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SNS를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SNS를 한다는 것은 (1)

by 수수

장 사 라.

사라의 부모님께서는 잘 살라는 뜻으로 지어주신 이름이다. 지만 사라는 초등학교 절 그 6년 동안 하루에 한 개씩 추가되는 별명에 진절머리가 났다. 그중 사라가 제일 싫어한 별명은 '천하장사'였고, 엄마 따라 마트에 가게 되는 날이면 계산대 위에 항상 놓여 있는 소시지 간식을 쳐다도 보기 싫었다. 참다못해 엄마에게 진지하게 개명해 달라며 부탁해 봤지만 엄마는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장사라'라는 이름을 두고 한두 명씩 예쁜 이름이라고 칭찬하기 시작했다. 마 사라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였을 것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사라는 본인 이름이 예쁜지 모르고 살았다. 그 지긋지긋한 천하장사 때문에.


이름이 예쁘다고 칭찬을 들을 때마다 사라는 '장사라'라는 이름이 좋아졌다. 자신이 '장사라'라서 그것 또한 좋았다. 그래서 더 이상 개명하고 싶지 않았다. 주변 환경이 변하니 가치가 달라진다는 진리를 찍 깨닫게 된 분에 사라는 진로도 빨리 잡다.


대학 전공은 영어영문학을 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라'라는 이름의 가치가 있을만한 학과였기 때문이다. 국에서도 통하고, 외국에서도 통하는 이국적인 이름이니까.


사라가 대학교 입학한 시기와 맞물려 스마트폰과 함께 SNS의 부흥기가 찾아왔다. 사라도 SNS를 시작했다. 사라는 본인 이름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기 때문에 SNS 계정 ID 또한 sarah.j로 지었다.


sarah.j
- Nakseong Univ.
- Department of English Language and Literature
- Today is better than yesterday


사라는 SNS 속 자기소개란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주변 반응도 예상대로였다. '이름이 예쁘니까 아이디도 예쁘다. '라는 반응들. 중학교 때 느꼈던 그 기분을 또 한 번 느꼈다. 사라가 게시물을 업로드할 때마다 꼭 한 명씩 아이디와 피드 분위기가 잘 맞는다며 언급을 해준 게 시작이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사라는 장사라로 살아가는 시간보다 sarah.j로 SNS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장사라는 sarah.j가 찾은 명소들을 따라다녀야 했다.


장사라에겐 웨이팅해야 하는 게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맛없던 브런치 가게도 sarah.j는 '은 만남, 맛있는 음식'이라는 글귀와 함께 그럴싸하게 찍은 음식 사진을 SNS에 올렸고 뿌듯해했다. 장사라에겐 그다지 특별하지도, 재밌지도 않던 여행지조차 sarah.j는 '그리울 시간들'이란 글귀와 함께 한껏 치장하고 꾸민 신의 사진을 함께 업로드했다.


이런 게시글이 150개가 넘었을 때쯤, 사라는 장사라와 sarah.j 중에 누가 진짜 자신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 사라는 대학을 졸업했다. 휴학 없이 졸업한 사라는 대학 생활 4년 내내 sarah.j 계정을 운영했고 팔로워가 12만 명에 육박하는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인플루언서라는 타이틀은 취업 난이도도 낮춰줬다. 사라는 sarah.j가 4년 만에 팔로워 12만 명을 만든 노하우를 자기소개서에 녹여냈고, 무난히 서류통과를 했다. 면접 또한 장사라가 아닌 sarah.j의 입장으로 보았다. 고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지금껏 팔로워를 모은 방법과 후킹 문구 등을 답변했더니 무난히 합격했다.


장사라의 인생이 아닌 sarah.j의 인생은 너무나 쉬웠다. 회사에 합격했다는 게시글 하나에도 12만 명의 팔로워들의 축하가 쏟아졌다. sarah.j의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12만 명을 쥐락펴락하는 콘텐츠 그 자체였다.


사라는 회사에 취직한 이후에도 sarah.j 계정, 아니 sarah.j의 인생을 위해 몸이 아픈 날에도 한껏 치장해서 외출하고, 사진을 찍고, 영상 편집을 하며 지냈다.


sarah.j의 인생은 찬란하고 빛났다. 사진 한 장에 좋아요 수 1~2만 개는 기본이었고, 댓글 또한 100~200개가 달리며 전부 sarah.j 를 찬양했다. 본명 또한 사라라서 더 분위기 있다는 댓글들도 심심찮게 달렸다. SNS 속 sarah.j의 가치는 매우 높았고 사라는 sarah.j의 가치 유지하는데 시간을 쏟았다.


그러다 문득 사라는 sarah.j 를 쫓아다니는 인생이 맞는 방향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정말 문득 빠진 고민이었지만 수심은 꽤나 깊었다. 12만 명의 팔로워들 덕분에 먹고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다. 장사라의 인생을 게시했다가 팔로워들 실망해서 sarah.j의 가치가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 라에게 장사라의 인생은 '천하장사'처럼 느껴졌다. 라는 사라를 어느 순간부터 sarah.j 뒤에 숨다. 사라는 시간이 흐를수록 장사라와 sarah.j 중에 누가 진짜 자신인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그런 사라는 얼마 전부터 궁금했다. 다른 인플루언서들은 정체성의 혼란은 없을까? 아니, 인플루언서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SNS 정 밖의 진짜 자신이 진정으로 뭘 좋아하는지 알까?


요즘은 바디프로필을 위해 운동하는 콘셉트로 SNS 방향을 잡은 사라는 이번 주 브이로그와 사진들을 편집해서 SNS에 업로드했다. 웬일인지 팔로워들의 반응을 살피지 않고 노트북을 종료했다. 나머지 시간은 장사라의 시간으로 보내보기로 했다.


그러나 10분도 가지 않아 사라는 sarah.j의 계정을 또 확인한다. 금 올린 브이로그에 대해 팔로워들의 반응은 제법 괜찮았다. 그래서 안심이 되었다. 이제 진짜 장사라의 시간을 보리라.


내일은 월요일이다. 팀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 같이 점심식사를 하는 날이다. 그때 다른 팀원들은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고 참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라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뒤,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서는 무의식적으로, 습관처럼 sarah.j 계정을 확인하가 잠이 들었다.


결국 사라는 이번 주마저 단 10분도 장사라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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