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크기
살면서 배고프단 말만큼 많이 하는 말이 보고 싶단 말이지 않을까.
오늘도 와인 한잔 채워서 넷플릭스를 끄적이는데 2시간이 훌쩍 넘어가는 부담스러운 영화들 속에서 40분 러닝타임의 진주 같은 다큐멘터리를 발견했다.
제목은 ‘텅 빈 모든 방, All the Empty Rooms’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은 미국에서 매우 끔찍한 사건으로 기억한다. 크고 작은 총기 사건이 있었지만, 1999년에 일어났던 그 사건은 지금으로 치면 많은 밈을 탄생시켰으며, 모방 범죄를 양산하게 만든 참극이었다. 이런 사건을 특이점이라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연의 일치일까?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 미국에서 학교 총격 사건은 매년 급속도로 증가하여 지금은 300건이 훌쩍 넘는다고 하니 연중 매일 일어나는 것이다.
이 다큐는 그러한 총기 사건을 다루던 한 기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본인의 보도에 대한 열정과 추모에 대한 마음이 옅어져 가는 것을 느끼고, 자기반성과 동시에 이러한 분위기가 미국 전역에 퍼지는 것을 막고자 진행한 프로젝트 이야기이다. 이 프로젝트는 매우 단순하지만 너무나 깊고 너무나 그립다.
학교라는 장소적인 속성으로 총기 사건 피해자들 대부분은 아직 인생에서 너무나 할 것이 많고 누군가의 전부인 아이들이다. 피해자들의 부모님을 인터뷰하는 영상을 보면서 그들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이입해본다. 아이의 부재, 그리움을 넘어선 사무침, 한(恨), 그 어떤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응어리가 그들의 가슴에 아직도 줄어들지 않은 채 부푼 풍선처럼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그러고 나서 1달 여 떨어져 지낸 내가 느끼는 그리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가족이 보고 싶지만, 그들의 감정과는 다르다고 확신했다. 그리움이란 것이 떨어져 지낸 기간과 비례한다면 1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내가 결심하면 볼 수 있다는 현실이 훨씬 큰 이유이지 않을까 한다. 무슨 수를 써도 볼 수 없다는 것은 그리움의 크기를 51대 49가 아니라 100대 0으로 바꿔버린다.
그러한 생각이 지나가고 난 잠시 부모의 감정을 버리고 자식으로 돌아가본다.
나의 부모는 내가 언제 제일 그리웠을까, 남자인 나는 그것이 군시절이었을 것이다.
꽤나 오랫동안 그것도 처음으로 몇 달 동안 부모와 자식이 떨어져 지낸 시간.
나는 헤어진 여자친구가 그리웠지만, 아마 부모님은 군대를 보낸 그 순간부터 매일매일 나를 위해 믿지도 않으시는 하느님과 부처님을 찾으셨을 것이다.
프로젝트는 피해자의 방을 사진첩으로 담아 피해자의 부모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가해자로 기억되는 사건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이야기, 남아있는 유가족의 이야기, 미국 전역에 걸쳐 하루에 한 건 이상 일어나는 학교 총기 사건이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이야기다.
사진가는 자신의 딸을 오래전부터 매일 촬영을 한다.
딸은 이걸 언제까지 매일 해야 돼 라며 응석을 부린다.
사진가는 말한다. '당연하지,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All the Empty Rooms'
그 빈 곳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다.
그 방은 텅 비어 있지만, 동시에 그것은 그 모든 것이기도 하다.
아직 피기도 전에 져버린 꽃 같은 아이들아.
그곳에서 따뜻한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에 걱정 없이 뛰어놀기를 바랄게.
봉팔 인
#넷플릭스 #텅빈모든방 #학교총기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