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는데도
그칠줄 모르는
싸늘한 바람에
희망도
미래도
평범하고픈 삶도
준비할 새 없이
부다페스트의 소녀처럼 쓰러져 간다.
이유도 없고
하소연도 필요없이
멍하니
자연의 순리라기에는
혈관처럼 얽혀있는 이해관계가
저마다 다급하다
오랜 작업으로 굳어진 관절의
거친 유연함이 내뱉는
삐꺼덕거림의 소음이
천지로 퍼진다
삶의 의지를 지금보다 더
어떻게 찾으라고
그래 재촉을 하는지
그래 등떠미는지
그래 매몰찬지
따순 봄이 왔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긴 겨울의
흔적이 봄의 옷깃을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