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프코리아 호스트 워크샵
9월의 초입, 강원도 원주의 숲이 품은 우들라 농장에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모여들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우프(WWOOF) 호스트들은 저마다의 삶과 농장을 이야기하며, 서로의 길을 비추는 따뜻한 빛이 되었다.
첫 번째로 나선 정원석 호스트(우들라 농장)는 퍼머컬처를 기반으로 한 자신의 농장을 천천히 소개했다. 숲과 농장이 한 몸처럼 이어진 공간, 그곳에서 그는 사람들에게 단순히 먹거리가 아니라 “치유와 쉼”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우퍼를 손님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맞이하고 싶다”는 말에는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오롯이 담겨 있었다.
윤승서 대표 뿌리민본 호스트는 흙을 만지는 일이 곧 뿌리를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농업을 꿈꿔왔고, 우퍼들에게 농사 체험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되찾는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구례의 비밀 이용성 강정인 호스트 의 이야기는 향기처럼 잔잔히 번졌다. 허브 한 포기가 지닌 생명력, 그 생명이 사람의 마음을 열고 치유하는 힘을 그는 믿는다. “우퍼들이 허브를 가꾸면서 웃음을 되찾는 순간, 나는 농업이 가진 기적을 다시 느낍니다.”
작은누룩실 마을 이상직 호스트는 국립극단 단원 출신의 연극배우이다. 그는 연극이 단순한 예술 활동을 넘어, 마을 공동체와 함께 하는 삶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깨닫고, 구례에 정착했다. ‘극단마을’을 만들어 평범한 주민들과 연극을 하며, 소통하고, 그 과정 속에서 연극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허숲 김동일 호스트는 바다와 산을 동시에 마주한 농장에서 “자연의 격렬함과 너그러움을 함께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퍼들에게 바닷바람 속에서 자라는 채소와 흙의 강인함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띵크 그린 정금자 호스트는 쌈지 브랜드에서 시작된 환경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친환경 먹거리와 재활용 중심으로 한 삶의 방식을 실천하고 있다. 우프 프로그램을 통해 농업과 환경 교육을 결합한 새로운 공동체 모델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달팽이텃밭 김성신 호스트는 처음 우퍼를 맞이했을 때의 부담감을 넘어, 이제는 우프코리아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해 농사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농장의 이름처럼 느리지만 단단하게 땅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는 호스트이다.
그래도팜 원승현 대표는 이날 초대받은 게스트로 농업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밝혔다.
“부모님 농장인 원농원에서 ‘그래도’라는 이름에 담긴 철학을 발견하고, 브랜드 디렉터의 길에서 농부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농부의 삶을 재해석하며 종자(에어룸토마토)를 지키고 농업의 가치를 높이는 여정을 묵묵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야베스농장 전혜화 호스트는 올해 신규로 지정을 받았다. 그는 부모님과 낙농업을 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유제품 가공과 치유농업을 결합한 6차 산업을 운영하고 있다.
“우프코리아를 통해 만난 이들을 단순한 손님이 아닌 목장의 즐거움을 나누는 소중한 동료로 맞아들이고 있습니다.”
‘인생을 잘 살았는지’ 고민하며 떠난 제주에서 올리브의 가능성을 발견한 이정석 호스트는 제주 올리브를 감귤을 이을 새로운 작물로 키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는 우프를 통해 농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진 이들과 연대하며, 미래를 위한 과감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종합재미농장 안정화 김신범 호스트는 영국에서 경험한 우프를통해 농사와 삶을 친환경적으로 연결하는 가치를 배우고 귀국 후 호스트가 되었다.
“우퍼를 통해 얻는 도움은 단순히 노동력을 넘어, 규칙적인 생활과 소중한 인연을 맺게 해주는 삶의 원동력입니다.”
장기 연애 끝에 결혼 후 떠난 영국 영행에서 술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현장을 접하고 깨달음을 얻은 오공팜 김준혁 호스트. 그는 좋은 술은 좋은 원료에서 비롯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귀국 후 직접 농사에 뛰어들었다.
