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만난 이용자들
제목이 좀 그렇지만 오늘은 나쁜 소리만 하려고 글을 쓴 게 아니다.
세상만사,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을. 평소처럼 사람 사는 이야기 한다. 다만 제목은 좀 주목을 끌고 싶었던 게 맞다.
제목의 유례부터 밝히자면 제목은 수사법이 아니다.
진짜 도서관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말 그대로.
미리 밝혀두지만 나는 반려동물에 어떤 유감도 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여건이 된다면 동물과 함께 살고 싶었다.
아시겠지만 대체로 도서관은 쾌적한 환경을 위하여 반려동물 출입금지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동물을 부양하는 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반려동물이 사람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늘면 좋겠지만. 이 화제와 별개로 도서관은 일단 원칙적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출입할 수 없다.
나는 종종 도서관 앞뜰로 산책을 오는 동네 강아지들을 보곤 했는데, 정말이지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도서관 자료실 안에서 마주친 강아지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그날은 무더운 여름이었다. 사람도 지치고 짐승도 기세가 꺾일 날이었다.
디지털 자료실은 대체로 일이 많지가 않다. 나는 디지털 자료실의 일을 도울 수 있어 무척이나 기뻤다. 무거운 책에 비해 DVD CD는 가벼우니까. 리모콘을 건네고, 종종 좌석을 소독하고, 이용자 분이 찾는 작품의 CD를 찾으며 한가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왔다......
도서관을 제법 자주 이용했던 걸로 기억하는 사람이다. 성별이 뭔지, 연령대가 어떤지는 기억 나지도 않는다. 어떤 시리즈의 DVD를 자주 빌렸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다.
개는 캉! 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처음 개 짖는 소리가 났을 때는 도서관 바깥에서 들린 줄만 알았다. 도서관에 개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쉽게 유추해낼 수 없었으니까.
강아지는 우리의 코앞에 있었는데 말이다.
이용자는 옷가지와 가방으로 강아지를 숨겨 도서관엘 왔던 것이다. 불쌍한 강아지는 이 무더위에 작은 공간에 갇혀 주인을 따라 도서관까지 오고 말았다. 덩치가 작은 강아지였기에망정이지 큰 개였다면 엄두도 안 났을 일이다.
여간 답답했던 모양인지 강아지는 뒤이어 몇 번이나 더 짖었고, 자리를 살피러 간 사서 선생님이 강아지를 발견했다. 그 이용자는 결국 퇴실 조치 당했다.
그 이용자에 대해 쓰고 싶은 말이 많으나 이만 줄인다.
왜 개를 데려왔는지 상상해보곤 했다. 무례한 짓이니 금방 그만 뒀다. 결과적으로 그 이용자는 퇴실 조치 당했고, 나는 도서관에 들어온 개를 보았을 뿐이다.
참 별일인 하루였다.
도서관에서 욕을 들어먹은 적은 크게 없는 것 같다-도서관 직원을 성희롱하는 놈도 있었긴 하지만-. 내가 잊어버렸거나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다만 편의점 알바를 할 때와 달리 취객을 만나지 않으니까, 라고 생각은 해본다. 여긴 차가운 상품 냄새와 술 냄새가 아닌 책의 냄새가 나니까.
그런가 하면 내게 따듯한 말을 건네는 사람들도 많았다. 책을 찾아드리면 탄성을 내지르며 기뻐하시는 분, 나에게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냐며 물으시면서 소소한 사담을 거시던 분, 고생이 많다고 음료수를 건네시던 분.
좁은 공간에 갇혀있던 개를 생각하는 만큼 내가 받은 친절 또한 생각한다.
언젠가 나에게 욕지거리를 했던 사람을 잊는 만큼 나를 존중해준 사람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한 편으로 그 개는 어떻게 됐을지 더듬어 보는 거다. 그 여름날은 종종 떠오른다.
그러면 나는 여름이 곧 온다는 걸, 기억하고 만다.
환절기, 건강하게 지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