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경계

by 용혀기


광활한 우주의 한 작은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우주의 섭리에 따라 삶의 규칙을 정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고, 태양과 달의 교대시간에 맞추서 밤과 낮으로 나누며, 1년의 변화주기를 음향오행설에 따라 구분하면서 우주기 벌이는 사건에 순응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이러한 우주의 섭리를 어기지도 못하고 순응하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미약한 존재이지만 그 안에서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나름의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섭리가 명확하게 구분되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많은 방황을 하곤한다. 일출과 일몰의 시간이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피부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은 변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계절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오늘부터 언제 까지가 봄이고 여름인지에 대한 구분은 없지만 우리 인간은 그 쯤이라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각자의 삶의 방식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변화를 느끼는 순간 세월의 흐름과 의미 없이 보낸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운동을 하고 난 후에 잠을 자고 나면 아침에 뻐근함이 몰려온다. 개운함 보다는 피곤함을 더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부시시하게 일어나 주방에서 물 한잔 마시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주방 쪽에서 바라본 아침하늘은 맑았다. 그러다 아직 지지 않은 달의 모습을 보았다. 거실 쪽에서 올라오는 태양빛에 자신의 빛을 잃어가며 서서히 기울고 있는 달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 달이 지배하는 밤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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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감하려는 달과 하루를 시작하려는 태양과의 교대식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지만 우리는 언제나 시작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며 살아간다. 마감도 시작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말들은 하지만 현실은 당장 밀려오는 것을 감당하기에만 바쁘다. 그래서 태양은 뜨고 진다는 표현을 자주 하지만 달에게는 뜬다고는 하지만 달이 진다고는 표현하지 못한다. 인간의 삶이 진행되는 시간은 태양과 함께하는 것이어서 태양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밤이라는 시간이 없다고 한다면 그 또한 살아갈 수 없다. 하여 지금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상에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태양빛이 찬란하다면 달빛은 황홀하다. 인간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것은 오히려 달빛이다. 하지만 우선순위에 밀려서 달이뜨고 지는지에 대한 관심을 갖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는 감성의 골을 넓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일몰시각은 알면서 월몰시각은 알려하지 않는 것은 현실에 얽매여 잃어버린 우리들의 메마른 감성지수다. 하루의 마감을 하면서 많은 감정을 꺼내어 보기를 시도하지만 세상의 섭리를 이해하려 하지는 않는다. 어느 날 변해버린 세상에 대한 무상함은 느낄 뿐 우리는 현실과 맞서고 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수많은 도전과 경험을 했을 것이다. 아니 했다.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그 도전에 대한 마무리를 얼마나 했었는지를 생각해 본다. 시작은 야심 차게 하지만 마무리는 흐지부지가 되는 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이다. 시작과 끝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할 수 없는 이유로 아직 마무리되지 않는 일을 두고 또 다른 시작을 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 어제 시작한 것이 오늘 끝나지 않았지만 오늘 또 다른 시작을 한다. 내일도 다른 것을 시작할 것이다. 삶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그 혼재된 도전 속에서 마무리를 하지 못한 채 불안한 시작만 계속 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달이 지는 모습을 바라볼 때다. 아침하늘에서 사라져가는 달을 보며 우리는 마무리의 아름다움을 배워야 한다. 달은 고요한 밤중에 나타나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조용히 물러난다. 그 마지막 순간도 기다리지 못하고 아침을 시작하려는 태양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태양에게 내어주며 다음을 준비하려는 달의 모습이 우리가 배워야 하는 진정한 마무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끝맺음 없는 시작들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완성되지 않은 프로젝트들, 중단된 계획들, 흐지부지된 결심들이 우리의 마음 한편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그리고 그 무게를 견디기 위해 또 다른 시작으로 눈을 돌린다.


하지만 제대로 된 마무리가 있어야만 새로운 시작이 의미를 갖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작의 용기가 아니라 끝내는 용기다.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것은 정리하고, 계속할 가치가 있는 것은 완성하는 용기.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 때로는 중단도 하나의 완성이며, 포기도 하나의 결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달이 지는 시각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천문학적 정보가 아니라, 우리 삶에서 마무리의 시간을 인식하는 감성의 문제다. 월출과 월몰시각을 확인하는 것은 하루의 끝을 제대로 맞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시작과 끝, 일출과 일몰, 그리고 월출과 월몰. 우주의 섭리는 이 모든 것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끝없는 시작의 반복이 아니라, 온전한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의 조화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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