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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박 8일 베트남 여행 (2)

푸짐한 저녁식사와 하얏트 리젠시 200% 즐기기

by 희희

#저녁 식사 (1,851,500 VND, 카드O)

방에 짐을 풀고 나서 우리는 곧바로 그랩을 불렀다. 6시에 '목식당'을 예약해 두었기 때문이다. 목식당도 안토이 못지않은 유명 맛집이다. 두 곳 다 베트남 음식 전문점이지만, 목식당은 해산물 음식을 중점적으로 한다. 특히 크레이피쉬 요리가 유명하다. 한국인 맛집답게 목식당도 카카오톡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미리 예약해서 나쁠 건 없으니 한국에서 예약을 해두었었는데, 알고 보니 예약이 거의 필수인 식당이었다. 비행기 연착 때문에 뒤 일정이 조금씩 밀려서 목식당 예약 시간도 미루기 위해 문의했으나, 이미 당일 예약이 모두 마감인 상태였다. 우리를 태운 그랩 기사도 목식당은 이미 만석이라고 귀띔해 줬다.


그래도 서두른 덕분에 오히려 예약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그러나 가게는 풀부킹 상태를 넘어 예약시간에 맞춰 온 손님도 바로 들어갈 수 없는 '풀풀풀' 만석 상태였고, 때문에 우리도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안토이에서 줄 서서 먹을 맛집까진 아니라는 걸 느꼈기 때문에 '이렇게 기다려서까지 먹어야 하는 걸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람이 미어터져 정신없고 비도 오락가락하는 와중에 다른 곳을 찾는 게 더 힘들 것 같았다. 대신에 기다리는 동안 근처 슈퍼에서 야식으로 먹을 간식과 맥주를 샀다.


우리는 예약 시간보다도 15분 정도 늦게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목식당은 실내와 실외 좌석으로 나뉘어 있는데, 예약할 때 에어컨이 있는 실내 좌석을 요청할 수 있다. 목식당도 고급지거나 깔끔한 레스토랑은 아니었고, 그보다는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까웠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크레이피쉬를 시키면 직원이 수조로 데려가 크레이피쉬를 직접 보여주고 무게까지 재준다. 크레이피쉬를 들고 사진 촬영도 할 수 있다. 해운대 포장마차에서 랍스터를 들고 사진을 찍었던 게 생각났다. 다낭의 크레이피쉬도 해운대의 랍스터만큼 크고 먹음직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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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피쉬의 소스는 마늘 버터, 칠리, 블랙 페퍼, 치즈, 마늘 볶음이 있다. 소스를 반반으로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는 점심에 갈릭 새우를 먹었기 때문에 마늘 소스는 패스했다. 치즈는 녹인 치즈를 크레이피쉬에 올려주는 건데,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이것도 흔쾌히 넘겼다. 그렇게 칠리와 블랙 페퍼 반반을 고르고, 맛조개 공심채 볶음과 계란 볶음밥도 주문했다. 공심채 볶음은 역시나 맛있었고, 계란 볶음밥은 다소 평범했다. 그리고 대망의 크레이피쉬는 내 입맛에 딱이었다. 둘 다 간이 너무 세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 같긴 하다. 칠리소스는 달고 블랙 페퍼는 짜다. 그래서 맛있다. :D 이렇게 세 가지 메뉴에 스무디 한 잔씩을 시켜서 한화로 약 10만 원이 나왔다. 베트남치고 매우 비싼 식사를 한 것이다.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이곳은 다음에도 방문할 의향이 있다.


#야식

KakaoTalk_20241215_165350663.jpg 저 맥주들을 다 마신 건 아니다! 한 캔씩만 마셨다.

그랩을 타고 호텔로 다시 돌아와 맥주와 함께 야식 타임을 가졌다. 과자만 먹기엔 왠지 아쉬워서 베트남의 유명 피자집 '피자포피스'를 배달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하얏트로 배달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차로 고작 20분 거리인데 배달이 안 된다니, 허탈했지만 그대로 피자를 포기할 순 없었다. 친구는 그랩 어플을 뒤져 배달이 가능하고 별점도 좋은 피자집을 열심히 찾았고, 결국 'Gordon's New York Pizza'라는 음식점에서 마르게리따를 주문했다. 나는 '베트남'의 '뉴욕' 피자집에서 '이탈리안' 피자인 마르게리따를 시키는 것이 좀 미심쩍었지만, 그래도 마르게리따면 어디든 평타는 치니까 믿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아... 그 맛은 한국의 냉동피자에도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맛이었다. 한 판에 거의 만 원이었는데...


KakaoTalk_20241215_172329138.jpg 출처: buocnhayhoanvu 인스타그램

쓰린 마음으로 맥주를 홀짝대던 우리는 한국 채널이 혹시나 있을까 싶어 TV를 켰다. 그러다가 굉장히 촌스러운 무대에서 괴상한 옷을 입은 출연자가 항마력 딸리는 춤을 추고, 다른 출연자들이 그녀를 둘러싸곤 어색한 환호를 보내는 방송을 발견했다. 처음엔 무슨 연애 프로그램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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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궁금한 마음에 구글링을 통해 프로그램의 정체를 찾아냈다. 이 프로는 'Bước Nhảy Hoàn Vũ'라는, 베트남판 'Dancing with the Star'의 새 시즌이었고, 우리가 보고 있는 방송이 무려 첫 화 본방송이었다. 더욱더 신기한 건, 이 프로그램엔 다양한 국적의 출연진이 등장하는데 이들 중 한국인도 3명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은 아니었고, 유튜버나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제작진이 이들을 어떻게 찾아내 캐스팅했는지, 이들은 어떻게 베트남 방송에 출연하기로 결심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세트와 의상의 미감과 방송의 연출과 편집을 보면서 나라의 경제 수준이 문화 수준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곧 방송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통해 드러난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 프로그램의 퀄리티는 2000년대 초반 'X맨'이나 '연애편지' 같은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의 퀄리티보다도 못했다. 한국 드라마와 예능이 동남아 국가에서 인기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2일 차. 11월 24일 일요일

