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인문학 32

헝가리 부다페스트

by Polymath Ryan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는 정치, 산업,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다. 인구는 약 180만 명이고 중앙 유럽 최대의 도시이다. 서쪽의 부다와 동쪽의 페스가 합쳐져 오늘날의 부다페스트가 된다. 이 도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되어있다. 부다페스트의 역사는 서기 89년경 건설된 로마 제국의 아쿠인쿰(Aquincum)성에서 시작된다. 900년경 헝가리인의 조상인 마자르인들이 헝가리 왕국을 세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부다페스트는 처음부터 하나의 도시가 아니었다. 다뉴브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 부다와 페스트는 오랫동안 서로 다른 삶의 형식을 유지해왔다. 언덕 위의 부다는 권력과 기억의 공간이었고, 평지의 페스트는 상업과 시민의 공간이었다. 두 도시는 1873년에 공식적으로 하나가 되었지만, 이 결합은 통합이라기보다 공존에 가까웠다. 부다페스트는 그렇게, 처음부터 분열을 내부에 안은 채 출발한 도시다.


이 도시의 역사는 연속적인 발전의 서사가 아니다. 오히려 반복되는 정복과 전환의 기록이다. 오스만 제국의 점령, 합스부르크 제국의 지배, 민족주의 혁명과 그 좌절, 그리고 20세기의 사회주의 체제까지. 부다페스트는 언제나 ‘자기 것이 아닌 질서’와 함께 살아야 했다. 그 결과 이 도시는 어떤 체제에도 완전히 자신을 내맡기지 않는 태도를 습득한다. 열광보다는 거리두기, 신념보다는 의심이 이 도시의 기본 정서가 된다.


1956년 헝가리 혁명은 부다페스트의 성격을 결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이 도시는 분명 저항했지만, 승리하지는 못했다. 탱크 앞에 선 시민들의 기억은 영웅적 서사로 완결되지 않았고, 대신 패배를 기억으로 남았다. 부다페스트는 혁명을 신화로 만들지 않았다. 그 대신 실패를 오래 기억하는 법을 택했다. 이 점에서 부다페스트는 혁명의 도시라기보다, 좌절 이후를 살아내는 도시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다뉴브 강은 이 도시에서 단순한 자연 경관이 아니다. 강은 시간의 경계이자 사유의 선이다. 부다 쪽에서 내려다보는 도시는 과거의 무게를 담고 있고, 페스트 쪽에서 바라보는 도시는 가능성과 불안을 동시에 품고 있다. 다리를 건너는 행위는 공간 이동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역사 인식 사이를 오가는 일에 가깝다. 부다페스트에서 걷는다는 것은, 하나의 확신에 머무르지 않는 연습이다.


이 도시가 길러낸 인간상은 명확하다. 승자의 자부심을 가진 시민이 아니라, 역사를 견뎌온 생존자다. 부다페스트의 시민성은 열정적이지 않다. 대신 기억력이 길고, 권력에 쉽게 설득되지 않는다. 이곳에서 권력은 늘 임시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어떤 체제도 영원하다고 믿지 않는다. 그래서 부다페스트는 말한다. “우리는 많이 바뀌었고, 그래서 쉽게 믿지 않는다.”


오늘날 부다페스트는 아름다운 야경으로 기억되곤 한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화해의 결과라기보다, 긴 긴장 위에 놓인 균형에 가깝다. 이 도시는 분열을 제거하지 않고, 그 위에서 살아가는 법을 택했다. 완전한 통합 대신 불완전한 공존을 선택한 도시. 그 선택은 하나의 철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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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는 우리에게 묻는다.

하나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하나처럼 생각해야 하는가. 혹은, 다름을 유지한 채 함께 사는 것이 더 윤리적인 선택은 아닌가.


부다페스트는 답을 서두르지 않는다.

이 도시는 늘 둘로 남은 채, 조용히 견뎌온 도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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