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도 삶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주이음농장 황서연 호스트
그녀는 참 당차다. 동글동글하지만 속이 꽉 찬 차돌 같다. 왜 농사를, 우프를, 자연농을 시작했냐는 질문에 “안 할 이유가 있을까요?”라고 환히 웃으며 말하는 그녀는 우문을 현답으로 응했다. 작은 치유농장을 일구는 젊은 농부, 황서연 호스트가 이달의 우프코리아 주인공이다.
서울에서 자란 그녀는 어릴 적 집 옥상에 있던 작은 텃밭에서 첫 농사의 기억을 얻었다. 물탱크를 잘라 만든 그 옥상텃밭에서는 아버지가 건강원을 운영하며 나온 약재 찌꺼기들이 비료가 되었고, 그 안에서 자란 상추를 따 먹는 경험은 자연스럽게 ‘흙’에 대한 호기심을 심어주었다.
중학교 때 비건이 된 것도 그의 삶을 크게 바꿨다. 2008년, 지금보다 훨씬 생소하던 시기에 그는 수많은 질문을 감내해야 했다.
“채식하면 건강에 안 좋지 않니?”,
“너 한 명이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니?”
비건 식단을 유지하기 위해 초록마을 같은 곳에서 생산된 제품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환경·유기농 농업에 관심이 깊어졌다. 그리고 식품, 농업, 환경을 다룬 책들을 읽으며 농업과 사회문제를 연결해서 바라보게 됐다. 그녀가 완독 한 첫 두꺼운 책은 ‘벌거벗은 원숭이에서 슈퍼맨으로’ 유전자조작, 농약회사, 거대 농업기업의 문제를 처음 접한 뒤, 그녀는 중학교 2학년 때 결심을 세웠다.
“언젠가 아프리카에서 사회적 농업을 하는 CEO가 되겠다.”
친환경 농업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외부 투입이 끊임없이 필요한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그건 자신의 삶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농약을 칠 바에는 그냥 다른 일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농사를 배우기 시작했다. 20대 초반에는 괴산 흙사랑영농조합에서 일하며 한살림에 유기농 양배추를 출하해보기도 했고, 지역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여러 유기농가의 일손을 도왔다. 또 틈틈이 우퍼 활동을 하며 다양한 농장의 방식을 경험했다. 이때 그녀는 귀농지를 탐색했고, 서울 북서부에 연고가 있던 그는 화성·파주 등을 우핑 하며 결국 파주로 정착하기로 했다.
파주에 내려와 혼자 밭을 일구며 600평 남짓한 땅을 관리하는 일은 때로 버겁고, 외롭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함께하는 농사’의 의미를 절실히 느꼈다.
“혼자일 때와 누군가와 함께할 때는 농장의 속도가 완전히 달라요. 상상치도 못한 힘과 위로가 생겨요.”
신기하게도 우퍼가 오면 일이 ‘척척’ 굴러갔다. 차를 덖는 중 첫 우퍼가 와서 햇빛장 출점 제안을 받고, 요가 프로그램을 준비하려던 즈음 우퍼가 와서 요가 공간을 만들고, 우퍼가 도착하자마자 풋콩 주문이 들어오고, 콩을 수확할 시기엔 우퍼가 세 명이나 모여 일이 술술 풀렸다.
그녀는 이를 “감사하고 신기한 일”이라고 표현했다. 첫 우퍼는 명문대에 다니던 20대 초반의 학생이었다. 8월 말 농장이 비교적 여유로웠던 시기라 그녀는 우퍼와 함께 많은 ‘첫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차를 덖고, 두부를 만들고, 콩물 만들기부터 콩국수까지...
“먹일 사람이 있으니 만드는 게 신났죠. 음~~ 하면서 잘 먹어주니까 계속 요리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 후 두 번째 우퍼와는 두부 만들기까지 완성할 수 있었고, 그때 불붙은 여러 시도들이 지금도 그녀의 농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더 특별한 인연도 있었다. 3년 전 ‘시골언니 프로젝트’를 통해 2주 동안 함께 일했던 메이트가 이번에는 우퍼로 다시 찾아온 것이다. 함께 농장에서 웃고 일하며 서로의 성장을 축하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녀의 농장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내년에는 과일나무를 더 심고, 다년생 식물들이 자리를 잡도록 농장의 구조를 다듬을 계획이다. 매실, 모과, 오디 등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할 수 있는 작물들에도 관심이 많다. 농장 프로그램은 치유농장을 지향한다. 아동·청소년, 발달장애인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자연 속에서 신체·정서 회복을 돕는 것이 목표다. 더 나아가 보호종료청소년이나 발달장애인 등이 농장에서 일을 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갈 수 있는 사회적 농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그녀의 작은 파주 치유농장은 더 큰 미래의 연습장이자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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