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새로운 시작을 위해 몸과 마음을 추스렸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내의 권유로 블로그를 배워서 시작했다. 시작하면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한참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컨텐츠는 성격상 못하겠고, 직업상 클래식과 오페라 그리고 나의 관심은 인문학이었기에 이 세가지 주제로 소통을 하겠다 마음 먹었다. 일단 블로그 조사를 했더니, 지식/교양은 인기가 없는 부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 하고 관심있는 것을 하는 것이 꾸준함의 원동력이기에 1월 9일 블로그를 시작했다.
인문학의 3학 4과를 기반으로 미술, 음악, 과학 그리고 영화와 나의 생각까지 이렇게 5개 분야의 글을 일요일 제외하고 매일 쓰기 시작했다. 글은 뒤죽박죽, 방향을 잃은 채 적혀졌지만, 글쓰는 순간은 나를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아직도 나에 대한 정리는 진행 중이며 시간이 지날 수록 주제도 떨어져 간다는 압박도 생겼다. 여러 주제가 방대하게 펼쳐진 나의 블로그를 보면서 '참 인기 없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지만, 그저 웃긴다. 아내는 영혼없이 '꾸준히 하면 되, 잘하고 있어' 위로 해주지만 그것도 그저 웃긴다. 그렇게 매일 웃기며 웃기는 글을 쓰고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 아내에게 네이버 피드 메이커 3기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러 분야의 블로거들을 선별해 4개월 간 글의 노출을 돕는 프로그램이었다. 신청하게 되었고, 9월 중순, 나는 피드 메이커 3기에 선발이 되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기존의 틀을 유지하며 다시 똑같이 매일 글을 쓰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블로거분께 연락이 왔다. 모임에 초대를 하고 싶다 하시며 말이다. 고민을 했지만, 글 쓰시는 분들이 모인 곳이라 소개하셨기에 용기내어 참여하게 되었다. 그곳은 '인문학 향기 충전소'라는 모임이었다. 책을 이미 출판하신 분들과 인문학을 사랑하시는 분들, 그리고 서로 강연을 나누며 사유하는 공간이었다. 피드 메이커 3기를 하면서 가장 유익한 순간이었다.
지금은 각자의 글을 다듬에서 자비 출판(펀딩)을 준비하고 있다. 보잘것 없는 글을 다시 들춰내어 정리하는 일은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과정을 내가 직접해 볼 수 있다는 경험은 나를 미친듯이 흥분시켰고, 가끔 분노의 괴성을 지르기도 하지만 또 그저 웃긴다. 내가 언제 이런 일을 해보며, 나의 책을 내놓는 일을 해볼 수 있을까. 이제 나도 작가님이 될 수 있을까.
그래서 요즘 나는 자주 웃는다. 불안해서, 설레서, 감당하기 벅차서 웃는다.
이 웃음이야말로, 내가 이 길을 진짜로 걷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오페라 연출을 하면서 어렵고 힘들고 괴로운 일들이 많지만 늘 웃었다.
글을 쓰면서 웃게 된 것은 내가 이 일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네이버 피드 메이커 3기가 끝날 때, 잠시 '욱'하긴 했다. 조회수와 방문자 수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3일이 지난 후, 또 웃었다. 도움은 도움일 뿐 나의 길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피드 메이커는 내가 웃을 수 있는 또 다른 길과 그 길을 걷는 것이 맞다는 증거를 준 것이다.
오늘도 또 웃으며 허접한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