작가의 '함축적 의미(Coding)'를 내포하게 됐고

- 그 함축성을 푸는 것(DeCoding)은 관람객들의 몫으로 남겨지게 됐다.



맞은 편에 해리포터 박물관. 또 비가 온다. 화창했던 게 바로 2시간 전인데.




미술관 다 둘러보고 나서 쉑쉑버거로 향했다. 파이브 가이즈에 가려고 했었지만, 점심시간이 끝나고 잠시 브레이크 타임(Break Time)이었다. 다행히도 쉑쉑버거는 열어 있었다.


바로 전날 Patty&Bun을 먹고도 12시간만에 또 ShakeShack을 택한 이유는, 햄버거가 안전빵이기 때문,, 햄버거는 실패할 수가 없다.


다른 메뉴에 도박하기 싫었다. 강남역 쉑쉑버거에서 딱 한번 먹어 본 뒤로 두 번째 시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먹을 때에도 '진짜 비싸다' 생각하면서 먹은 햄버거였다. 1인분 세트 메뉴에 치킨 한 마리 가격이니까.




오른쪽 쉐이크 하나가 8유로.



4. 테이트 모던


왼쪽 아이는 동양 사람인 것 같고, 오른쪽 아저씨도 어디서 많이 봤는데,, 모르겠다.. 셰익스피어?


버스를 타고 테이트 모던으로 향했다. 테이트 모던은 대로를 끼고 있지 않다. 천변 근처 구석탱이에 있었다. 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Tate Modern Museum. 입구부터 대영박물관, 내셔널갤러리와는 다른 세상이다. 


관광객이 별로 없다. 참고로 이곳은 유료다. 그렇게 널리 알려진 미술관은 아닌 것 같았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이곳은 '현대미술'을 주로 전시한다. 1900년대 이후 작품들이다. 그래서 예수가 별로 없다.


오전에 갔던 내셔널 갤러리에는 피흘리는 예수와 그 신도들의 서사시가 가득했다. 나는 성경도 잘 모른다. 원래 예수에 관심이 없었던 터라 무슨 내용인지 흥미도 가지 않았고 딱히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내셔널갤러리에는 수천년의 유럽 예술사가 담겨 있다. 교회를 중심으로 문화의 꽃을 피운 유럽 입장으로서 예수 컨텐츠가 대부분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


이곳은 좀 달랐다. 예수 컨텐츠보다는 현대사, 세계대전, 추상화들이 주류를 이뤘다. 전시작품도 시기별로 다르다. 어떤 예술전이 열리고 있는지 미리 찾아보고 가면 좋을 것 같다.


지나치는 동양인이 있으면 '어느 나라 사람일까, 한국? 중국? 일본?'하고 알아맞히는 것도 여행 중 소소한 재미였다.



마음 속으로 '중국인이다'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이 실제 중국말을 하는 걸 들으면 퀴즈를 맞히는 것처럼 재미있기도 했었다. 나 혼자 하는 놀이다.


단체 패키지 코스에 테이트 모던은 없나보다. 대부분이 서양사람이었다. 그 중에서도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피카소다.  전시관 구석에 걸려 있었다. 옆 작품 설명란을 읽어보니 <Weeping Woman> 우는 여인이다.


그림은 작은 편이다. 노트북을 위 아래로 펼쳤을 때 나오는 크기만 하다. 형형색색이라서 눈에 확 띈다.


저 여인은 왜 울고 있을까. 양손을 입가에 갖다댄 채 울고 있다. 전쟁 때문에 울고 있나,




라디오가 다 켜져있다. 이 방에 들어서면 뭐라뭐라 수십개의 음성이 겹쳐서 들린다.


백남준! 세계적 미술관에 우리나라 작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생긴다.





테이트모던 전망대에서 바라본 템즈강 둔치. 숙소가 있던 캠든 타운 건물들은 낡은 편이다. 건물은 낡았어도 리모델링을 하고 외벽공사를 한다.


웬만해서는 다 허물고 새로 짓지는 않는 것 같았다.  템즈강 둔치 빌딩들은 달랐다. 서울에서 마주할 법한 고층 빌딩들이 즐비했다.


스카이라인 붕괴됐고 새로 지은 고층 빌딩들이 삐쭉삐죽 대가리를 내밀고 있다.


뿅망치로 툭툭 때려서 뚝배기를 집어넣고 싶었다.



5. 런던아이

런던아이.


근처 역(워털루역)에서 내려 런던아이까지 걸었다.


'영국까지 왔는데 런던아이 관람차 한번 타야지'라 생각하고 매표소 앞에 갔다. 20유로 이상을 내라고 했다.


쿨하게 뒤로 돌아섰다. '아까 테이트모던에서 런던 전경 봤으니까, 관람차 안 타봐도 돼', '4일 동안 질리도록 런던 봤잖아, 뭘 또 봐'. 나를 합리화시켰다.



대신 천변을 좀 걸었다.


점심에 쉑쉑을 먹은 뒤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관람차 앞에는 노상 포창마차들이 몇 개 서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번데기도 팔고 소주도 파는 점포같은 분위기였다.


가서 뭐라도 사 먹으려 했건만 장사를 마치고 있었다. 일찍 닫으니까 오후 5시에는 가야했다.


런던 아이를 배경으로 한 채 사진을 몇 방 찍고 런던아이를 떠났다.


별거없다. 타워브릿지에서 봤던 거나 런던아이나. 엄청 큰 관람차일 뿐.


다시 워털루역으로 돌아가는 길



워털루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위 행렬을 마주쳤다. 유럽인들은 자유 열망이 강한 것 같다.


마스크 쓰라고 했다고 시위하고 도시 셧다운했다고 화염병 날리고. 이 날은 무슨 일로 시위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멋졌다.


여행 중 마주치는 색다른 경험.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 젊은 시위자(?)들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6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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