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 된장국

딸의 삶을 응원합니다

by 정미선

바람이 아직은 차갑지만, 봄기운을 품고 있습니다. 산수유가 이미 노랑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으니 농부들은 농사를 준비하겠지요. 산수유가 피기 시작하면 농부들은 농사 준비를 한다고 했으니까요. 우리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봄과 더불어 시작하기 때문일까요? 학생들이 새 학기를 시작해서일까요? 두꺼웠던 옷도 벗어버리고, 웅크렸던 마음도 던져버리고 비상하고 싶은 마음이 일렁이는 3월이 새로운 시작의 달인 것 같습니다. 딸도 삼십 평생 살아온 곳을 떠나 3월부터 서울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합니다. 법적으로 성인이 된 지 10년도 더 지났으니 자기 일은 당연히 스스로 알아서 하겠지만 부모인 저는 걱정이 앞섭니다. 집을 얻는 것에서부터 서울살이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겨우 집을 구했지만 어떻게 생활을 꾸려갈지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걱정은 접어두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 주기로 했습니다. 젊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젊은 시절 꼭 해봐야 할 일이기도 하니까요.


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정말 많은 물건이 필요합니다. 혼자 살아갈 살림살이를 마련해야 해서 모처럼 백화점에 갔습니다. 휴일이라 사람도 많았고, 지하 식품관에서는 맛있는 냄새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진열된 빵들은 식욕과 더불어 감탄을 자아냅니다. 밀가루와 버터, 달걀 등을 가지고 이렇게 다양한 모양과 맛을 내다니 요리는 창의적인 일이 맞습니다. 같은 재료 다른 느낌, 다른 맛이 나니 말입니다.


필요한 물건만 사고 나오는데 주차장으로 가는 입구에 로컬 매장이 오픈했습니다. 백화점에 로컬 매장이 입점하다니 이 또한 신기합니다. 판로가 없어 걱정하는 농민들의 한숨도 해결해 주고, 고물가로 고민하는 도시민들에게는 싱싱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로컬 매장입니다. 밭에서 막 도착한 듯 한 싱싱한 채소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부추와 깻잎을 사고 보니 냉이가 보입니다. 그렇지 봄에는 냉이된장국을 먹여야지. 냉이 한 봉지를 집어 듭니다.


저녁은 깻잎김치와 냉이된장입니이다. 깻잎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두고, 다진 양파, 다진 당근, 간장, 액젓, 고춧가루, 마늘, 깨, 꿀 약간 넣어 만든 양념을 깻잎 한 장 한 장위에 올려주면 됩니다. 싱싱해서인지 깻잎 향이 유난히 좋습니다. 냉이된장국은 멸치 육수에 씻은 냉이를 송송 썰어 다진 마늘과 된장만 넣고 끓이면 됩니다. 된장은 어느 채소와도 잘 어울립니다. 채소 고유의 맛을 해치지도 않지만, 된장 자신의 맛도 잃지 않습니다. 속이 불편한 날은 된장국이 최고의 음식입니다. 냉이된장국은 남편과 나를 위한 음식인 줄 알았는데 딸도 향이 좋고 맛있다며 열심히 먹습니다. 미리 먹어두는 것일까요? 당분간 먹지 못하게 될 엄마 음식을요.


냉이의 효능을 살펴보니 간, 장, 혈관, 눈 건강에 좋고, 춘곤증, 골다공증, 노화 방지, 항암효과, 면역력 강화, 피로 해소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 정도의 효능이면 남녀노소 모두 즐겨 먹으면 좋을 식재료가 아닐까요?


딸도 냉이처럼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자신도, 다른 사람도 함께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된장처럼 자기 본연의 맛을 가지되 다른 이의 맛을 해치지 않는 사람, 따분한 직장생활을 따사롭게 해 나갈 수 있는 사람, 어려움도 잘 이겨내는 면역력이 강한 사람, 열정을 가슴에 품어 마음만은 항상 청춘으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감사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열정을 잃지 않고 자기를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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