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희 May 04. 2022

만화책더미 사이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


 이번엔 어린이실과 영유아실에서 일했던 바를 쓰려고 한다.


 어린이실과 영유아실은 대체로 가까이에 위치하는데, 거의 1층에 있다. 도서관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자리에. 일했던 세 개의 도서관과 동네 도서관이 그러했으니 아마 보편의 규칙인 것 같다.

 그리고 이 당연한 규칙이 나는 마음에 든다. 아이들은 응당 배려 받아야 하니까. 굳이 계단을 오르지 않고도 책을 읽으러 올 수 있다면 좋다.


 일을 하는 데엔 늘 양가적 감정이 따른다. 정리해야 할 책이 많으면 몸이 힘들지만 책 읽는 아이들이 많다는 뜻이니 좋다.

 사람이 없으면 일도 없어 편하지만 아이들이 전염병 때문에 도서관도 못 온다는 사실에 마음이 쓰였다. 도서관에 있거든 종종 아이들의 웃음소리, 발소리가 들려야 한다.

 그 소리가 멎는 때야말로 진정 이 사회는 활력을 잃는 게 아닐까. 그런 아릿한 예감이 들기도 했다.

 

 영유아실에서 일하는 재미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소리였다. 책을 꽂으러 키 낮은 서가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으면 어머님과 아버님이 작은 꼬마들을 데리고 몇 번이나 책을 낭독하는 소리가 들렸다. 때로 할머니나 할아버지도 오셔 책을 소리내어 읽으시곤 했다.


 그 무렵 즈음의 데리고 계신 분들은 전부 구연동화 자격증이라도 가지고 계신지, 멈춰서서 귀 기울여 듣기도 했었다. 때로 내가 울컥하는 내용의 동화가 있었는데, 보호자 분도 울컥 하신 모양이었지만 아이는 금방 다른 책을 읽어달라고 말하는 모습이 재밌기도 했다. 언젠가 그 아이도 그 책을 읽고 울컥하겠지.


 어린이실은... 눈을 떼면 책이 쌓여있는 곳이었다. 만화책이.

 꽂는 속도보다 빠르게 쌓일 때도 있다! 참 다행인 건 만화책이 한 장소에 모여 있다는 건데, 높은 확률로 어린이들도 그 서가에 모여 책을 골라가거나 서서 읽고 있다. 이건 비밀인데, 가끔은 만화책이 많이 쌓이길 기다려 꽂기도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일은 빨리 지치지 않기 위한 요령을 필요로 한다.


 숙제를 하러, 친구들과 놀러, 더위를 피하러. 각양각색의 이유로 아이들은 도서관에 온다. 개중에는 도서관이 아니면 안 되는, 간절한 친구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 '노 키즈 존'을 내거는 시설이 많아지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를 부끄러운 일이란 걸 모르고, 어린이를 당당히 혐오하고 차별하는 업장이 늘어나고 있다는 현실이 통탄스럽다. 그런 와중에 공공도서관 1층, 어린이실과 영유아실은 오롯이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이 아닌가.

 어른들은 어린이를 위할 의무가 있다. 미래 세대를 키워나가는 건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의무를 방기하고 숙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 이 사회가 노 키즈 존을 내거는 천박함을 내몰아내지 않는다면, 적어도 아이들을 위한 시설을 확충해야 함이 옳다.

  나는 도서관이 참 적격이라 생각한다. 물론, 청소년 쉼터도 좋지만.

 

 여러분은 어떤가? 내가 빽빽 소리지르고 답답하고 시끄럽기만 한 아이들 일로 위선을 부린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엄연히 동료 시민인 어린이들을 위해 이 사회에 만연한 천박함을 몰아내는 게 맞는가.


 각자 생각하는 바는 많을 것이다. 그저 오늘 하루, 마음에 여유를 갖는 날이 되시길.



 

작가의 이전글 도서관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릴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