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Ep.1] 낭만기술사가 경험한 신차개발 PM 이야기

프로젝트는 예술이다 : 신차개발을 완성으로 이끄는 다섯 가지 태도

by 낭만기술사

1. 시간의 지휘자 – ‘일정’이라는 악보 읽기


신차 개발 프로젝트의 첫 장은 ‘시간’이라는 악보를 펴는 순간 시작된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모든 파트의 연주자가 제 시간에 제 음을 낼 수 있도록 지휘하는 사람이다. 설계가 늦으면 시험이 미뤄지고, 시험이 지연되면 생산이 흔들린다. 하나의 음이 틀어지면 전체의 조화가 깨지는 교향곡과도 같다.


PM은 단순히 일정을 맞추는 사람이 아니다. 전체 개발의 흐름을 읽고 변주할 줄 아는 감각을 가진 예술가여야 한다. 예정보다 빠른 것도 늦은 것도 아닌, ‘정확한 타이밍’이 프로젝트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시간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조율하는 것이다. 일정을 지키는 것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동료들과의 신뢰이자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다리이다.


이처럼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시간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모든 행위의 배경이며, 품질, 원가, 인력 운영 등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된다. ‘기한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평판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이다.


2.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 품질이라는 신뢰의 기둥


품질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더욱 중요하다. 아무리 고급 재료를 써도, 정제되지 않은 완성품은 소비자의 마음에 닿지 못한다. 품질은 눈으로 확인되는 결과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과정에 대한 성실함에서 비롯된다.


PM은 단순히 사양서를 체크하는 관리자가 아니다. 고객이 아직 말하지 않은 불편을 미리 듣고, 시장에 드러나지 않은 결함을 예측하는 통찰력 갖춘 사람이다. 시험결과 한 줄, 설계변경 하나에 담긴 의미를 읽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 어떤 결과로 되돌아올지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미리 보는 사람이 품질을 지킨다.


신뢰는 반복되는 품질 확인 속에서 자라난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대충'이라는 단어를 사전에 두지 않는 사람이다. 완벽한 결과는 없을지라도 완벽을 향한 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 태도가 결국 브랜드의 품격을 만들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첫 고객의 인상을 좌우한다.


3. 말과 말 사이를 잇는 다리 – 조직 간 소통의 기술


프로젝트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각 부서의 전문가는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시험팀은 데이터로, 설계팀은 도면으로, 제조팀은 공정으로 말한다. PM은 이 서로 다른 언어를 통역하고, 때로는 ‘침묵’이라는 공백마저 읽어내야 하는 사람이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이며,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조직 간 갈등이 생길 때, 진정한 리더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경청을 통해 조율한다. 누군가의 입장이 아니라 모두의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다.


PM은 상대의 말투, 메일의 빈도, 보고서의 맥락에서도 신호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는 감정과 사실을 분리해서 전달하고, 때로는 말보다 행동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 말이 곧 리더십이다. 말의 온도와 속도, 빈도를 조절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소통자이자 조율자가 된다.


4. 예측이 아닌 상상 – 리스크를 감각하는 힘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감지할 수는 있다. 신차 프로젝트에는 수많은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자재 공급의 지연, 인증의 실패, 품질의 이슈, 소비자 반응의 변수…


PM은 이 ‘가능성의 그림자’들과 춤을 추는 사람이다. 가능한 모든 문제를 리스트업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리스크의 뿌리를 상상하는 사람이 문제를 이긴다.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가?”보다 중요한 질문은 “우리는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이다.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자세가, 마지막에 프로젝트를 지켜낸다.


예상은 숫자로 하고, 감각은 경험으로 키운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사람은 실패를 분석하는 사람이다. 리스크는 막는 것이 아니라, 미리 그려보는 것이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시나리오’를 말하는 사람이다.


5. 끝까지 가는 사람 – 마무리의 철학


프로젝트는 시작보다 마무리가 어렵다. 일정은 다 맞췄지만, 누군가는 마지막 품질 승인서를 챙기지 않았다. 모든 업무는 끝났지만, 고객 설명회 자료가 준비되지 않았다. 작은 ‘놓침’이 전체를 무너뜨린다.


PM은 끝까지 현장에 있어야 한다. 밤늦게까지 확인하고, SOP(양산개시) 다음 날에도 문제는 없는지를 되묻는 사람. 책임은 명함으로 주어지지 않고, 끝까지 남는 사람에게 부여된다.


마무리를 잘하는 사람은, 다음 프로젝트의 시작을 부드럽게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우리는 ‘프로’라고 부른다. 그들은 마지막 체크리스트를 끝까지 보는 사람이고, 야근 후 쓰레기통까지 비우는 사람이다.


프로젝트는 '출시'가 끝이 아니다. PM은 '세일즈', '정비 대응', '사후 품질'까지 그림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 진정한 마무리는 고객이 인정하는 순간 완성된다.


[에필로그] 기술과 인간 사이의 예술


자동차 한 대는 3만 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금속이나 유리보다 더 많은 ‘사람의 손과 마음’이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그 손과 마음을 조율하며, 시간의 끝에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예술가다.


기술이 아무리 진보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리듬을 조율하는 사람이 없다면 프로젝트는 완성될 수 없다. 신차 한 대가 세상에 나오는 데는 숫자로는 셀 수 없는 수고가 있고, 그 수고를 모으는 사람에게 우리는 ‘PM’이라는 이름을 부여한다.


그 이름에 걸맞은 철학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다음 프로젝트의 예술가다.-낭만기술사의 생각-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