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7박 8일 베트남 여행 (1)

다낭 입국부터 하얏트 리젠시 체크인까지

by 희희

1일 차. 11월 23일 토요일


#다낭 입국

11월 23일 새벽 3시 30분, 엄마가 깨우는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분명히 새벽 3시 알람을 맞춰놨는데,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알람이 꺼져 있었다. 잠결에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든 게 분명했다. '역시... 밤을 샜어야 했어.' 여행 시작부터 계획이 틀어져 심기가 불편했지만, 내 기분을 살필 상황이 아니었다. 빨리 준비하고 4시에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 베트남 여행은 친구 2명과 3박 4일간 다낭을 여행하고, 나 혼자 4일 더 달랏과 호치민을 여행하는 일정이었다. 우리 비행기는 오전 7시 15분에 출발하는 비엣젯 항공 VJ879편이었다. 감사하게도 아빠가 인천공항까지 우리를 태워주겠다고 해서 택시비를 아낄 수 있었다. 4시에 집을 나서 5분쯤 큰길에서 친구들을 태우고, 50여분을 달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희한하게도 비행기 출발 2시간 전에 도착했음에도 카운터 줄이 이미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때까진 눈치 채지 못했다. 최악의 항공사 중 하나로 손 꼽히는 비엣젯 항공이 우리의 뒷덜미도 붙잡을 줄은.


줄이 너무 더디게 줄어 이상하다는 생각이 피어날 즈음, 비엣젯 항공 직원 하나가 서 있는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위탁수하물이 없는 승객은 반대편 카운터로 가서 체크인을 진행하라"고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원래 이러지 않는데, 컨베이어 벨트가 고장나서 늦어지고 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 컨베이어 벨트가 고장나는 건 자주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지. 그러나 비엣젯 항공의 늑장 대처는 이런 일이 자주 있지 않다는 말을 믿기 어렵게 했다. 아니, 이런 일이 자주 있지 않아서 이렇게 대처를 못하는 걸까? 비엣젯 항공은 컨베이어 벨트가 빨리 고쳐졌더라도 연착이 되었을 것 같은 지지부진한 일처리를 보여줬다. 이 당시 체크인 대기줄은 6시 출발 항공편 승객과 7시 출발 항공편 승객이 섞여 있었다. 진작 이들을 나눠서 6시 항공편 승객부터 빠르게 체크인 하게 했으면 딜레이가 최소화되지 않았을까? 결국 6시 항공편이 1시간 넘게 딜레이되면서 그 여파가 우리가 탈 7시 항공편까지 이어졌고, 우리는 1시간의 연착을 경험하게 되었다. 평소 악평이 자자한 비엣젯 항공기의 극악무도한 좌석 간격과 등받이 각도는 충분히 각오하고 간 터라 크게 나쁘지 않았는데, 이 한숨 나오는 일처리가 나의 비엣젯 항공에 대한 이미지를 깎아먹었다.


KakaoTalk_20241206_174937484.jpg

그래도 어쨌든 다낭에 무사 도착했다. 입국 심사도 아주 간단했다. 여권만 보여주고 끝. 입국 심사관과 아무 대화도 하지 않았다. 형식적인 "Hello" 따위의 인삿말도 없었다. 내향인으로서 시크한 심사관이 오히려 반가웠다.


#시내 이동

어느 여행이든 입국 심사 후 첫 일정은 시내로 이동하는 것이다. 다낭에는 공항과 호텔 픽업 및 드랍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사지숍이 많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긴 하지만, 대부분 한인 사장이 운영하면서 네이버의 베트남 여행 카페와 제휴해 카페 회원들에게 할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에 마사지와 픽업/드랍 서비스를 함께 받을 수 있다.


나는 출발 전에 '스파365'라는 마사지숍을 예약해놨다. 카카오톡으로 쉽게 예약할 수 있고, 한국어 소통도 물론 가능하다. 이런 마사지숍들의 사려 깊은 점 중 하나는 마사지숍 도착 후 바로 마사지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짐을 먼저 맡겨두고 다른 일정 소화 후 예약 시간에 가서 마사지를 받아도 된다. 마사지를 받은 후 다른 곳을 돌아다니다 마사지숍의 호텔 드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KakaoTalk_20241209_190814999.jpg

