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피어난 건

왜가리, 더덕구이정식, 대추차, 단풍꽃일까(?)

by 빛나


메이창 (May Chang) : 감정이 오늘은 조금 일찍 일어났어.

눈보다 마음이 먼저 켜지는 날, 있잖아.


The Lovers (연인) : 선택은 없었어.

진심 하나가 먼저 뛰었을 뿐.


라임 (Lime) : 물가에서 멈춘 발끝 따라 시선 옮기니

왜가리가 조용히 서 있었어.


왜가리 : 누가 웃으며 날 찍는 순간

훌쩍 날아오르긴 했지만

그전에 누군가 감정 멈춘 거, 딱 느꼈어.


Eight of Cups (컵 8) : 그건 떠남이 아니라

쉼표였지. 감정이 조용히 앉아 쉬는 곳.


레몬 (Lemon) : 말 없는 새가

내 마음을 대신 정리해 줬어.


라벤더 (Lavender) : 마음이 먼저 자리에 앉자

산채더덕정식이 조용히 따라왔어.


King of Cups (컵 왕) : 전이 늦게 나와서 살짝 비었지만

그 빈틈 덕분에 감정도 천천히 찼어.

완성은, 늘 마지막에 오니까.


타임 (Thyme) : 반찬처럼 감정도 하나씩

조심스럽게 덜어냈어.


Knight of Wands (완드 기사) : 그런데도

속은 살짝 들떴어.

오늘 나는, 살짝 반짝였거든.


파인 (Pine) : 자책은 바닥에 깔려 있었지만

굳이 건드리진 않았어. 오늘은.


Six of Pentacles (펜타클 6) : 남을 챙기기보다

나한테 먼저 물 한 잔 따라준 날이었어.


베티버 (Vetiver) : 흔들릴수록 뿌리를 먼저 떠올렸어.

그게 중심이란 걸, 요즘 자주 잊거든.


Page of Wands (완드 시종) : 그러고 나니까

마음이 슬쩍 말했어.

“나, 이거 다시 해보고 싶어.”


로즈우드 (Rosewood) : 커피 대신 수제 대추차를 골랐어.

찻잔 속에 감정을 조용히 담고 싶었어.


펜넬 (Fennel) : 달기 전에 따뜻했고

입보다 마음이 먼저 데워졌어.


Knight of Swords (소드 기사) : 그 온기 위에

생각이 정리됐어.

오늘 쓸 이야기도, 거기서 나왔고.


Six of Cups (컵 6) : 잣을 씹었고

잔잔한 대추향이 감정을 감싸 안았어.

기억은 나지 않아도, 마음은 “괜찮다”라고 말했지.


네롤리 (Neroli) : 익숙한 감정은 말없이 돌아와.

조용히, 부드럽게, 아무 일 없던 듯이.


The Devil (악마) : 익숙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니야.

손에 감긴 감정 중엔

이제 놓아야 할 것도 있어.


라임 (Lime) : 그래서 그냥 웃었어.

내려놓는 방식에도 온도가 필요하니까.


Ace of Cups (컵 에이스) : 그리고 그 웃음 위로

새로운 감정 하나가 맑게 올라왔어.

오늘은, 이대로 흘러가도 괜찮겠더라.


단풍 : 단풍잎 사이에서

작은 붉은 꽃이 피였어

아무 말도 없이 먼저 물들어 있었지.


정리품송 : 감정도 그렇게 피는 거야

티 나지 않게, 그런데 분명히

에필로그


왜가리의 침묵으로 하루가 시작됐다.

산채더덕정식은 속을 천천히 데워줬고,

수제 대추차는 감정을 조용히 눌러앉혔다.


감정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진심 같았다.


무너지지도, 완벽하지도 않았던 오늘.

그게 어쩌면

지금 나에겐 딱 좋은 상태.


마무리는 산책이었다.

오늘 감정, 대추맛으로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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