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하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현명하게 부동산 경매하는법3]
경매법정에 처음 들어서는 초보자들의 눈빛은 다들 살짝 취해있다.
수개월간 경매서적과 유튜브 영상을 본 것만으로도, 당장 번듯한 아파트나 상가를 반값에 낙찰받아 인생역전을 이룰 것처럼 낭만에 빠져있는 듯하다.
그러나 냉정한 자본주의 최전선인 경매는 맨몸으로 달려든 초보자에게 절대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첫 입찰에서 수천만 원의 수익을 기대하며 무리한 대출을 미리 계산해 넣거나, 수익률이 높아 보여 특수물건을 낙찰받는 순간, 그동안 모은 내 피같은 종잣돈은 순식간에 블랙홀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 물론 환불은 없다.
경매에 던지는 첫 번째 출사표는 '대박'이나 '신분상승'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절대적인 목표는 '단 1원도 잃지 않는, 안전한 한 사이클 경험'이어야만 한다.
워런 버핏의 투자 제1원칙은 "절대 돈을 잃지 마라"이고, 제2원칙은 "제1원칙을 잊지 마라"다. 투자의 세계에서 이 말이 유명한 이유는, 자본주의는 철저하게 '복리'와 '비율'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만약 5천만 원의 종잣돈으로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반토막이 나서 2,500만 원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손실률은 –50%다. 그럼 남은 돈으로 원래의 5천만 원을 복구하려면 몇 %의 수익을 내야 할까?
+50%가 아니라 +100%의 수익률을 달성해야 겨우 원금을 회복할 수 있다.
한 번 크게 잃고 나면 원금을 회복하기 위한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반면, 철저하게 보수적인 기준으로 입찰해 단 1원도 잃지 않고 시장에 끝까지 살아남는다면? 작고 지루하지만 단타로 자본을 굴리다 보면 자산은 스노우볼처럼 불어난다.
시장은 절대 도망가지 않는다. 얄팍한 사람들만 도망갈 뿐.
실전에서 손실을 원천 차단하고 마진을 기계적으로 확정 짓는 세 가지의 실전 원칙이 있다.
첫째, 법원 감정가는 무시하고 '최저 급매가'를 기준삼자
초보자의 가장 큰 실수가 '감정가'를 맹신하는 것이다. 감정가가 3억 원인데 유찰을 거듭해 최저 입찰가가 1억 5천만 원까지 떨어졌다고 치자. 초보자는 "2억에만 낙찰받아도 1억을 거저먹는구나!"라며 환호성을 지른다.
이것이 블랙홀로 가는 급행열차다. 법원의 감정가는 경매가 시작되기 수개월 전, 심지어 1년 전 시점으로 평가된 과거의 가치일 뿐, 오늘 당장 시장에서 팔리는 가격이 아니다.
현장에서 발품을 팔며 부동산들을 두루 돌아보고 '내놓으면 오늘 안에 팔릴 1층 급매물 가격'을 확인하라. 진짜 그 급매가가 2억 2천만 원이라면, 모든 기준점은 2억 2천만 원에서 시작해야 한다.
여기서 취등록세, 법무사 비용, 명도 비용, 단기 매도 시의 양도소득세, 대출 이자 등 모든 부대 비용을 빼고, 마지막으로 당신이 사업가로서 반드시 챙겨야 할 최소 확정 수익까지 봄철 웃자란 나뭇가지 쳐내듯 싹둑 잘라버려라.
그렇게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숫자가 입찰표에 적어야 할 '최대 상한선'이다.
현장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어제 결정한 입찰가를 올려 쓸 것 같다면, 그냥 돌아보지 말고 법원을 빠져나오는게 좋다. 기회는 또 있으니까.
둘째, 보이지 않는 '숨은 비용'부터 계산하자
경매는 일반매매와 달리 서류상에는 보이지 않지만, 현장에서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숨은 암초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점유자가 밀린 '체납 관리비', 점유자를 내보낼 때 협상카드인 '이사비(명도비)', 낙찰 후 마주하게 될 '수리비'다.
아마추어는 늘 핑크빛 희망회로를 돌린다.
"관리사무소에 가서 잘 말하면 깎아주겠지"
"사람이 선해 보이니 이사비는 안 주거나 30만 원만 줘도 되겠지"
"집 상태가 괜찮아 보이니 도배, 장판만 새로 하면 훌륭할 거야."
