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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볼든 Mar 29. 2022

지옥문이 열렸다, 탈러시아 선언하는 글로벌 기업들

30년 쌓아올린 경제 성장 한방에 날린 푸틴.

러시아 침공을 규탄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움직임은 우리가 알던 전쟁의 단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세계 각지에서 2만여 명이 우크라이나 의용군을 자청하며 전장으로 향하는가하면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강도 높은 수위의 제재는 전대미문의 연대의식을 보여준다. 


국제금융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에서는 러시아를 퇴출했고, 그에 따라 물가는 치솟았으며, 루블화 가치는 폭락했다. 간신히 1차 디폴트 위기를 모면했으나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러시아 국가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로 강등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105년 만에 국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러시아 시민들의 몫이다. 미국 경제잡지 포춘은 1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에서 철수한 글로벌 기업의 명단을 정리해 보도했다. 148개 업체가 러시아에서 기업 활동을 완전히 중단했고, 사업 철수 및 중단 등 보이콧을 선언한 글로벌 기업은 약 300여 곳에 달한다. 자본주의의 달콤한 맛에 물든 러시아인들은 애플페이와 신용카드도 사용하지 못하게 됐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이용할 수 없다. 일상적으로 누리던 미국 콘텐츠와 해외 문화 등이 한순간에 중단되자 러시아 시민들의 반전 시위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상황. 


러시아를 완벽히 고립시키기 위한 세계적인 연대는 보다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빅테크부터 미디어, 스포츠, 디자인계에 이르기까지 국가와 기업, 개인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는 탈러시아의 움직임, 주요 분야별로 확인해 보자.      


가짜 뉴스 차단에 주력하는 빅테크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러시아의 가짜 뉴스 전파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상 가장 먼저 러시아에 직접적으로 제재를 가한 빅테크 기업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기업 메타플랫폼스(FB)였다. 메타는 러시아 국영 매체의 계정이 자사 플랫폼에서 광고나 영리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 러시아 국영 언론 계정과 이들 사이트로 연결해주는 콘텐츠를 강등 조치했다. 푸틴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러시아군 등에 대한 혐오 표현도 허용했다. 트위터 또한 러시아 국영 미디어의 웹사이트로 연결해주는 링크를 공유하는 트윗에는 라벨을 붙이기 시작했고, 러시아 당국은 자국 국영 매체 차별과 허위 정보 유포를 근거로 페이스북, 트위터에 이어 인스타그램까지 접속을 차단했다.


구글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지도의 일부 기능을 막았다. 구글의 자회사 유튜브 역시 러시아투데이(RT) 등 러시아 국영 언론 매체가 유튜브에 올리는 동영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없도록 했고, 우크라이나에서 RT와 다른 여러 채널에 대한 접근마저 차단한 상황이다. 애플은 러시아 내 매장에서 모든 제품 판매와 배송, 애플페이 사용을 금지했다. 갑작스러운 페이 먹통으로 인해 모스크바 지하철역 개찰구는 실물 승차권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마비가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더불어 러시아 이외 지역의 앱스토어에서 러시아 관영매체 RT, 스푸트니크뉴스를 내려 받을 수 없게 조치했으며, 우크라이나 주민 안전을 위해 애플지도 상에서 현지 교통상황 및 실시간 사건을 알려주는 기능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 getty images

러시아 선수 손절하는 스포츠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도 두 기관 주관 국제 대회에서 러시아 국가대표와 소속 클럽팀의 퇴출을 결정했다. 러시아 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출전은 물론, 러시아 구단들의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컨퍼런스리그 모두 참가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러시아축구협회(RFU)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러시아 축구대표팀과 러시아 소속 축구 클럽의 출전 금지가 부당하다고 항소했으나 CAS는 러시아 대표팀과 클럽팀의 유럽 지역 내 출전 금지 징계를 내린 UEFA의 결정이 타당하다며, 러시아축구협회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발표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도 러시아 중계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100만 파운드(약 16억 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현재 출전 중인 구단들도 모두 자격이 박탈된 상황. 특히 푸틴의 절친으로 알려진 첼시의 로만 아브라모비치에 대해 EPL 측은 구단주 자격을 박탈하고 자산도 동결했으며, 현대자동차 또한 첼시 구단에 대한 후원을 중단했다. 아브라모비치는 그에 앞서 먼저 첼시 구단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F1을 관장하는 세계자동차연맹(FIA)은 올시즌 F1 월드 챔피언십의 러시아 그랑프리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러시아 그랑프리는 오는 9월 25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현재 F1 공식 홈페이지의 시즌 일정 안내 페이지에선 러시아 국기가 사라진 상태다.      


신냉전 체제의 도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미국과 유럽 중심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분야 보이콧 러시도 거세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러시아에서 모든 디즈니 영화 개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뒤 일주일 만에 콘텐츠를 비롯해 제품 라이선스, 디즈니 크루즈 라인 활동, 내셔널 지오그래픽 매거진과 투어, 지역 콘텐츠 제작·방송 채널 등의 사업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약 1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OTT 플랫폼 넷플릭스는 러시아 내 구독자들의 접속 차단에 이어 신규 가입도 제한했다. 또한 공개 예정에 있던 ‘안나K’, ‘자토’ 등 총 네 편의 러시아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도 중단된 상황이다. 


아마존은 상품 배송 서비스와 OTT 프라임 비디오를 중단했고, 워너브라더스는 예정되었던 영화 <더 배트맨>의 러시아 개봉을 취소하며 러시아 내 모든 사업을 멈췄다. 소니 픽처스도 영화  <모비우스> 극장 개봉을 중단한다. 유니버설뮤직은 사업 중단과 함께 사무실을 폐쇄했다. 칸 국제영화제 또한 오는 5월 개최되는 영화제에 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주최 측 유럽방송연합(EBU)도 올해 행사에서 러시아 참가를 제한했다.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는 올여름으로 예정되었던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공연을 취소했고, 볼쇼이 수석 무용수이자 러시아 최고 발레리나로 꼽히는 올가 스미르노바는 탈단과 함께 러시아를 떠났다.       


