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2] 연말의 인사, 그리고 낭만의 관전평

연말의 인사발령, 그리고 낭만기술사의 관전평

by 낭만기술사

(1) 기(起)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인사명령이 난다.


누군가는 이름이 불리고, 누군가는 조용히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이 시기가 오면 마음이 분주해지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나는 나이ㅈ제한으로 이미 오래전 임원이라는 문턱에서 멈춰 선 사람이다.


그 문을 다시 두드리지 않게 된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지금의 나는 보직자가 아니라,

비보직자의 자리에서 나만의 생존법을 찾으며 살아가고 있다.


(2) 승(承)


회사를 다닌 지 어느덧 30년.

임원 인사의 대상도 아니고,

하나의 직함에 나 자신을 온전히 걸어두지도 않았다.


대신 여러 역할을 오가며

조직의 안과 밖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이른바 N잡러의 나의 시선은

조직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기에

오히려 변화의 흐름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올해 우리회사의 인사는 유난히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언론을 통해서도 알려졌듯

나의ㅈ회사 연구소의 두 부문 수장이 교체되었고,

내가 알고 지내던 많은 임원들이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이는 조직 내부의 변화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자동차 산업이 향하는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3) 전(轉)


회사가 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느껴진다.

그러나 그 변화의 의미와 결과는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평가받을 것이다.


특히 임원급 최고의 기술 전문가인 연구위원들의 축소는

기술자로 살아온 나에게

적잖은 생각거리를 남긴다.


언제나 그렇듯,

임원 인사가 먼저 나고

그 뒤를 이어 직원들의 인사가 이어진다.


회사를 떠나는 이도 있고,

승진하거나 새로운 보직을 맡는 이도 있다.


대기업이라는 조직의 크기만큼

그 변화에 포함되는 사람들의 수도 많다.


나는 요즘의 인사가

시대의 흐름과 어긋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새롭게 임명된 임원들이

직함이 아니라 태도로,

보직이 아니라 책임으로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보직을 달았다고 해서

저절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4) 결(結)


누군가에게 리더라 불릴 수는 있다.


그러나 스스로 리더의 자질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 자리는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이번 인사에서

나와 소통을 많이 해왔고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했던 분들이

여럿 퇴임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자연스럽게 멈춰 서서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그분들은 ‘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업’에서는 더 자유로운 길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삶에는 늘 음과 양이 공존하고,

그 자리는 끊임없이 바뀐다.

그 변화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힘은

결국 자기다움에서 나온다.


회사의 변화 또한 같은 맥락일 것이다.


조직은 멈추지 않고 진화해야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리더십과 새로운 방식이 실험될 것이다.


나는 이 변화가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자동차 산업의 다음 단계를 여는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비보직자의 자리에서

나는 여전히 나만의 생존법을 고민한다.


조직의 바깥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 오래 기여하고 살아남는 방법을.


이 연말의 인사는

누군가의 끝이 아니라,

회사와 나 모두에게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질문’을 남겼다.

- 낭만기술사의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