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3]낭만기술사, 한 해를 건너며 배운 것들

기술과 사람 사이에서, 질문과 기다림을 선택한 이유

by 낭만기술사


① 기록은 성과가 아니라, 나를 붙잡기 위한 흔적이었습니다


올해를 돌아보며
저는 제가 남겼던 짧은 기록들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 글들은 성과를 정리한 보고서가 아니라,
그 순간의 고민과 선택을 잊지 않기 위해 붙들어 둔
삶의 메모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②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는 힘은 결국 ‘사람’이었습니다


신차개발 PM으로 일하며 보낸 시간은
늘 촘촘한 일정과 수많은 이해관계 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기술은 정확해야 했고,
의사결정은 빨라야 했으며,
결과는 언제나 책임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점점 분명해졌습니다.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는 힘은
계획의 정교함보다
사람을 끝까지 바라보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요.

위기는 늘 예고 없이 찾아왔고,
해답은 종종 매뉴얼 밖에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 질문은 쓸모없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지금은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오히려 그 질문을 놓지 않으려 했고,
그 기다림의 의미를 끝까지 생각해보려 했습니다.


③ 기술사는 끝이 아니라, 태도를 설명하는 이름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미 기술사는 취득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는
이 자격증을 조금 더 의미 있는 이름으로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술사가 ‘끝’이 아니라
앞으로의 태도를 설명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기술자가 낭만을 이야기하는 일이
어쩌면 낯설고, 다소 거리감 있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술만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인문학을 좋아하는 기술자로 남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이렇게 부르게 되었습니다.

‘낭만기술사’


④ 낭만은 감상적인 선택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태도입니다


이 이름에는
이성적이고 냉정한 기술적 전문성과
사람과 삶을 향한 낭만적인 인문학적 시선을
함께 품고 걷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어쩌면
쓸모없어 보일지도 모를 질문,
당장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기다림,
효율로는 설명되지 않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낭만’이라는 말을 들으면
감상적인 선택을 떠올리시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낭만은 그렇지 않습니다.

낭만은 현실을 외면하는 태도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의 조직과 시대에 가장 현실적으로 필요한 자세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⑤ 기술과 사람 사이에서, 보직 없이도 지켜내고 싶은 리더십


기술이 빠르게 진화할수록
사람은 더 쉽게 소외되고,
속도가 빨라질수록
방향은 흐려집니다.

그래서 저는
기술과 사람 사이를 잇는 역할을,
성과와 관계 사이의 균형을,
보직이 없어도 지켜낼 수 있는
리더십의 형태를
조용히 고민해왔던 것 같습니다.


⑥ 흔들리면서도, 방향만은 잃지 않으려 했던 한 해


올해 저는
후배와 신입을 만나며 다시 배웠고,
강연과 멘토링 자리에서 저 자신을 돌아보았으며,
가족과 건강, 그리고 쉼 앞에서
속도를 늦추는 법을 연습했습니다.

질문을 멈추지 않으려 했고,
사람을 지나치지 않으려 했으며,
흔들리면서도
제가 중요하다고 믿는 것들로부터는
도망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방향만큼은 잃지 않으려 했던 한 해였습니다.


⑦ 인연에 대한 감사, 그리고 다시 이어질 내일을 바라보며


올해도 저와 인연을 맺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로, 대화로, 질문으로
함께 연결될 수 있어 참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내년에도
이 인연을 다시 이어가며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빠름보다 방향을,
효율보다 사람을 선택해온 이 시간이
언젠가 누군가의 길에 작은 불빛이 되기를 바라며,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 인사를 전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

-by 낭만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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