#아침 운동

베트남 여행을 계획할 때, 스스로 다짐한 게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아침 러닝이다. 요즘 러닝에 애정과 욕심이 생겨서 한국에서도 꾸준히 러닝을 하고 있었다. 이제 막 실력이 늘었는데 일주일의 여행 기간 동안 러닝을 안 하면 실력이 퇴보할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하얏트에는 헬스장이 있으니, 여의치 않으면 헬스장의 러닝머신이라도 매일 뛸 생각이었다. 사실 난 러닝은 좋아해도 러닝머신은 좋아하지 않는다. 제자리에서 같은 풍경을 보면서 일정한 속도로 뛰는 러닝머신은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헬스장보다는 리조트 내부에서 러닝 하고 싶었는데, 리조트 바닥이 대부분 돌길이라 러닝 하기에 좋지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헬스장 러닝머신을 뛰기로 결정했다.


둘째 날 아침, 결심한 대로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챙겨 온 운동복을 입었다. 친구 한 명도 하얏트에서 진행하는 아침 요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고 함께 일어났다. 여행을 와서 다른 것도 아닌 운동을 하겠다고 아침 일찍 일어난 건 처음이라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객실 밖으로 나오니 세찬 바람과 방울방울 떨어지는 비가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가 다낭에 도착했을 때부터 날은 계속 흐렸고, 비는 계속 오다 말다 했다. 하지만 오늘은 리조트의 수영장에서 놀기로 계획한 날이었다. 비가 많이 오면 안 됐다. 우리는 날씨를 걱정하며 우리가 있는 객실의 반대편에 위치한 헬스장으로 향했다.


나는 러닝머신을 뛰기 시작했고, 친구는 헬스장 옆 방으로 들어가 요가 수업을 들었다. 원래 이 요가 프로그램도 바다가 보이는 야외에서 진행되는 건데 날씨 때문에 장소가 바뀌었다. 분명 베트남 여행을 계획하기 전에 검색했을 때는 11월 말이 우기가 아니랬는데,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4일 내내 다낭은 흐렸다. 한편, 하얏트의 헬스장은 있을 것만 딱 있는 작은 규모였다. 입구 쪽에는 물과 냉차, 종이컵이 있고, 그 옆엔 땀을 닦을 수건과 물티슈가 비치되어 있었다. 솔직히 러닝머신을 뛰는 건 지겹도록 지루했지만, 그래도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뛰었다. 창을 때리는 빗줄기보다 더 굵은 땀방울이 얼굴에 흐르는 것을 느끼며 보람찬 아침의 충만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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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

하얏트에서 조식을 먹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는 전화로 아직 자고 있는 친구를 깨웠다. 방까지 다시 올라갔다 가기는 귀찮았다. 하얏트 직원 할인은 리조트 내 식음료에도 적용이 돼서, 조식도 2만 원 정도 가격에 먹을 수 있다. 원래 나는 여행에서 호텔 조식은 잘 먹지 않는다. 특별하지도 않은데 비싸기만 하기 때문이다. 항공과 숙박에는 돈을 최대한 아끼는 것이 내 여행 철칙이라,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호텔을 예약하기 위해 조식 옵션은 빼는 편이다. 이번 다낭 여행은 5성급 리조트를 예약함으로써 그 철칙을 반 정도 깬 여행이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돈을 내고 조식을 먹자고 했을 때도 쿨하게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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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41216_155826596.jpg 첫 번째 접시 샷. 다음부터는 먹는 데 집중해서 사진이 없다.

하얏트 리젠시 다낭은 세 군데에서 조식을 운영한다. 이틀에 한 번씩 메뉴도 바뀐다고 한다. 우리는 그중 가장 큰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조식 맛은 괜찮았다. 서비스도 좋았다. 직원들이 제때 접시를 치워주고, 커피나 차를 타서 직접 갖다 주기도 했다. 하지만, 솔직히 특별하진 않다. 어쩌다 한 번 먹어볼 만한 정도? 전체적으로 다시 먹고 싶은 맛은 아니었다. 딱히 생각에 남는 음식도 없다.


#수영(을 빙자한 인생샷 남기기)

식사 후 객실로 돌아가 간단히 씻고 수영장에 갈 준비를 했다. 날은 여전히 흐렸지만, 다행히 비가 오진 않았다. 리조트에 도착했을 때부터 수영장을 비롯한 리조트 전체가 다 너무 예뻐서 사진 찍는 걸 싫어하는 나도 사진 욕심이 생겼었다. 정말 하얏트 리젠시 다낭은 수영장 하나만으로도 올 만한 리조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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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영보다는 사진 찍는 데 열중했다. 수영장의 온갖 곳을 배경으로 삼아 인생샷을 건지고자 연신 포즈를 취하고 촬영 버튼을 눌렀다. 인스타용 사진을 잘 찍는 친구가 많이 고생했다. 이 글을 빌려 한 번 더 고마움을 전한다. 사진을 다 찍고는 잠시 물놀이를 즐겼다. 그런데 비가 와서 그런지 물놀이하기에는 날이 좀 추웠다. 우리는 짧은 여유시간만 가진 후, 객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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