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SNS를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SNS를 한다는 것은 (2)

by 수수


드디어 월요일 점심시간이 되었다.

구내식당에서 팀원 전체가 다 같이 식사하는 날이지만, 사라는 식단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따로 샐러드 도시락을 싸왔다.


팀 식사는 사라가 사진 촬영을 모두 마치고 나서야 시작했다. 사라가 알아서 찍고 편집할 거란 건 알지만 인플루언서란 이유로 워낙 유명세를 타고 입사한 사원인지라 팀원들은 배려 아닌 배려를 베풀었다.


사라는 팀에서 가장 사교적인 팀원이다. 스몰토크 물꼬를 틀기도 하고, 사내카페에서 마주치면 업무 이야기가 아닌 일상적인 대화도 곧잘 이어갔다. 사라 덕분에 퍽퍽한 팀 분위기 속에서 조금이나마 사람 냄새가 났다.


사라는 오늘의 스몰토크 주제를 '취미'로 정했고, 팀원들에게 요즘 주말에 뭐 하시냐, 취미는 없느냐 물었다. 대부분은 주말에 OTT를 본다거나, 게임을 한다거나, 가족이나 연인끼리 캠핑을 간다거나 하는 등의 대답들이었다. 그다지 특별하지 않고 평범했다.


딱히 반응을 할 게 없어 그렇구나. 하고 먹기 싫은 샐러드를 휘적휘적거리던 사라에게 팀 막내가 대답했다.


"저는 유기견 봉사 다녀요."


유기견 봉사? 레거시 미디어 공익광고에서나 들어본 건데, 그걸 직접 하는 사람은 처음 만났다. 좋은 일이긴 하지만 SNS에 올릴만한 사진은 한 장도 건질 수 없겠네.라는 생각부터 든 사라는 스스로에게 흠칫 놀랐다. 다른 사람들은 SNS 밖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알기 위해 했던 질문이 아니었던가? 눈을 살짝 감고 생각을 정리한 사라는 곧장 "아, 좋은 일 하시네요." 하고 건조하게 대답했다.


"입양될 수 있도록 최대한 사진 예쁘게 찍어주고 아이가 각인될 수 있도록 특별한 이름도 지어줘요. 특징 문구도 잘 살려서 입양 공고도 내고 있어요. 다 끝나면 견사 청소도 하고.. 뭐 그런 거예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팀 막내는 유기견 봉사에 대해 설명했다. 마치 사라에게, 아니 sarah.j 에게 부탁하는듯한 말투였다. 유기견들을 위 인플루언서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절실한 눈빛과 함께.


벌써 두 번째 방문이다. 사라가 팀 막내를 따라 유기견센터에 온 것이. 이곳은 입양 공고기간이 지나도 안락사를 하지 않는 센터였다. 하지만 유기견들은 좁은 견사 안에서 죽을 때까지 입양을 기다려야만 했다.


첫 번째 봉사 때는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왔던 터라 유기견 입양공고에 큰 힘이 되진 못했다. 그것이 계속 마음에 걸려 이번엔 사라가 촬영장비와 함께 사비로 강아지 옷들도 여러 벌 사 왔다. 사라가 봉사에 이리 진지하게 임할 거라고는 사라 자신도 몰랐고, 팀 막내도 몰랐다.


팀 막내는 유기견센터 SNS에 각 유기견마다 사람들 관심을 끌만한 문구와 아이들을 예쁘게 찍은 사진을 올려달라고 했다. 그거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리고 두 번이나 같이 와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연신 인사를 해댔다.


사라는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준비해 온 서큘레이터와 함께 버블건을 쏘았고, 그 사이로 예쁜 옷을 입은 유기견 한 마리, 한 마리를 값비싼 렌즈 안에 담았다. 햇살 아래 찍힌 유기견들은 하나같이 소풍 나온 유치원생처럼 밝았다.



그 후 작업은 사라에겐 더 쉬웠다. 인터넷 유행어, SNS에서 자주 쓰이는 후킹 문구 등을 총 동원해서 유기견 아이들의 스토리를 만들어 업로드를 완료했다. 총 10마리의 사진과 스토리를 완성하는데 3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딱 이것만이 사라의 임무였기에 사라는 촬영장비 정리를 순식간에 끝냈다. 집에 가서 sarah.j의 주말 브이로그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한 유기견이 눈에 띄었다. 노견인 건지, 아픈 건지 기력도 없이 엎드려 있었다. 다른 유기견들은 사람이 지나가거나 다가가면 반가워서 꼬리를 흔들며 짖어대기 바빴는데 이 아이는 그러지 않았다. 그냥 사라를 쳐다도 보지 않았다. 사라는 견사 앞에 쪼그려 앉아 오쪼쪼, 그 아이를 불러보았지만 미동도 안 했다.


사라에게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주 봉사를 오는지 센터 단체복인 파란 조끼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조끼들과 헷갈리지 않으려 매직으로 쓴 '한민철'이라는 세 글자가 보였다. 아마도 이 사람 이름 같았다.