“화학비료, 농약, 경운, 유통, 단일작물 금지라는 다섯가지 원칙을 지키며 친환경·유기농업을 통해 친환경 주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허브농장을 운영하는 손영란 호스트는 직장을 다니면서 2009년부터 우프호스트로 활동한 베테랑 호스트로 지금은 허브와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다.
신안에서 소금농사를 짓는 마하탑 염전의 유억근 호스트. 그는 슬로푸드 운동에 공감하며, 소금 농사를 짓는 자신을 신라시대 검단선사의 소금 제법을 전수받은 후예라 말했다.
“소금 생산의 역사적 가치를 이어나가는 동시에, 친환경농업인들과의 연대를 통해 세상의 아름다운 가치를 확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노아의 숲 박주원 호스트는 6만 5,000평의 넓은 산을 가꾸며, 퍼머컬쳐 기법을 통해 자연의 순환을 이해하고 있다. 그는 자연이 스스로 키워낸 작물들을 수확하고, 숲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인들에게 초록빛 쉼표를 제공하며 자연과 인간의 연결고리를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는 호스트이다.
두레산지농장 금경연 호스트는 2004년부터 우프 호스트로 활동하며, 존 덴버의 노래처럼 찾아오는 모든 이들이 편안하게 머물다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신념 아래, 왕겨 하나에도 수 백가지의 의미를 찾을 만큼 농업의 근본을 깊이 공부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법적 방역시설 의무화로 인해 그동안 지켜온 자연 양돈 방식을 포기해야 했던 자연목장의 이연재 호스트. 현재 동물보호단체 카라와 연대해 구조된 농장 동물들을 돌보는 팜생츄어리를 운영하고 있다.
“생명의 본성을 존중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농장 동물을 보호하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기린언어연구소 안종수 호스트는 작은 농장에서 두 마지기 벼를 오리 농법으로 짓고, 닭과 산양을 키우며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우퍼를 손님처럼 대하며, 일보다는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통해 소통하고 가치를 나누는데 집중하고 있다.
김혜란 상임대표는 우프 호스트들의 활발한 활동에 감사를 표하며, 직접 농장을 꾸미는 일이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3월에 개편된 웹사이트에 이어 새로운 모바일 웹을 출시해 우프 활동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라 밝혔다.
우프코리아 천호균 이사장은 “우퍼들이 한국 농촌의 집밥과 먹거리에서 한류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다”라고 말하며, “이는 농사를 직접 짓고 가치를 전파하는 호스트들이 전 세계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모인 목소리들은 서로 다르면서도 닮아 있었다. 각자 다른 땅과 기후, 다른 농법과 철학을 지녔지만, 결국은 모두가 생명과 사람을 잇는 길 위에 있었다.
저녁에는 구례 작은누룩실마을의이상직 호스트가 특별 강연을 맡았다. 그는 연극과 농업, 그리고 공동체의 삶을 한데 엮어내며 “농업은 곧 연극이고, 연극은 곧 공동체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농사이자 연극이라는 그의 말은 모두의 가슴에 깊이 스며들었다.
이튿날 아침, 참가자들은 함께 태극권을 수련하며 몸과 마음을 풀었다. 숲과 바람, 그리고 호흡이 어우러지는 순간, 그들의 삶이 자연과 하나로 이어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어진 자유로운 대화 속에서는 “호스트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젊은 세대와 더 깊게 이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오갔고, 그 속에서 서로의 고민과 답이 교차했다.
원주의 숲 속에서 이틀간 이어진 만남은, 단순한 워크숍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지켜보며 다시 걸어갈 힘을 얻는 자리였다. 모두는 흩어져 있지만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든든함을 확인했다. 작은 불씨처럼 피어난 이 만남은 앞으로 우프 데이와 다양한 실천 속에서 다시 타오를 것이다.
우프코리아(https://wwoof.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