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를 꿈꾸는 연천 아미골
이한필 호스트

꽃과 야생초로 빚은 1만 평의 자연

by 이경민

“도시 생활이 힘들어 스트레스가 많았죠. 일찍 퇴직해서 시골에서 꽃도 가꾸고 살고 싶다는 희망 하나로 시작했어요.” 서울 광화문과 분당을 오가며 22년간 KT 본사에서 격변하는 기술에 적응하느라 바빴던 도시인이, 새로운 삶을 찾아 연천 미산면 아미리로 향했다. ‘연천 아미골’의 이한필 호스트는 나이를 잊은 채 여전히 도전하고 노력하는, 마치 네버랜드의 피터팬 같은 삶을 가꾸고 있다.


일이 아닌 놀이가 된 ‘게으른 농사’의 철학

아미골은 산과 밭, 대지, 캠핑장, 펜션 등을 포함해 무려 1만 평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한필 호스트는 처음부터 전통적인 농사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의 농업 철학은 독특하다. 바로 ‘게으른 농사’다.


“일이 많지 않고, 약을 안 쳐도 되고, 관리하는 데 손이 많이 안 가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이 호스트는 가지치기나 주기적인 수확이 필요한 작물은 피했다. 꾸지뽕, 뽕나무, 왕방울 은행 같은 유실수와 토종 민들레, 질경이 등 예부터 약이나 음식으로 쓰이던 야생초들이 가득하다. 잡초처럼 크게 자라는 돼지풀을 제거하는 것 외에는 대부분 자연의 순리에 맡긴다.


농약 없이 키운 작물은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호스트 본인이 먹을 만큼만 수확한다. 그의 아미골은 생계를 위한 치열한 ‘농장’이라기보다, 식물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자연 놀이터’에 가깝다. 게으르다고 하지만 농장 곳곳에는 그의 손길이 안 간 곳이 없다. 직접 포클레인으로 농장을 하나하나 직접 설계했고, 눈에 보이는 곳마다 작은 식물들과 나무가 자라고 있다.

게으른 농부가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이런 농장을 꾸미는 데 아내의 역할도 컸다. 귀농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지금은 수백 가지 꽃을 가꾸는 재미에 푹 빠져 아미골에 다채로운 색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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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연못, 식초 숙성실 등 아미골에는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들이 있으며, 이 모두가 이한필 호스트가 직접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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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는 으름과 꾸지뽕 등 다양한 유실수들이 있다.


지구 반대편 친구들이 찾아오는 아미골

2017년부터 시작된 우프(WWOOF) 활동은 이한필 호스트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익혔던 영어가 우퍼들과 소통에 도움이 됐습니다. 말도 통하고, 찾아와서 정보도 교류하고, 일도 도와주는 우퍼들 덕분에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그는 봄과 가을에 2~3명씩, 일부러 많은 우퍼를 받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우퍼는 싱가포르에서 온 첫 우퍼로, 한국 토종 식물과 향을 좋아해 요리해서 먹는 것을 즐겼다. 첫 번째 인연을 맺었던 우퍼는 지금까지도 SNS로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아미골이 좋은 이유는 바로 ‘뭔가를 배워가려고 열심히 일하는 우퍼’들이 오기 때문이다. 아미골을 찾는 우퍼들은 대개 생각이 건전하고, 친환경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직접 만든 음식을 선호하고 커피도 잘 마시지 않으며,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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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골을 찾아온 전 세계 우퍼들이 아미골의 자연을 만끽하고 있다


자연에서 얻는 건강과 여유가 진정한 수확

현재 아미골은 캠핑장, 펜션 5개, 카라반 등을 운영하며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 역시 자연환경을 사랑하고 자연 공부를 하려는 아이들과 가족들이다. 뒷산의 숲 산책로, 물고기가 살고 있는 자연 연못 등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꾸지뽕이나 봄나물을 수확하는 농사 체험도 가능하다. 이한필 호스트는 “시골 생활이 망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수익에 대한 욕심과 기대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앞으로 아이들이 자연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체험 거리를 만들고, 농장을 더 예쁘게 가꾸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며, 젊은이들에게도 마음만 먹으면 시골에서 충분히 건강하고 유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있다. 자연의 품에서 건강한 먹이 사슬과 더불어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채워나가는 이한필 호스트의 아미골은, 방문객과 우퍼 모두에게 진정한 ‘쉼’의 가치를 가르쳐주는 자연의 학교이다.


DSC_3043.JPG 버기카를 타고 1만 평 부지의 아미골 곳곳을 살펴볼 수 있었다. 처음타보는 버기카는 조금 무서웠다. ㅠㅠ

우프코리아(https://wwoof.kr/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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