우리의 선택은 밥을 먼저 먹는 것이었다. 아침 식사도 제대로 안 했는데 비행기까지 연착돼서 거의 12시간은 굶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마사지숍에 짐을 두고 유명 맛집인 '안토이'로 향했다. 사실 다낭 여행을 검색하다보면 나오는 맛집은 당연하겠지만 거의 다 '한국인 맛집'이다. 그만큼 한국인이 정말 많다. 애초에 다낭이 '경기도 다낭시'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데, 그 중에서 손 꼽히는 한국인 맛집이니 식당 내부의 손님은 전원 한국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안토이'는 '목식당'과 투톱으로 손님이 몰리는 맛집이었다. 우리는 가게 앞에 가득 모인 사람들을 보고 상당히 당황했다. 배고파 죽겠는데, 우리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다행히도 회전율이 꽤 빠른 식당이었고, 그래서 우린 기다려보기로 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다낭의 대표 시장 '한시장'으로 가서 환전을 했다.


#환전

베트남에서 환전을 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공항 환전소, 한시장 내 환전소, 그리고 ATM기 인출이다. 공항 환전소는 사기가 많다고 해서 애초에 고려도 안 했다. 한시장 내 유명한 환전소는 'KIM YEN'과 'SOAN HA'가 있는데, 우리는 먼저 보인 'KIM YEN'으로 갔다. 베트남에선 미국 100달러와 한국 5만원권을 베트남 동으로 바꿔준다. 원보단 달러의 환율이 조금 더 좋다고 한다. 나는 집에 있던 100달러 1장과 5만원 5장을 가져 갔다. 그런데 환전소에 물어보니 달러 환율은 괜찮은데 원 환율은 좋지 않았다. 인출 수수료가 없는 ATM기에서 돈을 인출하는 게 더 이득이었다. 그래서 100달러 한 장만 바꾸고 안토이로 돌아왔다.


#점심 식사 (651,000 VND, 카드O)

20여분을 기다려 입장한 안토이, 건물 자체가 낡아서 그런지 깔끔한 느낌의 레스토랑은 아니었다.

KakaoTalk_20241209_190814999_01.jpg 맨 위부터 쌀국수, 파인애플 볶음밥, 마늘 공심채(왼), 갈릭 소스 새우(오), 망고 스무디

우리는 마늘 공심채, 갈릭 소스 새우, 쌀국수, 파인애플 볶음밥과 망고 스무디를 시켰다. 솔직히 공심채가 가장 맛있었다. 그 말은 즉, 그리 대단한 맛집은 아니라는 뜻이다. 마늘과 공심채의 조합은 누가 만들어도 맛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파인애플 볶음밥은 한국에서 먹어보지 못한 맛이라 신선했다. 한국의 베트남 음식점에서 만드는 파인애플 볶음밥은 대개 일반 볶음밥에 파인애플 몇 조각 썰어 넣은, 밥과 파인애플이 따로 노는 맛이었는데, 이곳의 파인애플 볶음밥은 한 숟갈 입에 넣는 순간 파인애플 향이 물씬 풍기며 달달하고 기름진 맛이 입안을 휘감았다. 그리고 베트남은 볶음밥을 시키면 항상 간장이 함께 나온다. 볶음밥 자체로 간이 충분해서 한번도 간장을 뿌려 먹은 적은 없다.


#스파 (3인 1,410,000 VND)

식사 후에는 스파365로 가서 마사지를 받았다. 우리는 90분 전신 마사지 코스를 선택했다. 대부분 픽/드랍 서비스는 90분 이상 코스를 선택해야 제공하는 것 같았다. 이곳은 네이버 '다사남' 카페에 가입하면 10~20% 할인을 해주고, 해피아워 시간(오전 10시~오후 2시)에 방문하면 20% 할인을 해준다. 그래서 우리는 26,0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다.


일단 가게에 들어가면 코스와 가격이 적힌 안내판을 주고 물을 한 병씩 준다. 코스를 고르고 나면 마사지를 받을 방으로 안내를 해준다. 시설은 꽤 고급졌다. 침대 3개가 있는 방에서 프라이빗하게 마사지를 받을 수도 있었다. 친구들은 마사지를 상당히 만족스러워 했다. 나도 오랜만에 전신 마사지를 받아서 아주 좋았다. 중간 중간 많이 뭉친 부위인 어깨와 등쪽을 받을 때 아프기도 했는데 압을 약하게 해달라고 하진 않았다. 나는 아파야 몸이 제대로 풀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마사지를 다 받고 나면 차와 과자를 챙겨준다. 코코넛 과자가 꽤 맛있었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사진이라도 찍어둘걸. 계산은 현금으로 했다. 카드로 계산하면 수수료가 붙는다고 한다. 총무를 맡기로 한 친구가 아직 환전을 못해서 우선 내가 가진 돈으로 계산했다. 계산 후, 친구는 ATM기를 찾아 돈을 뽑는다며 먼저 나갔고, 나와 다른 친구는 좀 더 쉬다가 한시장으로 향했다.


