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위한 이야기, 첫 번째
도서관의 하루는 9시부터 시작된다-개관, 폐관 시간은 도서관마다 다르니 확인하고 이용하길-.
이건 이용자 기준의 이야기이고, 일하는 나의 하루는 7시부터 시작된다.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고 일어나 오늘은 또 몇 권이나 책이 쌓여 있을지 고민한다.
‘그 책 몇 권, 얼마나 쌓여 있다고 겁을 집어먹는 거야?’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보라. 세 칸짜리 수레를 가득히 채운 책이 내 일이 된다면, 도서관에 가는 게 무섭다.
하지만 출근을 피할 순 없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리고 정겨운 책 냄새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먹먹하지만도 않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글쓰기와 독서는 우리가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글은 깊은 사유를 가능케 한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장소를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사막에 피어난 꽃, 고요의 바다,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이국의 사람들까지. 그리고 보라, 브런치의 작가들이 전하는 일상과 정보 또한 그렇다. 우리는 이 지구의 오로지 작은 면만 발로 밟고 다닌다. 그런 우리를 더 넓은 세상으로 내보내는 건 책이다.
나는 이 작은 전능을 가진 종이뭉치를 관리하고 정리하는 데에 보람과 즐거움을 느낀다.
이는 비단 ‘도서관에서 일하는’ 나만의 즐거움이 아니다. 책을 읽는 나와 여러분의 즐거움이고 글을 쓰는 나와 여러분의 보람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독자이자 작가인 나와 여러분의 이야기이다.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공간, 도서관의 이야기이자 도서관을 운영하는 작은 부품으로서의 내 이야기이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글을 사랑하는 여러분의 이야기이다.
겸사겸사 책 무겁다는 푸념도 덤으로 얹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