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오늘은 익어가는 중
패티그래인 (Petitgrain) : 오늘 그녀는 괜찮아 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면 감정이 얇게 갈라져 있었어.
라벤더 (Lavender) : 바쁜 일상 속에서 말없이 버텨온 시간이, 조용하게 흘러가는 하루였지.
컵 4 (Four of Cups) : 보이는 건 많았지만, 마음엔 안 들어왔어. 감정은 받아들이는 타이밍이 따로 있으니까.
펜타클 5 (Five of Pentacles) : 그냥 무리한 하루보단, 감정을 느슨하게 두고 싶었을 뿐이야.
팔마로사 (Palmarosa) : 밀면집 앞에서 망설이지 않았어. 좋아하는 메뉴는 확실하니까.
자몽 (Grapefruit) : 첫 젓가락은 좋았지. 그런데, 요즘 따뜻한 국물에 길든 입이 오늘은 차가움을 오래 기억했어.
컵 7 (Seven of Cups) : 메뉴는 세 가지뿐이었지만, 그녀의 선택은 단단했어. 추위보다 확신이 먼저였거든.
소드 8 (Eight of Swords) :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스스로 허락을 주고 나서야 한 입 먹었지.
파인 (Pine) : 농업박물관 옆 고분 테마공원까지 걷고 나서야 피로를 인정했어. ‘괜찮다’는 말은 습관이었거든.
제라늄 (Geranium) : 산림욕이 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몸이 아니라고 했어. 포기라기보다 조율이었지.
로즈우드 (Rosewood) : 오늘은 뭔가를 올라가지 않아도 충분했어. 감정은 꼭 정상에서만 정리되는 건 아니니까.
컵 2 (Two of Cups) : 조용한 공원, 도자기 카페로 향하는 길에 그녀는 감정과 대화하듯 걷고 있었어.
마법사 (The Magician) : 원래 계획엔 없던 도자기 카페였지만,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건 휴식이라는 걸 알아챘지.
타임 (Thyme) : 오늘 그녀는 멈추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어. ‘더 가야 한다’는 강박에서 잠시 빠져나온 거야.
시더우드 (Cedarwood) : 중심은 결국, 스스로를 잘 아는 감각에서 생겨. 오늘 그녀는 그걸 느꼈어.
블랙페퍼 (Black Pepper) : 피곤했지만, 웃긴 포인트에서 빵 터졌잖아. 감정이 다시 순환되기 시작한 순간이었지.
페퍼민트 (Peppermint) : 카페 창밖을 보며, 그녀는 조용히 숨을 골랐어. 머리는 맑고, 마음은 단단했지.
펜타클 기사 (Knight of Pentacles) : 하루가 천천히 흘렀지만, 감정은 정확하게 제자리로 돌아왔어.
완즈 3 (Three of Wands) : 오늘 못 오른 삼년산성은 다음 계획의 동력이 될 거야. 그녀는 미련 대신 다음을 챙겼지.
완즈 여왕 (Queen of Wands) : 도자기 찻잔을 쥔 손, 오늘의 그녀는 조용하고 따뜻했어.
힘 (Strength) : 감정은 억누르지 않고, 옆에 앉히는 걸 택했어. 오늘 그녀는 충분히 강했어.
심판 (Judgement) : 마음은 다시 살아났고, 감정은 잘 정돈됐어. 오늘 그녀는 말없이 회복했지.
에필로그
보은은
풍경보다 감정이 먼저 눌어붙는 곳이었다.
정오 무렵, 대추 밀면은
그녀의 오랜 취향을 건드렸고,
그 차가움은 최근의 따뜻한 식습관과 충돌했지만
그래도 익숙했고, 그래서 반가웠다.
찐만두는 속이 꽉 찼고,
맛보다 온도가 위로였다.
농업박물관,
조선시대 소를 끌던 그 무게가
그녀의 하루와 겹쳐졌고
고분 테마공원까지 걸었던 발걸음은
오늘의 체력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
그리고 모노레일,
서서 올라간 정상은 조금 비좁았지만
그래서 더 확실한 바람이 지나갔고
일요일의 인파 속에서도,
그녀는 자신만의 속도로 감정을 통과했다.
카페엔 작은 도자기들이 많았고
그 잔잔한 풍경 사이로
그녀의 감정도 천천히 가라앉았다.
저녁엔 채끝과 치마살을 구웠고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마음도 조금은 익어 있었다.
오늘, 감정을 구웠다.
대추 맛으로,
웃음과 온기 사이로,
천천히.
그리고 그런 오늘이
충분히 괜찮다고
카드들은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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