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인문학 34

이탈리아 볼로냐

by Polymath Ryan


붉은 도시의 철학 — 볼로냐를 읽는 네 가지 방법


기원전 190년, 로마는 아펜니노 산맥 북쪽 기슭의 작은 도시를 정복하고 이름을 붙였다. 보노니아. 켈트족 갈리아인들이 살던 땅을 로마의 도로망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이후 이 도시는 동고트족에 점령되고, 비잔틴 제국의 지배를 받고, 신성 로마 제국의 영토가 되었다가, 12세기에 이르러 강력한 자치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1249년에는 신성 로마 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군대를 격파하고 그의 사생아 엔초를 포로로 잡았다. 수많은 제국이 이 도시를 삼키려 했지만, 볼로냐는 매번 살아남았다. 도시가 단단한 것은 성벽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기질 때문이다.


그 기질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 1088년이다. 볼로냐 대학교가 세워진 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스스로를 '알마 마테르 스투디오룸(Alma Mater Studiorum)', 즉 모든 학문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곳. 처음에는 교회법과 민법을 가르쳤고, 이후 유럽 전역에서 학자들이 몰려들었다. 단테가 이곳에서 공부했고,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의 씨앗을 품은 채 이 도시를 거쳐 갔다. 갈바니는 이곳에서 생체전기를 발견했고, 마르코니는 이곳 출신으로 무선통신의 문을 열었다. 특히 인문학의 대가인 페트라르카도 볼로냐 동문이다. 대학이 도시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 자체가 대학이었다. 강의실이 볼로냐 시 전역에 흩어져 있었고, 지식은 거리로 흘러나왔다. 그 전통은 지금도 살아 있어, 강의가 시작되는 계절이면 도시 인구 40만이 50만으로 불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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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식이 거리로 흘러나올 수 있었던 것은 포르티코 덕분이었다. 포르티코는 볼로냐의 아케이드, 건물 1층을 기둥으로 받쳐 만든 열주 보행로다. 총 길이 38킬로미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공간은 단순한 건축 양식이 아니다. 11세기부터 시민들이 공공 공간을 활용해 만들기 시작한 이 복도는 비를 피하게 해주고, 햇볕을 막아주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머물게 만들었다. 머무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생각을 교환한다. 포르티코는 볼로냐가 만들어낸 사유의 인프라였다. 걷는 것이 곧 토론이 되는 도시, 거리 자체가 광장이 되는 도시. 소크라테스가 아고라를 걸으며 철학을 했듯, 볼로냐 사람들은 포르티코를 걸으며 세상을 논했다.


중세 볼로냐의 하늘에는 100개가 넘는 탑이 솟아 있었다. 귀족 가문들이 권력과 부를 과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세운 것들이었다. 당시 볼로냐는 '이탈리아의 맨해튼'이라 불릴 만큼 탑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그 탑들은 결국 공동체의 힘에 자리를 내주었다. 볼로냐는 일찍부터 협동조합의 도시였다. 오늘날에도 볼로냐 시민 대부분은 하나 이상의 협동조합에 가입해 있고, 경제 위기가 오면 조합들이 서로 돕는다. 개인의 탑이 아니라 공동의 지붕을 선택한 도시. 그것이 볼로냐가 붉은 도시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이기도 하다. 붉은 벽돌 지붕이 도시를 덮고 있지만, 그 붉음은 건축 재료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함께 쌓아 올린 것들의 색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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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는 또한 먹는 도시다. 볼로네제 파스타, 모르타델라 소시지, 프로슈토. 이탈리아 음식의 수도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 볼로냐의 음식 문화를 단순히 미식으로만 읽는 것은 절반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다. 먹는다는 것은 볼로냐에서 하나의 철학이다. 느리게, 함께, 충분히. 포르티코 아래 1465년부터 문을 연 오스테리아 델 솔레에서 사람들은 지금도 와인 한 잔을 앞에 두고 몇 시간씩 앉아 있다. 서두르지 않는다. 식탁이 곧 광장이고, 음식이 곧 대화다. 이 도시에서 삶의 속도는 지식의 깊이만큼 느리다.


볼로냐는 화려하지 않다. 로마의 콜로세움도, 피렌체의 두오모도 없다. 그러나 이 도시에는 다른 것이 있다. 천 년의 지식이 쌓인 거리, 사람을 머물게 만드는 보행로, 탑보다 오래가는 공동체, 그리고 느리게 사는 법. 도시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철학을 닮는다.


볼로냐를 걷는다는 것은 그 철학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붉은 지붕 아래, 포르티코의 그늘 속에서, 이 도시는 오늘도 묻는다. 당신은 얼마나 느리게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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