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횡성의 깊은 산자락, 사람의 발길이 뜸한 임도 끝에 이르면 ‘노아의 숲(Noah Forest)’이 모습을 드러낸다. 6만 5,000평에 이르는 광활한 임야. 이 숲의 주인 박주원 호스트는 금융권에서 본부장과 부행장을 지낸 인물이다. 정년을 앞둔 50대 후반, 그는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산으로 들어왔다. 바쁘고 삭막한 일상 속에 쉼터 같은 이곳. 이곳을 묵묵히 지키고 가꾸고 있는 소나무 같은, 바위 같은 박주원 호스트를 만났다.
임업은 기다림의 산업입니다. 나무는 시간을 먹고 자라죠. 그래서 숲을 키우는 동안 우리도 이곳을 가꾸고, 지키고,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금융업을 하며 지냈던 그는 산과 함께 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고, 퇴직 후 전국을 둘러보며 나머지 인생을 함께 할 산을 찾아다녔다. 우연한 기회에 노아의 숲이 있는 강원도 횡성을 찾게 됐고, 5만평 규모의 산을 확보하게 됐다.
“귀촌이 아니라 임업을 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각오를 해야 했습니다. 5만평의 큰 숲을 확보했지만, 정말 말 그대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방치된 산이었습니다.”
그는 산에 들어와서 5만평의 부지를 하나씩 하나씩 가꾸기 시작했다. 자작나무 아래 명이나물을 심겠다는 구상도 이 무렵 구체화됐다. 한국산림아카데미 첫 수업에서 본 한 장의 사진, 자작나무 숲 아래 펼쳐진 명이나물 군락이 그의 진로를 단번에 결정했다. 숲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 숲 아래 생태를 키우는 방식, 즉 혼농임업 방식이었다. 그는 명이나물을 시작해 음나무순, 두릅, 더덕, 삼지구엽초 등을 자연과 함께 키우며 산을 가꾸고 있다.
노아의 숲은 단순한 임산물 생산지가 아니다. 박주원 호스트는 2015년 산림치유지도사 자격을 취득했고, 이후 농업치유까지 영역을 넓혔다.
숲길을 걷고, 차를 마시고, 음식을 나누는 모든 과정이 ‘치유’로 이어지길 바란다. 그에게 치유는 이론이 아니라 삶의 경험이다.
2008년 폐암 수술을 받은 그는 도시 생활을 계속했다면 지금의 건강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산에 들어온 뒤 복용하는 약은 없다. 직접 기른 유기농 식재료, 숲의 공기, 사계절의 변화가 그의 몸을 바꿨다.
산에 들어오면 먹을 게 정말 많습니다. 처음엔 안 보이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식탁 역시 철저히 유기농이다. 고춧가루 하나까지 유기농을 고집하다 보니 입맛은 자연스레 담백해졌다. 대신 노아의 숲을 찾고, 음식 체험을 하는 이들의 반응은 뜨겁다. “맛있다”는 말이 가장 많이 돌아온다. 그래서 그는 음식을 이용한 체험과 치유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노아의 숲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우프(WWOOF) 호스트로 활동하며 사람을 숲으로 불러들인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숲에 생기를 불어넣는 방식이다.
노르웨이, 독일, 영국 맨체스터 출신 쉐프, 국내 중장년 여성, 광고회사 임원, 모녀 방문객까지 국적과 배경은 다양하다. 이들은 노동과 쉼을 교환한다. 김장을 함께 담그고, 발효액을 만들고, 산나물을 관리한다.
“이곳을 찾아온 우퍼들이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김장까지 같이 하면서 음식을 만들어주던 독일 쉐프도 기억에 남고, 조금은 불편한 마음을 이끌고 와서 이곳에서 힐링을 하고 회복했던 우퍼들도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 게스트 하우스의 이름은 ‘소요재(逍遙齋)’와 ‘휴선재(休仙齋)’입니다. 머무는 이들이 잠시 게으를 수 있고, 내려놓고 비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인 이름입니다. 와서 쉬고, 충전을 하고 갈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노아의 숲입니다.”
노아의 숲은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그러나 10년 뒤, 누군가 “강원도에 가면 꼭 가봐야 할 곳”이라 말하는 공간이 되는 것. 그것이 오늘도 그가 산을 일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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