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챙기자

by 용혀기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나 혼자만 살아가는 세상도 아니고 주변의 상황이 나에게 맞춰주는 것도 아니기에 우리는 항상 준비하고 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예상할 수 없기에 준비해야 하지만, 현실을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 또한 결코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순위에 밀려 미래의 준비를 미루다 보면 멀어 보였던 그 미래가 바로 현실이 되어버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오늘은 화창한 날씨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멋지게 차려입고 길을 나섰지만,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막을 방법은 없다. 아침부터 흐린 하늘을 보고 비가 올 것을 대비하여 우산을 챙기고 나가지만 돌아오는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던 경험을 반복하면서도, 우리는 자신의 감각에 의한 예측과 판단을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준비하고 대비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좋지 않은 상황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좋은 상황을 예상하고 준비하고 대비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상황은 문제나 사건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준비하거나 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후회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준비하지 못함으로써 상황이 나빠졌을 경우에 돌아오는 질타와 후회는 우리를 힘들게 한다. 이러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항상 준비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로 인해 쉽사리 도전을 하지 못하고 안정만을 추구하면서 현재에 안주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최상이라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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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은 항상 맑은 날만 지속되지 않는다. 계절의 변화가 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자연 현상을 거부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은 자기 최면의 의미다. 힘들다고 느끼지만 그 상황을 바꿀 수도 없다. 그렇게 인간은 세상의 현상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일방적인 순응보다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거부하거나 역이용하는 법을 익힐 수 있다면, 의미와 가치적인 면에서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우리는 우산을 쓴다. 그리고 이런 자신의 행동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자연의 현상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비가 오는데 굳이 밖으로 나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비가 오면 나가지 말고 그칠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데, 기어이 자연의 현상을 거역하면서까지 밖으로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에 지각하지 않기 위해서, 미팅 약속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도서관에 가기 위해서 등 각자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산을 쓰고 나가면서 빗물이 튀기거나 신발이 젖으면 불평을 늘어놓는다.


긍정적 마인드셋이 필요하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불평을 하면서도 우산을 쓰는 경우는 타인의 삶을 살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산을 단순히 비를 막기 위한 도구로만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 마인드셋으로 사고를 전환한다면 자신에게 부여되는 의미는 달라질 것이다. 우산을 쓰고 길을 나서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의지의 행동이라 여긴다면 어떨까.


비를 피하기 위한 수동적 선택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능동적 결단으로 받아들인다면, 같은 행동이지만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우산은 더 이상 불편함을 감수하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의지의 상징이 되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예측할 수 없는 소나기 같은 상황들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우리는 그것을 막을 수 없고, 때로는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흠뻑 젖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비가 오느냐 안 오느냐가 아니다. 비가 와도 나아가야 할 이유가 있느냐, 그리고 그 이유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준비와 대비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두려움에서 비롯된 강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산을 챙기되, 그것이 자신을 보호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도구임을 기억해야 한다. 비가 올까 두려워 집에만 머물러 있다면, 우리는 맑은 날의 햇살도, 비 온 뒤의 무지개도 결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 인생은 날씨를 선택할 수 없지만, 그 날씨 속에서 어떤 태도로 걸어갈 것인가는 선택할 수 있다. 불평하며 억지로 우산을 쓰고 나갈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을 향한 의지로 우산을 들고 당당히 걸어 나갈 것인가. 그 선택의 차이가 바로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구분 짓는 경계선이다.


맑은 날은 천덕꾸러기일지 몰라도 비 오는 날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주는 우산을 준비하자. 삶의 소나기를 막아주고 눈보라를 막아줄 수 있는 자신만의 우산을 가슴에 품고 당당하게 걸어 나가는 것이다. 세상의 풍파에 시달렸지만 굳건히 이겨내 찢기지만 않는다면 뙤약볕을 막아주는 양산도 될 수 있는 우산을 챙겨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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