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버티고, 끝까지 완주한 시간의 이름
저의 업무는 **신차개발 프로젝트 매니저(Project Manager, PM)**입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Q(품질)·C(비용)·D(일정)**의 관점에서 전체 그림을 그리고
수많은 선택과 조율을 거쳐 완주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개발 과정은 결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설계, 시험, 생산, 구매, 품질, 마케팅 등
타 부문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업하며
각자의 언어를 하나의 목표로 정렬해 나가야 합니다.
그 모든 여정의 마지막은 늘 같습니다.
신차발표회, 그리고 조용한 프로젝트 종료.
제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신형 팰리세이드**가
2026 북미 올해의 차(NACTOY) SUV 부문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발표된 순간이었습니다.
이 상은 **North American Car, Utility and Truck of the Year Awards(NACTOY)**라는 이름처럼
북미에서 출시된 차량을 대상으로
성능, 디자인, 안전성, 혁신성을 종합 평가해 선정되는
가장 권위 있는 자동차 상 중 하나입니다.
매년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발표되며
‘북미의 오스카상’이라 불릴 만큼
자동차 업계에서는 상징적인 무게를 지니고 있습니다.
신차 발표회에서 언베일링이 시작되는 순간,
저는 늘 비슷한 감정을 경험합니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차량이 모습을 드러낼 때면
개발 과정에서의 수많은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겹쳐 올라옵니다.
“이 일정이 정말 가능할까?”
“이 선택은 품질을 해치지 않을까?”
“고객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6년 만의 귀환, 프리미엄 플래그십 SUV라는 부담.
더 대담해진 외관과 안락한 실내,
커진 차체, 그리고 2.5T-GDI 차세대 하이브리드.
모든 변화는 단순한 ‘스펙 추가’가 아니라
끝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결정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기자와 미디어 앞에서,
전시된 차량 곁에서,
공장과 회의실 사이에서
수없이 같은 질문을 반복해 왔습니다.
그때의 울컥함은
결과를 알기 전,
과정을 믿고 버텨야 하는 사람만이 느끼는 감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북미 무대에서 들려온 수상 소식은
그 질문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답처럼 다가왔습니다.
한 팀, 한 조직, 더 나아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 여정의 일원으로서
PM이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저에게는 충분히 큰 보람입니다.
개발 과정에서의 시행착오,
가격 책정을 둘러싼 고민,
HEV 대세 속에서의 선택과
고객과의 소통이라는 숙제까지—
돌아보면 그 모든 과정이
오늘의 결과를 만들기 위한 필연적인 문장이었습니다.
지금 저는 다시 현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고객 인도 전 마지막까지,
울산 공장에서 품질 안정화를 위해 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상은 결승점이 아니라
고객에게 차량이 전달되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책임의 출발선이기 때문입니다.
기다려주신 분들께
“비싸다”가 아니라 “합리적이었다”는 말로 기억될 수 있도록,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수많은 질문과 울컥했던 순간들이 쌓여
마침내 오늘이라는 이름으로 도착했을 뿐입니다.
-낭만기술사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