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을 뒤흔든 교수님의 한 마디
1화. 열아홉의 나는 왜 그리도 확신에 차 있었나
- 전공 공부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2화. ‘탈건’하신 분을 찾습니다.
- 탈 건축을 아시나요
3화. “인생이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
- 가치관을 뒤흔든 교수님의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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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졸업은 다가오는데 전공을 살릴 생각도 능력도 없고 그렇다고 심장이 뛸 만큼 이거다! 싶은 일도 없었고요. 대부분의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하는 생각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서 당시 개인적으로 진로 상담을 많이 했던 전공 교수님께 하소연하듯이 털어놨습니다. 어떤 일을 해야 안정적인 인생을 살 수 있을까요.
교수님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인생이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
이 한마디를 듣고 머리가 띵해졌습니다. 그동안 제가 했던 모든 생각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거든요. 왜냐고 반문했더니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게 인생인데 왜 어떤 단계만 넘으면 인생이 무조건 안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오히려 궁금해하셨습니다.
약간의 해답을 얻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꼭 안정적인 필요가 없다면 어떤 일을 해도 약간의 불안과 걱정은 공존할 수밖에 없으니 오히려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마음가짐을 바꿨습니다. 다양한 커리어를 찍먹 했고 지금도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저에게도 가장 많은 가르침을 준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뭐든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게 설령 내 전공과 관련한 일이든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이든 경험은 무조건 나에게 가장 큰 자산으로 남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때가 마침 졸업작품을 시작하던 5학년 1학기였는데 일단 내 눈앞에 닥친 가장 큰 과제인 졸작부터 최선을 다해보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지요. 예전 같았으면 어차피 설계회사 가지도 않을 텐데 졸작에 힘써서 뭐 하나 이런 생각으로 점철되어 어쩌면 졸작 기간 내내 스스로를 지옥으로 밀어 넣었을 수도 있는데 마음가짐을 살짝 바꿨더니 생각보다 설계가 즐거울지도? 하는 얄팍한 마음도 들었고요.
위의 엄청난 명언을 남기셨던 교수님께서 졸작 학기가 시작할 때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너희들 모두가 졸업 후에 설계를 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졸작은 학교생활을 마무리하는 프로젝트이니 만큼 다들 최선을 다 해봤으면 좋겠다. 눈앞에 해야 할 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어차피 나는 다른 일 할 거니까~라는 마음가짐으로 사회에 나가면 도대체 어떤 다른 일을 잘 해낼 수 있겠냐.
교수님은 기억을 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으나 이 말도 저에게는 깊은 울림이었습니다. 그리고 4학년 때까지의 제 마음가짐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요. 덕분에 졸업작품을 하면서 처음으로 설계를 하면서도 재미를 느껴볼 수 있었고 즐겁고 능동적이며 적극적으로 임했던 졸작에서 난생처음 A+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 과목이라 디자인적 재능이 없는 나는 절대로 A+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말이죠.
아쉽게도 설계 이야기는 여기까지가 전부입니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여태까지의 제 다양한 커리어들도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힘들었던 시기 중 하나인 졸업작품을 하면서 함께 시작되었다는 점인데요. 디자이너로, 그리고 영어 강사로의 인생도 뭐든 다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졸업작품을 하는 동시에 함께 시작했거든요.
창업 후 디자이너로 살았던 이야기와 영어 강사로 살았던 이야기, 또 후에는 지인 모두를 놀라게 했던 다시 수험생이 된 계기까지. 2부에서 공개하겠습니다.