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쓸지가 아니라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에 대한 제안
무엇을 쓸지가 아니라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에 대한 제안
돌아보면,
그동안 제가 써왔던 글들은
결코 즉흥적인 기록이 아니었습니다.
자동차 개발이라는 일터에서의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그 글들은 어느 순간부터
일을 넘어 사람과 삶을 향한 질문으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정리해보니,
지금까지의 글은 대체로
다음 일곱 가지 이야기 안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① 일터에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고 있는가
성과보다 태도에 대해,
직함보다 사람됨에 대해 묻는 이야기였습니다.
② 버티는 시간도 결국 성장의 일부였다는 것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처럼 보였던 시간들이
사실은 나를 지탱하고 있었음을 돌아보는 기록이었습니다.
③ 위기는 늘 일보다 먼저 나를 시험했다는 사실
문제는 업무에 있었지만,
시험대에 오른 것은 늘 제 선택과 자세였습니다.
④ 기술의 현장에서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라는 깨달음
프로세스와 일정 뒤에 숨겨진
신뢰와 관계가 결과를 만든다는 경험이었습니다.
⑤ 책 한 권이 일의 방향을 바꿔버린 순간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읽기 시작한 책이
삶을 다시 질문하게 만들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⑥ 배움의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스승이었다는 이야기
강연장과 북토크에서 만난 이름 없는 스승들이
제 생각의 경계를 넓혀주었습니다.
⑦ 내가 걸어온 길을 조심스레 건네고 싶어진 이유
경험은 쌓이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누군가에게 건네기 위해 존재한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이 일곱 가지는
각기 다른 주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일해왔고,
이제 어떤 어른으로 남고 싶은가.”
그 질문을 붙들고
저는 오랫동안 글을 써왔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무엇을 더 쓸 것인가’를
혼자 결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동안의 글이
제 경험을 정리하는 기록이었다면,
앞으로의 글은
누군가의 삶과 겹쳐 읽히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배움의 자리를 오가며 만났던 사람들은
공통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성공보다 실패가 더 오래 남았다는 이야기,
빠르게 간 시간보다
버텼던 시간이 사람을 만들었다는 고백,
그리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는 경험들 말입니다.
그 이야기들을 들으며
저는 점점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읽는 사람이 있고,
겹쳐 읽히는 삶이 있을 때
비로소 글은 제 역할을 다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글의 방향을 제가 먼저 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자동차 개발 현장에서 출발하되,
그 끝은 특정 직업이나 분야에 머무르지 않는 이야기.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삶을 비춰볼 수 있는 이야기로
천천히 이어가 보고 싶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께
조심스럽게 여쭙고 싶습니다.
요즘, 어떤 이야기가 필요하신지요.
일에 관한 이야기인지,
사람에 관한 이야기인지,
아니면 아직 말로 정리되지 않은
마음의 이야기인지요.
어쩌면 성장은
더 잘 말하는 데 있지 않고,
더 잘 듣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믿음으로
새로운 한 해의 이야기를 준비해보려 합니다. -낭만기술사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