사업가는 타인의 선의나 운에 자본을 베팅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라.
대략적으로 검색하고 발품 팔면 견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체납 관리비는 공용부분만 150만 원, 강제집행까지 간다고 했을 때의 비용 300만 원, 대략 멀쩡하게 만들 수리비 500만 원.
임장을 통해 약 1,000만 원의 숨은 비용이 계산된다면, 그냥 기계적으로 깎아내고 입찰가 산정을 시작하라.
만약 운이 좋아 예상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면? 땡큐.
셋째, 권리상 하자 있는 물건은 패스하자
첫 투자의 목적은 경험을 쌓는 것이다. 절대 명도 소송전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데 보증금 미상인 경우, 지분 경매, 유치권 신고가 붉은 글씨로 적혀 있는 물건 등 서류상 조금이라도 찝찝하고 복잡한 물건은 내가 감당할 수 없다.
고수들이 특수물건으로 수억을 번다는 영웅담에 현혹되지 마라. 당신은 오직 '말소기준권리'라는 지우개를 댔을 때, 그 밑으로 모든 권리가 깨끗하게 소멸하는 무결점의 물건만 건드려야 한다.
쿵쿵나리님의 「싱글맘 부동산 경매로 홀로서기」를 보면 이 내용이 아주 잘 나와 있다. 수도권 외곽의 평범한 다세대 빌라, 혹은 권리관계가 아주 깔끔한 소형 아파트가 첫 연습 상대로는 최고다.
남들도 다 들어올 수 있어 경쟁률이 높고 수익이 적게 날지라도, 법적 리스크가 '0'에 수렴하는 물건을 다뤄봐야만 내 자본의 손해 없이 경험치를 쌓을 수 있다.
위 3가지 원칙대로 깐깐하게 원가를 계산하고 보수적으로 입찰가를 적어내면, 패찰할 것이다.
열 번 입찰하면 아홉 번은. 분명하다.
이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수많은 초보자들은 패찰을 겪을수록 지쳐서 결국 포기한다. 아침 일찍부터 법원까지 왔다 갔다 한 차비와 연차 낸 시간이 아까워, 다음 입찰에는 무조건 낙찰받으려고 수천만 원을 높여 적어낸다.
이 '홧김 입찰'이 잘못하면 나를 평생 노동수익의 노예로 전락하게 만들 수도 있다.
발상을 완전히 전환하라. 패찰은 실패가 아니다. 비싸게 물건을 살 뻔했던 위기에서, 나의 이성이 소중한 종잣돈을 안전하게 방어해 낸 승리라고.
누군가 내가 분석한 적정 마진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낙찰을 받았다면, 남들이랑 같이 "우와"하고만 있지 말고 '저 사람은 이윤을 포기했거나(실거주, 미래가치) 원가 계산을 할 줄 모르는 아마추어구나'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괜찮다. 패찰했으니 오늘은 법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자. 기회는 내일도, 다음 주에도, 계속 쏟아지니 언젠간 소고기 먹을 날이 올 것이다.
첫 투자에서 모든 비용을 떼고 나니 순수익이 10만 원이었다고 치자. 실패한 것인가?
아니다. 수백만 원짜리 명품 강의도 줄 수 없는 '진짜 근육'을 만들어냈으니까.
등기부에서 말소기준권리를 찾고, 현장에 가서 물건을 확인하고, 부동산 사장님들과 기싸움하며 진짜 시세를 캐내고, 법정의 엄숙한 공기를 뚫고 입찰표를 써내 낙찰받고, 점유자를 합법적으로 내보내고, 낡은 집을 깔끔한 공산품으로 가공하고, 매도해 현금을 회수하는.
이 거대한 유통의 톱니바퀴, 이 어질어질한 사이클을 나의 두 발과 머리로 온전히 경험해봤다면, 월급쟁이로 살던 세계는 영화 '투르먼 쇼'와 같은 세상이 된다.
낡고 조그만 빌라를 통해 얻은 이 사이클의 프로세스는, 훗날 강남의 꼬마빌딩을 다룰 때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작동한다. 액수와 스케일만 달라질 뿐이다.
요행을 바라는 투기꾼의 허영심을 버려라. 경험하고 경험하며 끝까지 질기게 살아남는 것. 그것이 자본주의 속에서 진짜 대박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전제 조건이다.
위 내용은 행복재테크 카페에 선 연재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