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 대해서
80년대생인 나는 시간이 갈수록 참 복 받은 세대라고 문득 문득 자각한다.
인생을 평균 80이라고 보면 그 80년이 어디에 걸쳐져 있느냐는 한 번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고 결정적인 포인트라고 생각한다.(어느 집안에 태어났는지 보다도)
600년에 시작했느냐, 1800년에 시작했느냐, 1900년, 1950년, 60년, 70년.... 현대 사회로 들어올수록 태생의 1년 차이가 과거 예를 들어 1000년에 태어난 사람과 1300년에 태어난 사람의 환경의 차이보다 더 클 것이다.
그러다 보니 80년대 생으로서 이제 반환점을 돌았는데, 너무나 다양한 시대를 살아온 느낌이 들어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사실은 주어진 환경에서 수동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 스스로 찾아 나서는 노력보다 몇십 배는 많을 것이다.
그 경험 중의 하나로 자식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불과 한세대 전에는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그냥 밥 먹고 양치하는 당연한 수순이라서 생각이고 말고 할 것이 아니었던 시대를 살았다.
그러다가 지금은 자식을 낳는 것이 옵션이 시대를 살고 있다.
인생에서 결혼과 더불어 가장 중차대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가만히보면 우리는 필수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선택(옵션)이라는 항목이 우리에게 더욱 시간을 할애하게 만든다. 자동차를 고르는 것보다 그 자동차 안의 옵션을 선택 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처럼 말이다.
딸아이와 서울에서 한 달, 독일에서 3주 정도 오랜 시간을 같이 붙어 있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여러 학자가 한 이야기 중에 내 가슴에 가장 와닿는 구절이 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생각해 보니 한 가지가 더 떠오른다.
"자식은 하느님이 우리의 뜻대로 세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증거다."
이 두 가지 멘트는 어쩌면 서로 상충하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합치면 자식이 어떤 존재인지 대부분 아우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선택, 문화적 관습, 도덕적이 문제가 아닌 아주 긴 시간 동안 인류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 깊게 뿌리내린 본능적 동기와 관련이 있다. 여러 이유를 차치하고 나의 유전자를 안전하게 다음 세대로 전달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나는 그 본능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식욕에 대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이 있는데, 그 본능을 채우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밥을 먹기도 하고, 빵을 먹기도 하고, 파스타를 먹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한다.
심지어 본능을 잠재우고자 일찍 자는 방법도 있다.
그만큼 자녀를 키우는 것에 대해서는 정답도 없고 다양한 방법만이 존재할 뿐이다.
나는 어린 시절 친가 쪽 할머니 손에 많이 키워졌다. 친할머니께는 꼬박꼬박 반말을 했었지만(물론 지금은 아니다.) 외할머니께는 꼬박꼬박 존댓말을 썼다. 뇌의 아주 깊은 곳에 있었던 기억이 얼마 전에 어머님(장모님)께서 한 말씀으로 끄집어내어 졌다. 딸아이가 자기에게는 꼬박꼬박 존댓말을 한다는 것이었다. 딸아이를 키워준 어머니한테는 반말로 편하게 하는데 말이다. 그게 내심 마음에 걸리셨나 보다.
사람 간의 편안함에 가장 깊은 상관관계가 무엇일까?
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자식과의 거리를 좁히려면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높은 확률로 양의 상관관계일 것이다. 간혹 예외도 있겠지만.
꼭 어디 멋진 곳을 가야 하고, 특별한 것을 해야 하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한 달 동안 딸 둘이서만 있으면서 우리는 저녁 6시에 만나 나는 저녁 준비를 하고 딸은 자유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7시에 만나 1시간 정도 같이 식사를 하고, 이후 1시간 동안 나는 책을 보거나 자유시간을 갖고 딸은 독일을 갈 준비의 일환으로 영어 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9시에 만나 같이 1시간 정도 넷플리스를 보고 잠들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이 루틴을 1달여 가까이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했다.
그리고 독일로 떠나는 날 딸에게 묻고 부탁했다.
"넷플리스 보는 1시간이 너무 기다려지고 좋았지?"
"응"
"아빤 네가 그런 작은 행복을 자주 느꼈으면 좋겠어"
"응,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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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에 지인 집에 들렀는데 아들 사진이 있는 것이다.
30대가 된 아들일 텐데 사진은 8살 정도 때로 보였다.
"난 아들을 저 때로만 기억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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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그런 존재다.
가끔씩 지인들 하게 이야기하는 멘트가 있다.
자식은 '리스크'다
그리고 부모는 그것을 확대할 수도 있고 완화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다른 그 어떤 것으로도 그 리스크를 Hedge 할 수 없다.
문득 돌잔치 때 썼던 편지가 기억이 난다.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만 온전하기를 바라면서 태어나길 기도했던 그 마음,
그 마음 아빠가 잊지 않을게, 부디 건강하게 자라다오.
봉팔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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