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대학생 큰 딸이랑 3박 4일 타이베이 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큰아이랑 나는 <상견니>라는 대만 드라마를 너무 좋아했기에 일명 ‘상친놈’이라고 스스로 불렀다. 드라마에 나오는 촬영지 등을 너무 가고 싶었고 대만이라는 나라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특히 나는 남자 주인공 중 허광한을 좋아했고 큰 애는 시백우를 좋아했다.
작은 아이는 올해 고3이 되었기도 하고 그 드라마를 안 보았기에 대만에 별 관심이 없었다. 사실 해외여행 3박 4일 데려가도 되긴 하지만 예전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작은 아이는 해외 여행 가기 한 달 전부터 마음이 들떠서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 다행히 고모네 집에 잠시 가서 있기로 해서 홀가분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1/22-1/25(월~목) 오전 9시 인천 출발, 오후 11시 인천 도착으로 꽉 찬 일정이었다. 가기 전 대만 여행에 대해 이것저것 준비를 하다가 대만에서 주는 여행지원금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가 그 행운이 우리에게 돌아올 줄은 몰랐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뽑기를 했는데 우리 둘 다 여행지원금을 받게 되었다. 합해서 거의 40만원이었다. 물가가 싼 대만에서 우리는 경제적 자유를 느꼈고 쇼핑하느라 여행이 더 즐거웠다.
공항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갔다. 호텔에 짐 맡기고 시먼역을 구경하였다. 시먼역은 우리나라의 명동과 같은 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점심을 먹어야 했는데 미리 검색한 곳을 찾아가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시먼역에서 아무 음식점을 갔다. 그곳은 마치 중국집 같은 분위기였다. 음식은 그런대로 입맛에 맞았다.
다음은 전철을 타고 중정기념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날씨가 관건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에 한파가 시작되었는데 대만 역시 추웠다. 우리는 한국에서 입던 그대로 옷을 입어야 했다. 중전기념관에서 교대식을 보고 사진을 대충 찍고 다시 전철을 탔다.
이번 여행의 핵심 타이베이에 있는 상견니에 나온 까페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역시 구글맵으로만 의지하고 찾아가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딸아이가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다음은 또 다른 명동거리? 아마 타이베이의 홍대 느낌? 융캉제에 가서 거리를 구경하고 저녁으로 동파육을 먹었는데, 와~ 정말 맛있었다. 그렇지만 너무 많이 시켰기에 포장해서 호텔로 돌아와 맥주와 함께 먹었다. 지원금으로 밤마다 편의점 털이하고 맥주를 사다 마시는 게 이번 여행의 포인트였다.
다음날은 예스폭지 1일 관광을 하기로 한 날이다. 그러나 아침부터 비가 오는 것이었다. 게다가 너무 추웠다. 취소하려고 했는데 당일 취소는 안된다 하여 그냥 여행사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갔다. 그런데 안 갔으면 큰일날 뻔했다. 결론은 너무 좋았다. 예류는 그야말로 자연의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우비를 입어야 했지만 그래도 볼 만했다. 튼튼한 우비는 싸고 좋았다.
다음은 스펀으로 가서 풍등을 날리었다. 거기서 온 가족의 안녕과 건강을 빌고 맛있는 닭날개 볶음밥과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다음은 진과스 폭포! 대만의 나이아가라 폭포라고 하지만 그럭저럭 뭐 볼 만은 했다.
거기서 먹은 소세지구이는 마늘과 함께 먹으니 환상이었다. 그 다음은 대망의 지우펀, 타이베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다. 오늘은 비오는 데다가 평일이어서 그렇게 많은 건 아니라고 하지만 골목골목마다 사람이 꽉 차 있었고 사진 찍는 핫스팟에서는 어김없이 줄을 서야 했다. 맛있는 새우 완자도 사 먹고 기념품과 선물도 사고 버스에 다시 올랐다. 숙소로 돌아오니 9시였다. 그런데 함께 다녔던 마이리얼트립 가이드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 좋았다. 장나라를 닮아 예쁜데다 싹싹하고 친절해서 후기를 바로 올려주었다. 그것도 정성스럽게 말이다.