#한시장 쇼핑

KakaoTalk_20241209_190814999_02.jpg

한시장은 이름은 시장이지만 2층짜리 건물에 가게들이 입점해 있는 상가다. 로컬 시장 구경을 하고 싶었는데 사람이 심각하게 많고 정신 없어서 목적이었던 슬리퍼만 사고 나와버렸다. 내가 산 슬리퍼는 약 8000원짜리 짭 크록스 쪼리다. 보자마자 꽂혔다. 굽 있는 쪼리라 신고 돌아다니기 편한 신발은 아니지만, 사진에 예쁘게 보일 슬리퍼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별 고민 없이 택했다. 귀여운 지비츠 세트도 2개 샀다. 한시장 크록스는 유명한 가게 3개가 붙어있는데, 한국인이 워낙 많이 가서 그런지 가격이 거의 정찰제다. 개인적으로 흥정할 필요가 없어 좋았다. 근데 크록스를 살 때 구멍 크기를 유심히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중에 숙소에서 지비츠를 꽂으려고 보니 구멍이 너무 작아서 고생했다. 지비츠를 욱여넣다가 손톱이 들려서 피도 봤다. 결국 가위로 구멍을 조금씩 찢어서 지비츠를 끼워 넣었다.


#하얏트 리젠시 다낭 체크인

하얏트에서 근무하는 친구 찬스로 직원 할인가에 묵게된 '하얏트 리젠시 다낭 리조트'. 할인가여도 베트남의 일반 숙소에 비하면 훨씬 비싸지만, 그래도 언제 1박 30만 원대 가격에 5성급 리조트에서 지내보겠는가. 나는 여행에서 숙소에 비중을 크게 두지 않는 편이라 한 번도 고급 리조트에 묵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선 관광과 맛집도 물론이지만 하얏트 리조트에도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만족이었다.


한시장 쇼핑 후, 스파365에서 제공해준 차량을 타고 하얏트로 향했다. 하얏트의 단점이 하나 있다면 위치가 시내에서 다소 떨어져있다는 점이다. 그래봤자 차로 20분 정도 거리지만, 시내로 나갈 때마다 매번 택시를 부르는 건 꽤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하얏트에 도착해 거대한 리조트를 마주하니 이 정도 규모의 리조트가 시내에 있으면 그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얏트의 프론트는 야외에 있었다. 정확히는 지붕과 바닥만 있는 뻥 뚫린 공간이었다. 친구가 체크인을 완료하는 동안 웰컴티를 따라 마셨다. 물을 많이 탄 수정과 같은 맛이었다. 나는 괜찮았는데 친구는 마시자마자 표정을 구겼다. 룸키를 받은 우린 직원의 안내에 따라 버기카를 타고 객실이 있는 건물로 이동했다. 대규모 리조트인만큼 하얏트에는 다양한 타입의 객실이 있었다. 호텔, 리조트는 물론이고 단독주택 형식도 있었다. 내게는 모든 게 다 새로웠다. 버기카도 난생 처음 타봤다. 직원은 너무나 친절하게 우리 짐을 들어주고 객실 구석구석을 소개해줬다. '이렇게까지 친절하다니.' 낯선 이의 호의가 어색한 내가 살짝 불편함을 느낄 쯤, 객실 소개를 마친 직원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우리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아, 팁 줘야 되는 거 아냐?" 그의 친절에 불편함을 느낀 이유가 이것이었나보다. 친절도 돈으로 사야한다는 것. 팁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 셋은 직원을 객실 한가운데 두고 팁으로 얼마를 줘야할지에 대해 짧은 토론을 벌였다. 결국 2만 동을 건네주고 그를 보냈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얼마가 적절한 팁 금액인지는 모른다. 어쨌든 상당히 뻘쭘한 3분이었다.

KakaoTalk_20241212_141621616_01.jpg 거실
KakaoTalk_20241212_141621616.jpg 거실
KakaoTalk_20241212_142001250.jpg 마스터룸
KakaoTalk_20241212_141621616_02.jpg 세컨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