"정말 고마워요. 우린 사진도 예쁘게 찍을 줄도 모르고 글도 재밌게 못 써요. 그래서 아이들이 입양을 못 가나 싶어 죄책감도 들었는데 사라 씨가 와줘서 안심이 되네요."


사라는 내가 그 정도인가. 싶긴 했지만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고, 이 능력으로 입사까지 했으니 부정은 못했다. 멋쩍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 이 아이 이름은 '윙크'에요. 이름 예쁘죠? 처음 발견했을 때 교통사고를 당했는지 외상이 너무 심했고, 한쪽 안구를 적출할 수밖에 없었어요. 구조 당시 때도 정말 순했어요. 지금도 순해요. 보시다시피. "


사라는 아. 그렇구나. 하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쪽 눈을 적출해서 이름이 '윙크'가 되었나 보다 했다. 한민철은 말을 더 이어갔다.


"안구 적출을 해서 '윙크'란 이름을 지어준 게 아니라 이 아이 처음 발견 당시 목걸이에 '윙크'라고 적혀 있었어요. 인식표 목걸이었는데 주인 번호는 없는 번호였어요. 인식칩도 없었고요. 주인이 버린 것 같진 않았어요. 아이를 구조할 때 진한 샴푸냄새가 났거든요. 씻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잃어버렸다는 거죠."


한민철은 차분하게 윙크의 이야기를 전했지만 사라는 갑자기 짜증이 확 솟구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것 같았다.


"인식표에 있던 번호, 없는 번호였다면서요? 그럼 버린 거죠, 뭐. 깨끗하게 씻겨서 버리면 누가 데리고 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고 버렸을 거예요. 자기 죄책감 덜자고 한 행동 그 자체. 저 아이 아픈 아이예요?"


사라의 공격적인 말투에 한민철은 조금 당황했지만, 윙크는 아픈 아이가 아니고 순한 아이라고 대답했다. 사라는 또 한 번 머리가 지끈거리고 짜증 났다. 버려진 것도 아닌데 저렇게 무기력하다고? 그게 아픈 거란다, 민철아.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윙크는 몇 살이에요?"


"처음 발견했을 때 3살로 추정했고, 보호소에 온 지는 1년이 되어가니 대충 4~5살 됐겠네요."



보호소에 있는 1년 동안 입양문의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사라는 주인이 찾을 생각도 없다고 확신했다. 버릴 거면 윙크라는 예쁜 이름은 왜 지어주고 인식표까지 만들어줬지? 강아지 한 마리 버리겠다고 번호까지 바꾼 것도 정말 대단한 정성이란 생각이 들었다. 윙크를 버린 사람들이 씸해졌다.


목요일이다. 사라가 두 번 봉사활동을 다닌 타격은 컸다. 팔로워가 빠지거나 악플이 달린 것도 아니고 아무 변화는 없었지만 sarah.j를 돌보지 못한 것 같은 죄책감 때문이었다.


목요 정례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을 같이 정리하던 중에 팀 막내가 말을 건넸다.


"사라 님, 그때 사진 찍어주신 10마리 중에 8마리는 입양 갔어요. 나머지 2마리도 입양 문의가 많대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팀 막내의 말에 사라는 꽤나 놀랐다. 사라는 업로드하면서도 입양 가기까지 한 달 정도는 걸릴 거란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꾸며놓고 사진을 보정해도 감출 수 없는 '유기견의 티'가 나서였다.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SNS용 사진이 되기엔 부족했다. 그런데 단 5일 만에 8마리가 입양을 갔다고? 사라는 당황했지만 금세 표정을 정돈했다.


"너무 잘 됐네요. 또 도움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언제든지 갈게요. "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팀 막내가 부탁을 늘어놓았다. 얜 뭐지? 싶을 정도로 정말 와다다 쏟아냈다.


"윙크라는 아이가 있어요. 품종견도 아니고 믹스견인데 모색도 얼룩덜룩 어두운 색이고, 체중도 7~8kg 나가는 덩치예요. 견사에서 한 번도 말썽 부린 적 없어요. 진짜 순해요. 근데.. "


흐린 말 끝에 무슨 말이 이어질지 사라는 알고 있었다. 안구 적출을 해서라고 하겠지.


"안구 적출을 해서 정말 이름처럼 윙크가 됐어요. 정말 너무 순한..."


"안 순해 보이던데요. 저 걔 알아요. 봤어요. 걔는 스토리텔링할 게 많아 보이던데 왜 센터 SNS에 공고가 없어요? 혹시 주인이 곧 찾을 것 같아서? "


한민철이 했던 말처럼 윙크가 순하다는 말을 듣기가 싫어 사라는 조금 날카롭게 질문했다.


"아.. 그게.. 윙크 사진을 올리면 혐오스러운 사진이라고 신고당해요. 그래서 올려도 삭제할 수밖에 없어요. 경고가 쌓이면 계정이 정지가 된대요. 센터 계정은 지켜야 해서요. "


뜻밖의 답변에 사라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윙크의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sarah.j 뒤에 숨은 천하장사 장사라의 인생 닮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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