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

세상에 균열을 내다

by Polymath Ryan


독일의 이론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191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과학자이다.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는 '양자 이론'의 기반이 되는 '양자화'의 질문을 던진 것이다. 양자는 실존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당시, 그는 세상은 양자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가정을 세웠다. 즉 에너지는 무조건 연속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과거에서 불연속을 가정해야 세상이 설명된다는 질문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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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는 단절의 세기였다. 제국은 붕괴했고, 예술은 조성을 잃었으며, 인간은 더 이상 자기 자신을 투명하게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이 거대한 균열의 시작점에는 혁명 선언도, 총성도 아닌 하나의 조심스러운 작은 가정(의심)이 있었다. 1900년, 막스 플랑크가 제시한 한 줄의 공식은 근대가 수 세기 동안 붙들어 왔던 세계관에 미세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균열을 냈다.


19세기 말의 물리학은 거의 완성된 학문처럼 보였다. 뉴턴의 역학과 맥스웰의 전자기학은 자연을 매끄럽고 연속적인 함수로 설명했고, 세계는 원칙적으로 예측 가능하다고 여겨졌다. 에너지 연속성은 단지 물리학의 전제가 아니라 근대 이성 전체의 신념이었다. 자연은 합리적이며, 인간의 이성은 점진적으로 그것을 파악할 수 있다는 확신. 플랑크 역시 이 믿음 안에 있던 인물이었다. 그는 혁명가가 아니라 질서를 신뢰한 보수적인 이론물리학자였고, 기존 체계를 구하고자 했다.


그러나 흑체복사 문제는 이 질서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음을 드러냈다. 고전이론은 실험 결과 앞에서 무력했고, 계산은 자연을 설명하지 못한 채 발산했다. 플랑크는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도 믿기 어려운 가정을 도입한다. 에너지는 임의의 값이 아니라 주파수에 비례하는 최소 단위, 즉 E=hv(플랑크 상수)의 정수배로만 흡수되고 방출된다는 가정이었다. 중요한 점은, 플랑크가 여기서 ‘양자’라는 실재적 입자를 발견했다고 믿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에게 이 불연속성은 자연의 본질이라기보다, 계산을 가능하게 만드는 형식적 장치에 가까웠다.


바로 이 지점에서 흔한 오해가 발생한다. 플랑크는 흔히 ‘양자를 발견한 과학자’로 불리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는 양자라는 물리적 대상을 발견하지 않았다. 그가 한 일은 세계가 연속적으로 행동한다는 전제를 포기하지 않으면 자연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다시 말해, 그는 ‘양자’를 제시한 것이 아니라 ‘양자화’라는 불가피한 가정을 도입했다. 이 조심스러운 가정이 이후 아인슈타인에 의해 광양자라는 실재적 해석으로 확장되고,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를 거치며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발전한다.


플랑크 자신은 이 흐름을 끝까지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자연이 궁극적으로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질서를 갖고 있다고 믿었으며, 양자론이 혼돈이나 우연을 정당화하는 이론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그가 연 이 작은 균열을 통해 세계는 더 이상 완전히 이해 가능한 대상으로 남아 있을 수 없게 되었다. 관측자는 관측 대상과 분리될 수 없게 되었고, 확실성은 확률로 대체되었다.


이 과학적 균열은 곧 인문학과 예술로 번져 나갔다. 쇤베르크의 무조음악은 중심음을 상실했고, 문학은 파편화되었으며, 철학은 이성의 한계를 묻기 시작했다. 세계는 더 이상 부드럽게 흐르지 않고, 도약과 단절을 통해서만 변한다는 불연속의 감각이 시대의 공기가 되었다. 플랑크의 공식은 자연에 대한 설명을 넘어,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그는 끝까지 과학이 진리에 다가갈 수 있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세계를 설계한 사람이 아니라, 기존 세계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음을 최초로 증언한 인물이었다. 그 작은 질문이 세상의 다리를 파괴하지는 않았지만, 되돌아 올 수 없게 만들었다.


막스 플랑크의 업적은 완성된 해답이 아니다. 그것은 되돌릴 수 없는 질문이다. 세계는 정말 연속적인가? 인간의 이성은 자연을 완전히 포착할 수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20세기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한 혁명가의 선언이 아니라, 질서를 구하려 했던 한 학자의 조심스러운 가정에서 비롯되었다. 플랑크는 양자를 ‘발견’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더 이상 예전과 같을 수 없음을 최초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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