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를 떠나며

by 봉팔 인

일요일에 도착해서 일요일에 떠나니, 정확히 7박 8일의 출장 일정을 마무리한다.

2015년 11월 15일 결혼식을 올리고, 다음 날이었으니 11월 16일 아내와 이곳에 왔었다.

목적지를 칸쿤으로 두고 지나가는 경유지였다. 뉴욕이라는 다른 선택지도 있었지만, 우리에게 라스베가스는 왜인지 모를 다시 못 갈 그런 곳이라는 느낌이라 그랬던 것 같다.

그곳을 10년이라는 시간을 넘어서 다시 방문한 것이다. 당시에는 중간 기착지로 24시간 조차 되지 않게 머물렀지만, 이번엔 1주일 가까이 지내면서 조금 더 친숙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번 1주일간의 시간은 전시회, 그랜드캐니언 그리고 깊은 대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겠다.


라스베가스 건설기계 전시회(Conexpo)의 경우 3년마다 열린다. 건설기계 특성상 하나의 장비를 개발하기까지의 시간과 비용을 감안할 때, CES와는 달리 매년 개최되기가 어렵다. 최근 3년 사이에 변화된 것 또한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 몇 개 소형 기계들의 무인화 등으로 일상에서 접하는 자동차와 전자기기 등에 비해서는 느린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기계 전시회는 그 어떤 전시회보다 볼 것들이 많으며, 그 규모는 모든 것을 압도한다.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바우마(Bauma) 또한 3년마다 개최되는데 라스베가스보다 규모면에서는 더 크다. 그리고 최근 상해 바우마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전시회가 있을 때마다 난 고객들을 모시고 전시회에 방문하고 환대하고 접대하는 것이 나의 RnR 중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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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부스


6일간의 Booth keeper를 마치고 주말을 이용해 그랜드캐니언을 다녀왔다.

그랜드캐니언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에 대한 느낌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아주 특별한 경험을 적고 싶다.

작년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갔을 때 입장권이 있었다. 차량과 인원 포함해서 35달러였다. 당연히 그랜드캐니언도 그 정도 하겠지 했는데 웬걸 2026년부터 외국인에게 100불을 추가로 징수한다고 적혀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AI에게 물어본 내용이었다. 진짜 미국 너무하네 생각했지만, 렌트까지 해놓은 터라 뒤로 물릴 수 없었다.

뭐 20만 원 정도 값어치 하겠지, 하는데 입구에 있던 아주 착하게 생긴 징수원(Joy)과 대화를 나누는데...

나: 얼마예요?

Joy: 35불에 너 미국 영주권자이니? 그렇지 않으면 인원당 100불이다.

나: (약간 놀란 척하며, 카드를 주며) 오, 너무 비싸다. 외국인에 대해 차별이 크다.(조용히) 한국에 비해서.ㅎ

Joy: 하루 묵고 가니?

나: 아니, 잠깐 둘러보고 돌아가야 한다.

Joy: 사실 올해부터 트럼프의 오더가 있었다. 하지만 여긴 애리조나 주다. 즐겨보기를 바란다.

나: 고맙다.

그런데 웬걸, 여기까지 대화를 하고 카드를 받지 않는 것이다.

Don't you receive my card?

Just enjoy!

그렇게 그랜드캐니언에 무혈입성(?)을 하게 된 사연이 있었다. 그리고 찾아본 내용이 뭘까?

애리조나 주지사 정당을 찾아보니.....? 민주당이었다^^


이런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봐서 그럴까? 그랜드캐니언은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그 웅장함에 한없이 감탄하고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랜드캐니언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협곡은 아니다. 세계에서 제일 폭이 넓은 협곡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직접 보면 왜 그랜드캐니언인지 이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라스베가스에서 장장 5시간 차를 타고 온 보람, 가치, 그 모든 것을 넘어선 그것이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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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캐니언 사우스림

이번 출장에서 개인적으로 뜻깊은 시간이 있었다.

1대 1로 본사 마케팅 본부장과 Emerging Market 본부장과 따로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다. 그들이 나의 현재 상황(가족과 떨어져 있는)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었다. 당연히 나의 보스가 이야기를 했겠지만, 나 따위(?)의 상황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여러 부분에 대해 배려해 주겠다는 멘트는 나로 하여금 큰 감동이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와 Align 이 되니 재직하고는 있지만, 그것을 또 누군가로부터 이해받고 존중받는 느낌을 표현으로 직접 받으니 더욱 충성심이 생겼다.


그렇다. 뭐든지 표현해야 한다.

감사하다, 도움이 필요하다, 미안하다 등 그 외 동료들에게 그리고 주변인들이게 표현해야 한다.

문득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라 또 저 자리에 가 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그들이 알게끔 표현해 주신 나의 보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좋은 보스는 좋은 아내를 만나기만큼 어렵다.


라스베가스 어원을 보면 스페인어로 초원이라는 뜻이다. 그 넓은 사막 한가운데 비옥한 초원과 흐르는 물을 보고 지은 것이라고 한다. 내가 라스베가스를 만난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의 라스베가스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라스베가스를 떠난다.


다시 만나자.


봉팔 인


#라스베가스 #그랜드캐니언 #미국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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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스피어 (우)베네치아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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