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름의 역사_여름 시골 밥상 편

삼시세끼 찍고 있습니다.

by MJ


오늘 저녁 밥상에는 두부와 애호박, 버섯을 넣고 끓인 된장찌개와 풋고추가 올라왔다. 집 앞 텃밭에서 딴 오이도 함께. 요 며칠 나는 이런 식의 건강(?) 밥상에 적응하 있는 중이다.


장마가 끝나고 기록적인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주, 여름휴가를 맞아 할머니 집으로 왔다. 고속도로를 달려 할머니가 살고 있는 바닷가로 1시간 30여분. 차창 밖으로 푸른빛이 점점 가까워지고 진득한 바다 짠내가 콧 속을 가득 메우면 도착이다.


초등학교 시절만큼 가족들로 북적이지는 않지만, 그리고 그때만큼 짱짱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나를 반겨주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이층 벽돌집이 그 작은 바닷가 마을에 있다.


며칠 동안의 시골 일과를 되돌아자면, 아침에 일어나 빨랫감을 다 수거해 세탁기에 넣고 아침을 차려먹는다. 밥 먹고 한숨 돌린 뒤 마당 빨랫줄에 옷을 널고 너는 김에 또 마당 청소 한 번 하면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 솔직히 말하면 삼시 세끼 먹다가 하루가 다 지난다.


삼시세끼 지분의 일부는 마당 한구석의 텃밭이 차지하고 있데 깻잎이며 상추, 고추, 부추, 가지, 오이, 대파들이 모두 요 근래 무더위에 혼이 나서 고개를 푹 숙이는 일이 잦다. 그러면 고무 호스로 텃밭에 물을 촥 뿌려는데, 한나절도 지나지 않아 작물들이 거짓말처럼 어깨를 듬직하게 편다. 이게 은근히 기특하고 재미있데, 이렇게 살려낸 채소들이 밥상에 오른다.


어렸을 적 여름 방학을 떠올려보면 사촌 동생들까지 식구들이 족히 열다섯은 넘었기 때문에 커다란 밥상을 3개는 붙여 밥을 먹곤 했지만 이제는 밥상 하나만 펴 두고 밥을 먹는다. 밥상 개수만 달라졌을까. 밥상 위 올라가는 음식들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예전에는 성장기 어린이들을 배려해서였는지 삼겹살, 갈비 등 각종 고기반찬이 밥상마다 그득하게 올라갔지만 지금은 좀 더 단출한 밥상이 되었다. 할머니 집은 바닷가 마을이라 고등어등 생선 구이는 항상 올라오고 텃밭의 쌈채소, 찌개 하나, 김치류 하나면 끝이다.


처음에는 밥을 먹고도 입이 심심해서 혼났다. 그런데 며칠 먹다 보니 웬걸, 매끼 밥 한 공기는 뚝딱 비우게 된다. 진짜 정말 맛있다.


우선, 가지. 텃밭에서 가지를 따서 살짝 찐 다음 세로로 죽 찢어 먹으면.. 살캉거리는 식감이 예술이다. 납작하게 썰어 밀가루 반죽을 살짝 입힌 뒤 가지전을 구워 먹어도 좋다.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채즙이 상큼하게 퍼진다. 난 가지가 그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았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된장을 넣고 무친 고구마 줄기, 쪽파와 풋고추를 넣고 부친 부침개, 열무김치와 참기름을 넣은 비빔밥, 심지어 콩밥까지.


난 지금 시골 밥상에 완벽히 적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