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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낭만기술사가 경험한 신입사원 성장이야기

“일보다 먼저 익숙해져라, 그 익숙함이 너를 지켜줄 것이다.”

by 낭만기술사

1. 첫걸음의 조급함 – 그 마음조차도 너의 가능성이다


처음 회사에 발을 디딘 날, 나는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감정으로 가득했다.
업무를 빨리 익히고 싶었고, 실수 없이 잘해내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매일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반복되는 일정 속에서, 나는 복잡한 업무와 수많은 얼굴들 속에 묻혀 헤매고 있었다.

조급해지 말아라. 시건이 많이 있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
그곳은 마치 하나의 작은 도시였다.


1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오가는 그 공간에서, 나는 아주 작은 점처럼 느껴졌다.
통근버스에 몸을 싣고 오가며, 사무실과 식당을 반복하던 일상은 처음엔 지루하고 버거웠다.

출근 첫날, 창밖으로 펼쳐진 거대한 주행시험장이 내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담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공간.


나는 생각했다.
‘내가 이곳에 어울릴 수 있을까?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마음을 다잡고 노력했지만, 실수는 반복되었고, 배워야 할 일들은 끝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가 익숙해져야 할 것은 일보다 먼저, 이 공간과 이 사람들이다.”


하늘에서 본 남양연구소 (오른쪽은 바다가 아님)

2. 익숙해지기 위한 첫걸음 – 공간을 알아가는 노력


신입사원 교육을 맡을 때마다 나는 첫 조언으로 이렇게 말한다.
“업무보다 먼저, 주위 환경에 익숙해져라.”
왜냐하면 주변이 낯설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그 불안은 일에 집중하는 힘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장거리 통근과 가끔 내리는 폭설로 인해 집에 도착하기까지 5~6시간이 걸렸던 날도 있었다.
힘들었지만, 퇴사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결국 이 환경 안에서 살아야 한다면, 나는 이 공간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첫째, 사무실의 캐비닛 위치를 익혔다.
간식은 어디에 있는지, 사무용품은 어디서 꺼내야 하는지 알게 되자
업무 중에도 필요한 것들을 편하게 챙길 수 있었다.
늘 사비로 사던 볼펜과 메모지는 이제 복지 물품으로 충분히 해결되었고,
그 작은 변화가 나의 하루를 더 가볍게 만들었다.


둘째, 식당을 탐방했다.
남양연구소에는 여러 식당이 있었고, 식당마다 메뉴도 분위기도 달랐다.
매일 같은 식당만 가지 않고 다양한 곳을 이용하자,
자연스레 동료들과 나눌 대화도 늘어났다.
“오늘은 어디서 먹을까?”
이 단순한 질문이 동기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었고,
다양한 사람들과 익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셋째, 중앙공원을 걸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구내버스를 타고 공원 옆을 지나쳤지만,
나는 어느 날 점심시간을 활용해 공원을 걸었다.
그 안엔 공작새가 있었고, 연못과 작은 폭포도 있었다.
가까이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 작은 산책들이 내 마음을 정돈시켜 주었고, 바쁜 일상 속 작은 쉼표가 되어주었다.


3. 신입사원의 특권 –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신입사원에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은
‘모르더라도 괜찮다’는 자유다.
우리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할 수 없다.
모르는 것이 당연하고, 그걸 배우는 것이 바로 신입의 몫이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이 사실을 잘 몰랐다.


작은 실수에도 자책했고, 빨리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선배가 조용히 말했다.
“하루아침에 쉽게 이뤄지는 일도 없고,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일도 없어.”

그 말은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질문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요?”

“이 부분이 이해되지 않는데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들은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자 하는 태도, 성장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나는 인사를 생활화했다.
지나치며 목례를 하고, 이름을 외우고,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만든 작은 연결들은 나중에 큰 자산이 되었다.
조직에서 살아간다는 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위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니까.


4. 익숙해진다는 것의 의미 – 마음의 뿌리를 내리는 일

지금 돌아보면, 신입사원 시절의 조급함은 나를 움직이게 만든 동력이었다.
하지만 그 조급함을 조절하고, 주변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쳤기에
비로소 일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회사의 단점만 보려 한다.
복잡한 구조, 긴 통근시간, 많은 규칙들.
하지만 그 안에서 내가 쉴 수 있는 자리를 찾고,
조금씩 익숙해지는 과정은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힘이었다.


나는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일을 빨리 잘하려고 조급해하지 말고, 주변 환경에 먼저 익숙해져라.”

100만 평이 넘는 넓은 연구소에서
15,000명의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은
어쩌면 인생에서 흔치 않은 기회일지 모른다.

좁은 시야로 불평만 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관계를 맺고, 질문을 던져라.

“위대한 질문에서 위대한 결과가 태어난다.”

낭만닥터김사부를 보고 나도 낭만기술사가 되고자 하였다 ("질문을 포기하지마" 라는 말은 나의 신념이 되었다)

5. 익숙해지니 보이기 시작한 것들 – 일의 재미는 그 다음에 온다


한때 낯설고 두려웠던 남양연구소는 이제 나에게 매우 익숙한 공간이 되었다.
익숙해지니 사람들의 표정이 보였고, 작은 변화가 보였고,
무엇보다 일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지나쳤던 동선, 반복되는 회의,
익숙해지니 그 안의 숨은 의미와 연결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는 일의 본질과 재미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말한다.
“조급해하지 마라. 익숙해져라.
익숙함은 성장의 시작이며, 일의 즐거움을 여는 열쇠다.” 라고.

챗GPT가 그려준 나 (인터넷에 있는 정보만으로 그려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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