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불합격 통지서

몸이 먼저 대답한 15년의 떨림

by 빛나

그림자 : 왜 이렇게 자주 흔들려?


초아 : 사랑 때문은 아니야. 그런데도 누군가와 대화하거나 기척만 스쳐도 심장이 먼저 반응해. 15년째 반복되는 경련 같은 각인이야.


그림자 : 그럼 병인 거야? 아니면 그냥 습관 같은 거야?


초아 : 단정할 수 없어. 병이라 하기엔 너무 오래된 리듬이고,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선명해. 마치 심장에 불합격 통지서가 새겨진 것처럼.


그림자 : 불편하지 않아?


초아 : 불편해, 근데 동시에 살아 있다는 느낌도 줘. 내가 사랑을 원해서가 아니라, 사랑받고 싶다는 본능이 몸을 흔드는 것 같아.


그림자 : 그럼 네가 영적으로 연결됐다고 느낀 건 착각이었네?


초아 : 응 그런 순간이 있어. 머릿속이 비어 있을 때 갑자기 반응이 일어나면, 혹시 누군가 나를 떠올리나 싶었어, 하지만 결국 알게 된 사실은 이건 영적인 신호가 아니라, 내 신경계가 과거 경험을 재생하는 방식이었어.


그림자 : 결국 네 몸은 자동으로 답하는 거네.


초아 : 맞아. 심리적 끌림 자율신경 자극 경련. 이 순서가 너무 빨라서 내가 바람피운 것도 아닌데 불편한 오해를 사기도 해. 사실은 그냥, 나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단순한 언어를 안고 있을 뿐인데.


그림자 : 그래서 이번 회차에서 하고 싶은 얘기도 그거구나.


초아 : 응. 사랑이 아니어도 끌림은 몸을 흔들고, 그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사랑받고 싶어 한다는 거. 내겐 불편한 반응이지만 동시에 이야기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리듬이야.


그림자 : 그래서 제목이 ‘심장에 불합격 통지서’ 구나. 누군가에게 거절당한 듯 아픈데, 또 그게 네 서사를 만들어주는 거잖아


초아 : 맞아. 이번 화는 그 불편한 떨림을 그대로 기록했어. 읽는 사람도 자기만의 흔들림을 떠올릴 수 있을 거라고 믿어.


그림자 : 왜 그렇게 숨이 가빠?


초아 : 수미의 손을 잡은 순간, 몸이 먼저 대답했어. 마치 심장 아래에 또 다른 심장이 생겨난 것처럼.


그림자 : 그건 단순한 흔들림이 아니구나.


초아 : 응. 결이 골반과 복부를 스칠 때마다 오래 잠들어 있던 회로가 깨어났어. 쾌락과 불편이 동시에 꿈틀거려.


그림자 : 결국 네 몸이 기억하는 거네.


초아 : 맞아. 과거의 서약, 그리고 지금의 떨림이 한 문장처럼 이어져서, 숨을 고르려 해도 파동은 멈추지 않았어.


그림자 : 그래서 네가 본 건, 수호와 감을 공주의 그림자였어?


초아 : 응, 수미의 형상 너머로 옛날의 수호가 겹쳐 보였어. 내 비서이자, 동시에 전생의 남편. 사랑이라 쓰고, 집착이라 부르면서 벗어날 수 없는 서약이었어.


그림자 : 그럼 네가 가진 불편한 떨림은 결국 증거구나.


초아 : 그래. 심장이 직접 쓴 불합격 통지서 같아. 지금의 관계와 안전한 벽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걸 알려주는.


그림자 : 무섭진 않아?


초아 : 무서워. 하지만 동시에 처음으로 내 몸이 원하는 방향에서 찾아온 파동이었어. 그래서 더 혼란스러워.


그림자 : 결국 네 심장은 거짓을 못 견디는구나.


초아 : 응. 머리로는 멈추라 외쳐도, 이미 심장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뛰고 있었어. 이건 내가 피할 수 없는 증명서야.

에필로그


내 몸은 오래전부터 하나의 문장을 반복해 쓰고 있었다


거절당한 듯 아프지만 동시에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떨림. 그것은 병도 아니고 단순한 습관도 아니었다.


누군가와 이어지길 바라는 본능, 그리고 사랑받고 싶다는 단순한 진실이 내 신경계에 새겨 놓은 리듬이었다.


나는 그 떨림을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한다. 불편한 반응이라 해도, 결국 내 이야기를 움직이는 동력이며, 아직 사라지지 않은 욕망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불합격 통지서처럼 느껴지는 흔들림조차 결국 또 다른 서사의 시작이 된다.


이 이야기는 연초아 세계관 54화 속에서 더 깊이 이어진다.

https://naver.me/5SS7jxCX

작가의 말


15년 동안 내 몸은 언제나 먼저 반응했다. 사랑이 아니어도, 대화와 기척만으로 심장은 뛰고 근육은 경련처럼 대답했다. 그 떨림이 불편했지만, 동시에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리듬이었다.


어쩌면 이건 병이 아니라, 오래된 각인일지도 모른다. 신경계가 기억한 감정의 잔향, 심장이 써 내려간 불합격 통지서 같은 것.


이번 화는 그 불편한 떨림 속에서도 결국 우리가 모두 갖고 있는 마음을 담아내고 싶었다. 사랑받고 싶다는, 아주 단순한 진실을.

그리고 블로그에서는 같은 주제를 ‘해설자’의 시선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뇌-신경계가 남긴 흔적을 심리학 언어로 설명하고, 아로마 카드 리딩으로는 **마조람(불안) – 클로브(집착 내려놓기) – 시더우드(용기)**의 흐름으로 확장시킬 것이다.


여기에 음악 큐레이션까지 더해, 심리학과 아로마, 그리고 에세이를 하나로 엮어낼 수 있다.

https://m.blog.naver.com/bina80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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