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라면 ‘기술사’를 꿈꿔라, 운명이 바뀐다
사람은 누구나 ‘내가 쌓아온 길’이 사회에서 존중받기를 바란다. 엔지니어의 세계에서는 그것을 ‘기술사’라는 자격으로 증명할 수 있다. 기술사(技術士, Professional Engineer)란 단지 국가가 발급하는 자격이 아니라, 깊이 있는 전문성과 실전적 지혜가 동시에 요구되는 ‘인증된 장인’의 길이다.
박사학위가 학문적 깊이를 증명하는 도장이라면, 기술사는 현장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무적 통찰을 이겨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휘장이다. 84개의 분야 중 건축, 토목, 전기처럼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그 중심에는 ‘차량기술사’라는 다소 생소하지만 강렬한 전문분야가 있다.
1) 엔진과 전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유
내가 선택한 길은 ‘차량기술사’였다. 전국에 300여 명뿐이라는 이 자격은 단지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라는 복합체를 통찰하는 안목을 가진 자에게 주어진다. 내연기관의 회전부터 자율주행의 알고리즘까지, 기술의 폭은 시대의 속도만큼 넓어졌다.
이 자격을 손에 쥔 순간, 사람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당신은 이제 자동차의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라는 무언의 기대가 던져진다. 그러나 나는 안다. **진짜 전문가란,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겸허히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2) 기술사 시험, 스펙이 아닌 사고의 격투장
기술사 시험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다. 이는 자기 성찰과 지적 겸손이 교차하는 문답의 장이다. 400분간 이어지는 서술형 필기시험은 기술지식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 나의 언어로 세계를 설명하고, 공학적 논리로 세상을 설득해야 한다.
나는 제트스트림 1.0이라는 볼펜 하나에 나의 논리를 실었다. 글이 아니라, 삶을 써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몇 줄의 문장이 아니라 수십만 시간의 경험이 답안지에 녹아든다.
1) 두 번의 낙방, 자만과의 작별
나는 두 번의 면접에서 떨어졌다. 처음엔 ‘거의 붙었으니 이번엔 되겠지’라는 방심이 있었고, 두 번째엔 스스로도 당황할 정도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인간은 가장 아플 때 진심으로 변한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 시험은 단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와 겸손의 시험이었다는 것을.
2) 운명의 조우, 권유동 부원장과의 대화
어느 날, 유튜브에서만 보던 권유동 부원장을 시험장에서 우연히 마주했다. 낯선 얼굴이지만, 마치 예고된 인연처럼 느껴졌다. 그의 직설적인 말은 나를 흔들었다.
“면접관이 나라면, 당신을 떨어뜨렸을 겁니다.”
그리고 이어진 조언:
공경의 태도를 보여라.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라.
절실함은 가장 큰 무기다.
설득은 지식이 아니라 진정성이다.
쉬운 문제를 명확하게 대답하라.
그의 말은 나의 중심을 다시 세웠다. 나는 ‘아는 척’을 버리고 ‘배우는 자세’를 선택했다.
세 번째 면접. 나는 아는 것은 논리로 설명하고, 모르는 것은 겸손으로 넘겼다. 그렇게 2024년 봄, 최종 합격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눈물이 나올 줄 알았지만, 오히려 마음속 깊은 고요함이 찾아왔다.
그 후 권 부원장을 다시 찾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스승은 단지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해주는 사람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2) 기술사로서의 다짐
합격 이후 나는 후배들에게 공부법을 나누며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기술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더 많은 책임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잊지 않는다. 기술사란, 합격한 사람이 아니라 매일 ‘배우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자격증은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나는 자격증을 ‘증명서’가 아니라 ‘약속서’로 받아들인다. 나 자신에게, 그리고 기술 앞에서 부끄럽지 않겠다는 다짐 말이다.
나는 운명을 이렇게 정의한다. “운 7, 기 3”
행운이 70%라면, 준비는 30%다. 하지만 준비 없는 사람은 행운이 와도 잡지 못한다. 기술사 시험도 마찬가지였다. 아는 문제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그 문제를 ‘아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선 매일의 훈련이 필요했다.
기술사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러나 나는 매일을 조금씩 단단하게 만든다.
겸손은 나의 연료이고, 절실함은 나의 방향이다.
기술사라는 타이틀은 영광이 아니라 의무다. 나는 오늘도 기술을 배우고, 사람을 배우며, 세상을 설득하는 법을 배운다. 기술은 결국 인간을 향해 있어야 한다. 내가 걸어가는 길이, 기술과 인문이 만나는 다리가 되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