자본주의 떠난 러시아, 패션/유통


패션 브랜드들도 러시아 사업을 줄줄이 중단하며 러시아 보이콧에 힘을 보탰다. 에르메스, 루이 비통모에헤네시(LVMH), 샤넬, 리치몬트 등 유럽 명품 업체들이 잇따라 러시아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LVMH는 러시아 매장 120여 개를, 에르메스는 모스크바와 기타 매장을 폐쇄했고, 샤넬도 17개 매장 폐쇄에 이어 전자상거래를 중단했다. 구찌,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타, 생로랑 등을 거느린 명품 그룹 케링 역시 러시아 현지 매장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프라다, 몽클레르도 영업 활동을 멈췄다. 


스웨덴 기반의 H&M은 러시아 170개 매장의 문을 닫았고, 자라와 마시모두띠, 버쉬카 등을 보유한 인디텍스도 502개 매장 임시 폐쇄와 영업을 중단했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러시아 축구 연합과의 파트너십을 끊고 우크라이나, 몰도바, 헝가리 등을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구호 단체에 10만 유로 이상의 신발과 의류를 기부했다. 나이키도 러시아 내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이어 러시아 잔류를 고수하던 유니클로가 러시아 전역 50여 개 매장 운영을 전면 멈추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스웨덴 가구 기업 이케아가 러시아 내 모든 매장을 폐쇄를 결정한 가운데 사업이 철수되기 전 이케아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몰려든 러시아 시민들로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탈냉전 상징의 붕괴, 식품/외식


미국의 맥도날드, 펩시, 코카콜라, 스타벅스 등도 줄줄이 러시아 보이콧 대열에 합류하며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특히 맥도날드 매장 폐점 소식 이후 각 지점마다 고객들이 몰렸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맥도날드 세트 메뉴가 한화로 약 40~50만 원 선에 거래되는 등 사재기 현상까지 목격되고 있다. 맥도날드 매장이 있는 나라끼리는 전쟁을 벌이지 않는다는 ‘황금 아치 이론’도, 시장경제의 확장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믿음도 사라진 것. 이어 KFC와 타코벨, 피자헛 등을 보유한 미국 외식업체 얌 브랜즈도 러시아 시장 내 투자를 중단키로 했다. 스위스 네슬레 또한 러시아에 대한 투자와 진행 중이던 광고를 모두 중단했다.      


러시아 게임 오버, 게임


글로벌 게임사들도 러시아 제재에 빠르게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는 자국 게임 시장과 게임업계의 초토화 분위기를 ‘게임 오버(Game Over)’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전하기도 했다. 먼저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에픽게임즈가 러시아에서의 게임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위쳐’, ‘사이버펑크2077’을 만든 씨디 프로젝트 레드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의 모든 게임 판매를 중단했다. 슈퍼셀도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자사 게임을 전면 금지 조치했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판매는 물론 디지털상의 판매를 모두 포함한 조치다.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닌텐도 등 콘솔 게임도 가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러시아에서 엑스박스를 비롯해 윈도우 등 모든 제품의 신규 판매와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니는 자사 최신 게임인 ‘그란투리스모 7’의 플레이스테이션 5 버전의 출시를 취소했고, 우크라이나 난민을 지원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유엔난민기구에 2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닌텐도 또한 러시아 지역의 닌텐도 e숍 서비스를 차단한다고 전했다.


e스포츠계에서도 러시아와 벨라루스 지우기에 나섰다. 일렉트로닉아츠(EA)는 ‘에이펙스 레전드’ 글로벌 시리즈, EA 스포츠 ‘피파 22’ 등 글로벌 시리즈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포함하는 ‘배틀그라운드’ 동유럽 리그를 무기한 연기했다.      


Creatives for Ukraine, 아트/디자인


디자인계에도 어김없이 러시아 보이콧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영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와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가 러시아 프로젝트 철회 입장을 밝혔다. 영국 스튜디오 포스터 + 파트너스를 비롯해 스위스 스튜디오 헤르조그 앤 드뫼롱, 네덜란드 스튜디오 MVRDV 역시 러시아 프로젝트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개인과 기관도 늘어나고 있다. 건축 기관 UIA(International Union of Architects)와 ACE(Architects’ Council of Europe)는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러시아관 큐레이터인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국제건축가협회(International Union of Architects)는 우크라이나 지지의 뜻을 비췄다. 독일 출신 건축가 마누엘 허츠, 사진작가 이완 반, 아키데일리  설립자 데이비드 바술토를 포함해 최근 완공된 우크라이나 바비 야르 유대교 회당의 설계자와 협력자들도 침공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설치작가 올라퍼 엘리아슨과 뉴욕 디자인 스튜디오 펜타그램을 비롯한 세계적인 스튜디오와 디자이너, 예술가도 러시아를 규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을 SNS에 공유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또한 스페인의 산업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은 우크라이나와 연대하여 처음으로 SNS에 일러스트레이션을 게시했고, 프랑스 산업디자이너 로낭 부홀렉과 에르낭 부홀렉, 독일계 그래픽 디자이너 샤샤 로베, 미국의 색상 전문 연구·개발 기업 팬톤, 오스트레일리아 아티스트 올리버 제퍼스 등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일러스트를 만드는 것 외에도 플랫폼을 사용하여 대중의 인식을 고취시키고, 난민을 돕거나 다양한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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