3일 차에는 딸이랑 전철과 버스로 홍마오청, 진리대학, 단수이를 구경하러 갔다. 단수이에서 버스 타고 좀만 가면 홍마오청과 진리대학이었다. 그 곳들은 너무 예뻤다. 사진이 매우 잘 나왔다.
단수이는 약간 우리나라 영종도, 을왕리 분위기였다. 오늘은 날씨가 좀 따뜻한 편이었고 하늘은 맑아서 사진 찍기 아주 좋았다. 특히 단수이에서 먹은 대왕 오징어 튀김이 대박 맛있었다. 맥주를 부르는 맛이라 당장 편의점으로 달려가 맥주를 사고 바다를 보며 마셨다. 그리고 그 유명한 스벅에서 커피를 마시며 노을을 기다렸다.
다시 단수이로 돌아와 유명한 스타벅스 2층에서 커피를 마셨다. 날씨가 흐려 노을은 기다리지 않고 그냥 나왔다. 그러다 다음 관광지를 위해 전철을 타고 스린야시장으로 갔다. 스린야시장은 스린역이 아닌 젠탄역에 내려야 한다. 야시장에는 볼 게 많았고 먹을 게 많았다. 하지만 좀 거리가 지저분해 보여서 딱히 오래 있고 싶지 않아 미라마 관람차를 타러 갔다. 버스 타고 젠난루역 앞에 가서 미라마 대관람차를 탔다. 스린 야시장 앞 무료 셔틀버스 있다던데 잘 몰라서 그냥 일반 버스를 탔다. 시간은 한 25분 소요되었고 관람차는 15분 정도 소요되었다. 꼭대기는 후덜덜 무서웠다. 거기서 101타워도 보였다. 젠난루역은 신도시 분위기였다. 약간 우리의 일산 분위기였다.
마지막 날은 타이베이 101타워에 갔지만 날씨가 흐려 올라가지는 않았다.
블로그에서 본 화산 1914에 갔다. 마치 우리나라 성수동, 문래동 분위기여서 마음에 쏙 들었다. 거기서 먹은 간식과 특히 일식이 맛이 있었다. 3일 내내 조식으로 대만 음식을 먹었더니 질려서 일식이 들어가자마자 속이 편해졌다. 숙소로 돌아와 공항으로 출발하여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대만 여행을 하며 느낀 점을 간단히 쓰면,
첫째, 날씨는 하필이면 제일 추울 때 온 것 같았다. 한국에서 입던 패딩과 니트 그대로 입고 다녔고 목도리도 하고 다녔다. 핫팩도 준비했는데 예스폭지 때 유용하였다. 경량우산을 가방에 항상 들고 다녔다. 시시때때로 대만은 비가 오는 나라였다.
타이베이 가든호텔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암막 커튼 치면 춥지 않았고 생각보다 넓었고 밤마다 욕조에 몸 담그니 피로가 잘 풀렸다. 시먼역에서 10~15분 걷지만 걸어다닐만 했고 오히려 역 주변 숙소보다 조용하고 좋았다.
둘째는 교통이다.
자유여행 어떻게 할까 걱정 많이 했는데 대만 지하철 최고였다.
표지판의 글씨는 매우 크고 노선마다 색깔별로 구분되고 무엇보다 관광지들이 지하철 내리면 바로~똭~! 그리고 환승하는 거 엄청 편해서 우리나라처럼 많이 걷지 않는다. 여러모로 우리나라 지하철보다 편한 것 같았다. 대만지원금으로 받은 아이패스로 다 돌아다녔다. 버스도 몇 번 탔는데 친절한 대만 사람들이 하차 지점을 잘 가르쳐 주어서 감동이었다. 아이패스 쓰느라 매일 밤마다 편의점 털어야 하는 행복한 스트레스도 이번 여행의 잊지 못할 기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