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엄마가 아플 때
"엄마"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 괜시리 더 아련해지고 코 끝이 찡해지는 마법의 단어.
내 엄마도 할머니가 되었다.
엄마가 아프시다.
뭐, 엄청난 병에 걸려 오늘내일하시는 건 아니지만, 나이가 드시니 언젠가부터 몸이 여기저기 하나둘씩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당신이 오래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 또 그런 이야기를 종종 하시곤 한다.
내가 복직을 하면서 우리는 아이 하원을 도와주실 이모님을 구했다. 나의 엄마는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 살고 계시지만, 몸이 성치 않으셔서 아이를 전적으로 돌봐주실 수 없다. 내 입장에서야 타인의 손에 아이를 맡기는 것보다야 엄마가 돌봐주시는 편이 훨씬 좋지만, 몸이 성치 않은 엄마께서 아이를 전적으로 돌봐주실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아이의 하원 이모님을 따로 모셨음에도 엄마는 매일같이 아이 오후 4시가 되면 우리 집으로 출근을 하신다. 당신이 직접 손주를 못 봐주는 게 미안하다며. 나는 전혀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라고 하지만 엄마 마음은 또 그렇지가 않은가 보다. 조금이라도 더 도와주지 못함을 늘 안타까워하신다.
아이는 독감, 엄마는 감기
며칠 전, 아이는 독감에 걸렸지만, 가정 보육 하는 나를 도우러 엄마는 우리 집에 와주셨다.
그래서였을까 엄마는 갑자기 감기에 걸렸다고 하셨다. 그래도 다행히 아이에게서 독감이 옮은 것은 아니라 했다.
어쨌든 감기 증상이 있어 엄마도 쉬셔야 하니 당분간 집에 오시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와서 손주 봐주지 못해 미안하다 하신다.
응급실
그리고 주말이 지났고, 엄마가 좀 나아지셨을 거라 생각했다. 오후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몸이 어떠시냐 물었더니, 응급실이라고 한다.
웬 응급실이냐 물으니, 오늘 갑자기 얼굴에 감각이 없고 머리가 너무 아파서 홀로 큰 병원 응급실에 가셨다고 한다.
나는 너무 놀랐고, 혼자 아픈 몸을 이끌고 응급실을 찾아갔을 엄마를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내가 돌봐드려야 하는 엄마인데, 회사에 있어 엄마를 챙기지도 못하는 현실이 너무 서글펐다.
엄마는 연신 괜찮다 하셨다. 괜찮으니 걱정 말라고, 아이나 잘 챙기라고 하셨다.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가까이 있으면서도 아이가 생긴 후로부터는 내 새끼 챙기기 바빠 부모님은 신경도 못쓰고, 오히려 내 육아에 부모님의 노동력까지 착취하는 불효녀가 된 것 같다.
이게 맞는 걸까. 또다시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