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디자인
파리에 출장을 갔을 때였다. 루브르 박물관에 들어서면서 나는 드디어 모나리자를 직접 보게 되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수없이 사진으로 보았지만,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그 기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그림 앞은 인파로 가득했고, 바리케이드는 꽤 멀리 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림은 생각보다 훨씬 작았다. 77센티미터 너비의 작은 그림이 거대한 전시실 벽에 걸려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렌즈를 통해 그림을 보고, 셔터를 누르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맨눈으로 그림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나도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이상한 감각이 들었다. 이렇게 멀리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 틈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본 것인가. 모나리자의 얼굴은 보았다. 하지만 그 뒤에 있는 것은 보지 못했다.
그림 뒤에 있던 세계
나중에 찾아보니 모나리자의 배경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구불구불한 길, 강, 다리, 멀리 보이는 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그 배경을 허투루 그리지 않았다. 그는 원근법을 의도적으로 비틀어 왼쪽과 오른쪽 배경의 수평선 높이를 다르게 설정했다. 그래서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림의 느낌이 달라진다. 모나리자의 표정이 각도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배경의 비대칭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다.
그런데 루브르에서 그것을 느낀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바리케이드 너머에서 휴대폰 화면으로 그림을 보던 우리에게, 그 배경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았다. 모나리자의 얼굴. 그 유명한 미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앞에서, 우리는 정작 그 그림의 절반을 보지 못하고 돌아선 것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날 루브르에서의 경험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것은 단순히 모나리자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아니었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었다. 우리는 언제나 보이는 것, 보고 싶은 것에 집중한다. 강렬한 것, 익숙한 것, 이미 알고 있는 것.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는 좀처럼 보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게으름이 아니다. 인간의 인식이 본래 그렇게 작동한다. 우리의 뇌는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에 집중하고 나머지를 걸러낸다. 모나리자 앞에서 우리의 뇌는 '얼굴'을 선택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그 자연스러운 반응이,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만들어낸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멜로디를 듣는다. 귀에 걸리는 선율, 가사, 리듬. 하지만 그 안에 흐르는 화성의 구조, 대위법의 논리, 음들 사이의 긴장과 해소 등은 들리지 않는다. 정확히는, 들으려 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을 듣기 시작하는 순간, 음악은 전혀 다른 세계가 된다.
표지에 담긴 질문
루브르에서 돌아온 후, 이 경험이 책의 표지 디자인으로 이어졌다. 필자의 첫 책이라 직접 디자인을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우리가 항상 보는 것. 강렬하고, 신비롭고, 시선을 붙드는 것의 의미로 앞표지에는 모나리자의 눈을 넣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것, 그녀 뒤에 분명히 존재했지만, 그녀의 얼굴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세계를 의미하며 뒷표지에는 모나리자의 뒷배경을 넣었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보자는 의도였다.
책을 손에 든 독자가 앞표지에서 뒷표지로 넘기는 그 순간, 이미 이 책이 말하려는 것을 경험하게 되기를 바랐다. 설명하기 전에, 먼저 느끼게 하고 싶었다.
보는 법을 바꾸면
이 책은 음악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보는 법에 관한 책이다. 음악 안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질서를 발견하는 것. 그리고 그 질서가 음악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것. 바흐의 푸가에서 발견한 구조가 자연의 패턴 안에 있고, 역사의 흐름 안에 있고, 인간 관계의 역학 안에 있다.
루브르에서 모나리자의 배경을 보지 못하고 돌아선 것처럼, 우리는 매일 수많은 것들을 보지 못한 채 지나친다. 그것이 우리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보는 법을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의도를 갖는 것. 강렬한 것 너머를 보려는 노력. 그 노력이 쌓일 때, 세계의 구조가 달라 보이기 시작한다.
예술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질서를 먼저 감지해왔다. 그리고 그 질서를 감지하는 눈을 가진 사람은, 세계를 조금 다르게 살아간다.
이 책이 그 눈을 여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모나리자의 눈만 보던 시선이, 언젠가 그 뒤의 풍경으로 향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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