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바리나시
새벽, 갠지스강 위로 안개가 깔린다. 강변 계단인 가트에는 이미 사람들이 모여 있다. 누군가는 강물에 몸을 담그고, 누군가는 불꽃을 피우며 기도한다. 저 멀리에서는 시신 하나가 불길 속으로 들어간다. 삶과 죽음이 같은 강변에서, 같은 시간에 펼쳐진다. 이 장면은 오늘의 것이 아니다. 3,500년 전에도, 1,000년 전에도, 어제도 이 강변에서는 똑같은 아침이 밝았다.
바라나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살아있는 도시다. '살아있는'이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오래된 도시는 많지만 대부분은 한때 폐허가 됐거나, 다른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거나, 박물관 속 유물로만 남아 있다. 로마는 약탈당했고, 아테네는 오스만 제국의 지배 아래 잠들었으며, 많은 고대 도시들은 모래 아래 묻혔다. 바라나시는 달랐다. 단 한 번도 버려지지 않았다. 기원전 1500년부터 지금까지, 이 도시에는 언제나 사람이 살았고, 불이 꺼지지 않았고, 강물에 기도가 흘렀다.
붓다도 무굴도, 이 도시 앞에서는 멈췄다
바라나시의 역사는 어느 한 문명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원전 6세기, 붓다는 깨달음을 얻은 직후 이 도시 근처 사르나트로 향했고 그곳에서 첫 설법을 했다. 불교의 역사가 시작된 장소가 바라나시의 품 안에 있다. 힌두교에서 바라나시는 단순한 성지가 아니다. 시바 신이 직접 세운 도시, 신이 거주하는 땅이라고 믿는다. 이 도시에서 죽으면 해탈한다는 믿음 때문에, 수천 년간 인도 전역에서 사람들이 죽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사원이었다.
12세기, 무굴제국이 인도를 장악하면서 수많은 힌두 사원이 파괴됐다. 바라나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우랑제브 황제는 이 도시의 사원들을 허물고 그 자리에 모스크를 세웠다. 하지만 도시는 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돌아왔고, 다시 기도했고, 또 다른 사원을 지었다. 외부의 권력이 도시의 형태는 바꿀 수 있었지만, 도시의 본질은 바꾸지 못했다. 바라나시는 정복된 적이 있어도, 굴복한 적은 없었다.
죽음을 감추지 않는 도시
세계 대부분의 도시에서 죽음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병원 안에, 장례식장 안에, 높은 담 너머에. 우리는 죽음을 일상에서 분리한다. 바라나시는 다르다. 마니카르니카 가트에서는 하루 24시간, 365일 시신이 불탄다. 연기가 거리를 가득 채우고, 사람들은 그 옆에서 밥을 먹고, 아이들이 뛰어논다. 죽음이 삶의 한가운데 있다.
처음 이 장면을 접하는 이방인은 충격을 받는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 도시가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죽음을 숨기는 것이 죽음을 극복하는 것인가? 죽음을 보지 않으면 죽음이 사라지는가? 바라나시 사람들은 수천 년간 이렇게 살아왔다. 죽음을 옆에 두고, 그러면서도 아침을 맞이하고, 강물에 몸을 담그고, 꽃을 띄우고, 노래를 했다. 어쩌면 죽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삶을 가장 충실히 사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가장 많이 쌓인 곳에서
바라나시를 이해하는 열쇠는 시간이다. 이 도시는 시간을 이긴 것이 아니다. 시간과 함께 흘러온 것이다. 3,500년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나이가 아니다. 그 시간 동안 이 도시를 거쳐간 인간들의 기도, 눈물, 노래, 재가 켜켜이 쌓인 무게다. 갠지스강 물은 흘러가지만, 강은 그 자리에 있다. 사람은 죽어 재가 되어 강으로 돌아가지만, 도시는 남는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말했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강물은 늘 새로운 것이니까. 하지만 바라나시의 갠지스강 앞에 서면 그 명제가 흔들린다. 물은 바뀌었지만, 3,500년간 이 강에 발을 담근 인간의 행위는 바뀌지 않았다. 기도는 계속됐고, 불은 꺼지지 않았고, 새벽이면 사람들이 강으로 나왔다. 어쩌면 변하지 않는 것은 물이 아니라, 물 앞에 선 인간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이 도시가 우리에게 묻는 것
우리는 지금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10년 전의 기술은 구식이 되고, 5년 전의 상식은 뒤집힌다. 새로운 것이 곧 좋은 것이라는 믿음이 지배하는 세계. 그 세계에서 바라나시는 이상한 존재다. 이 도시는 현대화에 저항하지도, 완전히 굴복하지도 않는다. 골목에는 스마트폰을 든 젊은이와 수천 년의 의식을 치르는 사제가 공존한다. 강변에서는 셀카를 찍는 관광객 옆에서 누군가의 죽음이 불꽃으로 피어오른다.
바라나시는 우리에게 묻는다. 무엇이 남는가. 권력도 제국도 이 도시를 끝내지 못했다. 남은 것은 사람들의 믿음이었고, 강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었고, 꺼지지 않는 불꽃이었다. 3,500년의 시간을 버텨낸 것은 건물이 아니었다. 이 도시를 살아있게 만든 것은 매일 아침 강으로 나오는 인간이었다.
가장 오래된 살아있는 도시 바라나시는 오늘도 새벽을 맞는다. 안개 속에서, 불꽃 속에서, 기도 속에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이는 그 도시에서, 사실 시간은 가장 선명하게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