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 올드타운과 베트남 대표 화덕피자
여행기를 정리하다보니, 이틀차까지 관광지를 하나도 가지 않았다는 게 새삼 느껴진다. 나는 원래 여행을 가면 그곳의 유명한 관광지는 모두 가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데, 이번 베트남 여행은 처음부터 '힐링'을 목적으로 하겠다고 마음 먹어서 그런지 관광지를 가야겠다는 의욕이 딱히 없었다.
이튿날 저녁에야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관광지를 가게 됐다. 그것도 다낭이 아닌 다낭 옆 작은 도시 '호이안'에 있는 '올드타운'이었다. 호이안은 다낭에서 차로 30여 분 가야 나오는 작은 도시다. 다낭 여행을 가면 보통 호이안과 묶어서 다닌다고 한다. 우리는 올드타운을 구경하기 전에 호이안 맛집에서 먼저 저녁을 먹었다.
'까로동'은 한국인 맛집이 아니라고 해서 더 끌렸다. 실제로 식당 안엔 서양인 손님이 훨씬 많았고, 한국인은 없었다. 원래는 첫 번째 사진 속 생선요리로 유명한 집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는 메뉴는 두 번째 사진의 '화이트로즈'였다. 만두피 같은 반죽 위에 완자가 올려져 있는 음식인데, 물만두 같은 식감에 만두보다는 산뜻한 맛이다.
식사 후 올드타운을 구경했다. 올드타운은 이름 대로 로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작은 강 양 옆으로 여러 가게와 음식을 파는 가판대들이 줄지어 서있다. 강물 자체는 똥물이라 낮 보다는 밤에 더 예쁜 곳이다. 이곳에서 베트남식 피자라는 '반 짠 느엉'을 먹어보았다. 피자와는 완전 다른 맛이지만, 매우 맛있다. 매콤한 스리라차 소스가 킥인 것 같다.
거리를 조금 구경하다 분위기 좋은 카페, '포이즌 커피'를 찾아 들어갔다. 커피 맛은 그냥 평범했지만,(커피 맛을 잘 모른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꾸며놓은 내부 인테리어가 예뻤다. 음료 3개에 한국 돈으로 12,000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베트남 물가 만세.
우리는 호텔로 돌아가기 전, 어제 먹은 맛 없는 피자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베트남의 유명 피자집인 '피자포피스'를 들렀다. 피자포피스는 베트남 전역에 지점이 있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이다. 베트남에 사는 일본인이 집에서 화덕피자를 만들어 먹는 게 재밌어서 시작한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솔직히 베트남까지 가서 무슨 피자를 먹냐고 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친구가 피자가 너무 먹고 싶다고 해서 응한 것이지, 맛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이 피자를 먹고 알았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이 피자라는 것을. 한국의 수많은 화덕피자집과 비슷할 것이라는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피자는 정말 정말 대단히 맛있었다. 친구는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있다는 말까지 했다. 베트남의 일반적인 물가와 비교하면 꽤 비싼 가격이지만, 한국에서 맛있는 화덕피자를 먹는다 생각하고 충분히 지출할 만한 값어치를 했다. 우리는 아주 만족스러운 야식에 맥주 한 캔을 곁들이며, 다낭에서의 이틀차 여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